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병리학적 특성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이전의 두 차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매우 유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2%대로 알려져 있으나, 그보다 치사율이 훨씬 높았던 사스나 메르스 때와 비슷한 치명적인 폐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의학전문지 랜싯은 18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달 숨진 한 환자의 폐조직 생검(생체 조직 일부를 떼어내 질병 유무와 특징을 확인하는 검사) 결과를 담은 중국 연구자들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자들은 지난달 감염증에 걸려 결국 사망한 50대 남성의 폐조직을 검사한 결과 사스나 메르스 환자에게서 나타난 것과 같은 손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랜싯]코로나19에 따른 급성호흡곤란증후군 사망사례 연구
이 남성은 1월 8~12일 우한에 들렀고, 14일 코로나19의 초기증상인 마른기침이 시작됐다. 21일이 되자 발열과 오한, 기침, 피로와 호흡곤란 같은 증상들이 모두 나타났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양쪽 폐에 그늘진 부분이 보였고, 이튿날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CDC)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음을 확인했다.
호흡곤란이 심해지자 의료진은 증상을 누그러뜨리려고 여러 종류의 약을 투약했다. 항바이러스제인 알파(alfa)-2b,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로피나비어와 리토나비어을 처방했고 2차적인 박테리아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 목시플록사신도 투약했다. 폐 기능을 살리기 위해 스테로이드도 주입했다.
이렇게 약을 쏟아붓다시피 한 결과 체온은 떨어졌지만 호흡곤란이 계속되고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서 환자는 1월 27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망하기 직전에는 혈액과 산소를 순환시키는 폐 속의 세포조직인 폐포(肺胞)에 이상이 생겨 숨을 쉬기조차 힘든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겪었다.
이 환자의 사례를 연구한 학자들은 “코로나19의 병리학적 특징이 사스나 메르스와 매우 비슷했다”면서 간 조직에 지방증을 비롯한 손상이 나타난 것도 사스 환자의 경우와 같았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서 공통되게 림프구가 줄어드는 증상이 나타났다며 “림프구 감소가 병세와 사망 위험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망자의 조직검사 결과를 자세히 분석해 공개한 연구는 처음으로, 바이러스가 침투한 뒤 폐 손상이 진행되는 과정과 약물치료 효과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2002년 11월부터 시작돼 약 8개월 간 15개국에 퍼진 사스는 8000여명이 확진을 받았고 830명이 숨져 치사율이 10% 정도였다.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2015년 한국에서 퍼진 메르스의 경우 감염자는 총 1300여명이었으나 사망자가 500명이 넘었고 치사율이 35~40%에 이르렀다.
[인터랙티브]21세기의 전염병들…사스·신종플루·메르스·코로나19, 어떻게 다른가
지난해 말 처음 확인된 코로나19는 확산 범위가 사스·메르스보다 훨씬 넓다. 19일 현재 중국을 비롯해 세계 27개국에서 7만5000여명의 감염자가 확인됐고,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2000명 이상이 숨졌다. 감염·사망의 압도적 다수가 중국에서 발생했지만 일본, 싱가포르, 한국 등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남성의 경우 2.84%, 여성은 1.70%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 안팎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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