레바논의 라피크 하리리 총리가 암살된지 14일로 만 1년이 된다. 시리아의 반(半)식민지였던 레바논은 하리리 총리 피살 뒤 백향목 혁명을 일으켜 시리아군을 몰아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역사적인 자유 총선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혼란은 계속되고 있고, 내분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AP, AFP 통신 등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하리리의 아들 사아드 하리리가 13일 귀국, 레바논 정치권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아드는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총선을 통해 정계에 데뷔했지만, 시리아계 비밀 정보요원들과 무장세력의 정치인·언론인 암살이 연달아 일어나자 신변의 위협을 느껴 6개월전 국외로 피신했었다.
사아드는 귀국 일성으로 친(親)시리아계 기독교도 에밀 라후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아드를 비롯한 레바논인들은 시리아 세력이 독립노선을 추구한 하리리를 암살했다고 믿고 있으며, 현재 유엔 특별조사단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유엔 조사단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하리리 암살에 직접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피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총리 지지자들이 하리리 사진을 들고
13일 베이루트 시내에 모여 추모집회를 열고 있다. /AP
하리리 1주기를 앞두고 베이루트의 종교, 정치지도자들이 잇달아 추모사를 발표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레바논 영자신문 데일리스타가 보도했다. 베이루트에서는 14일 대규모 반(反)시리아 시위가 열릴 예정이다. 시내 곳곳에는 하리리의 대형 초상화가 걸렸다. 사아드는 “이 날(14일)은 레바논이 단합 속에 다시 태어나는 날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근 중동을 휩쓸고 있는 덴마크 신문의 ‘무하마드(마호메트) 모욕 만평’ 파문으로 레바논에서는 덴마크 대사관이 불타는 거센 시위가 일어난 바 있다. 만평 항의 시위에 하리리 1주기 대규모 추모집회가 겹쳐, 자칫 폭력사태로 비화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친 시리아계 이슬람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 마론파 기독교도들은 수니파 중심의 하리리 세력에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리리가 암살된 뒤 레바논 전역에서는 시리아에 맞선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국제사회의 압력에 못이긴 시리아는 결국 지난해 3월 29년만에 레바논에서 군대를 철수시켰다. 이어 레바논에서는 4단계에 걸쳐 총선이 치러졌다. 그러나 30년만에 치러진 4단계 자유 총선에서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기독교 마론파와 가톨릭, 정교 등 각 종교세력이 의석을 나눠가져 내부 분열을 그대로 노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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