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21세기의 전염병들

딸기21 2020. 2. 4. 16:26

2020.2.3

3일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수송기 편으로 후베이성 우한의 톈허공항에 도착한 군 의료진이 마스크를 쓴 채 비행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비행기 출입구에 ‘중국 힘내라(中國加油)!’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우한 신화연합뉴스

 

2019년 12월 말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신종 폐렴 환자가 확인됐다. 세계를 불안하게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의 시작이었다. 중국 당국이 인구 1100만명의 우한시를 봉쇄하고 인민해방군까지 대대적으로 방역에 투입했지만 확산세는 그칠 줄을 모른다. 3일까지 중국 본토 사망자는 36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필리핀에서 사망한 사람까지 합치면 363명이다. 349명이 사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을 넘어섰다. 전 세계 감염자 수가 1만8000명에 육박한다.

 

각국이 전세기로 자국민들을 실어나르고 우한 방문자들의 출입국 통제를 시작했으나 역부족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 차례 회의 끝에 신종 코로나를 ‘국제 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로 선언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2009년 신종플루 때처럼 지구적인 대유행을 뜻하는 ‘팬데믹(pandemic)’ 단계를 선언해야 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나온다. 21세기 세계를 흉흉하게 만든 주요 호흡기 전염병들과 신종 코로나의 확산·대응 과정을 비교해본다.

 

폐쇄성이 부추긴 사스 대란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 일대에서 처음 사스 환자가 보고됐다. 사스 감염자들은 2~14일 잠복기 뒤에 발열, 근육통과 두통, 기침, 호흡곤란, 폐 손상 등의 증상을 보였다. 감염자 전체 치사율은 9~10%이지만 60세 이상 치사율은 50%에 육박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퍼진 2003년 4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입국자들의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광둥성 광저우의 한 병원에 2003년 1월 말 입원한 환자를 통해 의료진 30여명이 감염됐다. 이 환자에겐 ‘슈퍼확산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를 치료한 의사가 감염된 뒤 홍콩으로 가서 2차 슈퍼확산자가 됐다. 먼저 홍콩에 번졌고, 홍콩을 통해 세계로 퍼졌다. 대응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초반에 우왕좌왕하면서 정보를 숨겼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류의 호흡기질환을 국제사회에 알린 것은 전자경보시스템을 모니터링하다가 질병을 포착한 캐나다였다. 세계가 사스에 대해 알게 되고 경각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3년 2월 중국을 방문한 미국인이 경유지인 베트남 하노이에서 사망하면서였다. 하노이 감염을 조사하던 WHO 이탈리아 의료진이 베트남 정부와 WHO에 이 사실을 알렸다.

 

중국은 그 뒤부터 WHO에 공식 보고를 했다. WHO는 2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500명 넘는 이들이 숨진 뒤에야 글로벌 대응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었다. 2003년 4월 인민해방군 병원 수석내과의사였던 장옌용이 사스 은폐·축소 실태와 위험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뒤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었고, WHO 역학조사단도 받아들였다. 2009년 10월 중국은 당시 대응에 대해 뒤늦게나마 사과했다.

 

 

특히 사스는 의료진을 통한 2차, 3차 감염이 심각했다. 의료진 감염만 1000여건에 이르렀고 30여명이 사망했다. WHO에 위험성을 보고했던 이탈리아 의사 역시 사스로 사망했다. 뒤에 사스로 명명된 이 병을 일으킨 것은 박쥐를 매개로 생겨난 사스-코로나바이러스(SARS-CoV)였다. 사향고양이, 너구리, 박쥐 등 여러 동물에게서 이종 간 감염이 확인됐다.

 

세계를 감염시킨 신종플루

 

2009년 봄 멕시코 베라크루스에서 인플루엔자가 돌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지역 내 질병으로 여겨졌으나 4월이 되자 멕시코를 넘어 세계로 퍼져나갔다. WHO는 2005년 만들어진 규정에 따라 최초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두 달 뒤 WHO는 신종플루를 감염병 경보 중 최고 단계인 팬데믹으로 규정했다.

 

처음에 이 질병은 돼지독감, 멕시코독감 등으로 불렸으며 그 이후로는 ‘신종 인플루엔자 A’ ‘H1N1 독감’ 등 여러 이름이 혼용됐다. 이름을 둘러싼 혼선은 이 감염증을 둘러싼 혼란을 그대로 반영한다. 신종플루는 흔한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달리 고령층을 넘어 전 연령층에 확산됐으며 감염자마다 증상과 위험도가 크게 달랐다.

 

2009년 11월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보건센터에서 주민들이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기존 인플루엔자 백신이나 치료제 처방도 잘 듣지 않았다. 유전자 분석들을 통해 H1N1 바이러스가 5개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유전자가 섞인 변종이었던 탓에 증상이 복잡하고 전염성이 컸던 것으로 추정됐다. 그뿐 아니라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했다. 2010년 6월 돼지에게서 H1N1의 새 변종이 검출됐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동안에 다시 변종이 생겨나고 있음을 확인한 사례였다.

 

사스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염병 대응모델을 가다듬는 계기가 됐지만 논란도 있었다. 특히 제약회사들의 공포 마케팅에 WHO가 휘둘렸다는 비판이 거셌다.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 로슈가 막대한 수익을 거둔 사실로 인해 이런 비판에 더욱 힘이 실렸다. 제약회사들의 부추김이 ‘팬데믹 선언’에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오자 WHO가 뒤에 조사를 벌여 “제약업계의 이윤 동기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한국 집중 발병한 메르스

 

WHO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증상은 천차만별이다. 거의 아무 증상이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극심한 호흡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각종 통계마다 다소 다르긴 하지만, 치사율이 35~40% 정도로 높았던 것도 이 감염증의 특징 중 하나였다.

 

2015년 6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 들어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12년 11월 이집트 학자 알리 모하메드 자키 박사 연구팀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분리했을 때만 해도 중동과 북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감염증을 일으킨 정도였다. 그러나 2013년 5월이 되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40여명이 감염됐고 치사율이 치솟았다. 6월이 되자 요르단, 튀니지, 카타르 등 주변국들에서도 감염자가 보고됐고 유럽에서도 환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사우디 한 나라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에 WHO는 PHEIC를 선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15년 5월 중동이 아닌 한국에서 메르스 대란이 벌어졌다. 중동을 방문하고 귀국한 뒤 발열 증상을 보인 60대 남성이 의료시설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으나 초기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환자는 여러 의료시설을 이동하게 됐고, 의료시설을 통한 2차·3차 감염이 확산됐다.

 

6월7일이 되자 삼성서울병원, 평택성모병원을 비롯해 한국 내 24개 의료시설이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환자 발생·이송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감염에 노출된 의료시설들도 뒤늦게 공개했다. 시민 안전보다 의료시설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데에 더 치중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 될까

 

중국 당국은 지난달 23일 우한을 봉쇄했으며 설 연휴를 연장해 인구이동을 분산시키고 국내외 단체관광도 중단시켰다. 하지만 1월 말이 되자 중국 내 누적 확진자 수는 1만명을 넘어섰고 20여개국으로 전파됐다. 의료시설이 모자라 치료에 차질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인민해방군 의료진과 수송기까지 투입해 대대적 방역에 나섰다. 우한에는 응급병원 2곳을 신축했다.

 

2020년 1월 2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지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현재까지 감염자와 사망자는 모두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중국 밖에서 숨진 유일한 환자도 필리핀에서 사망한 중국인이다. 관건은 앞으로의 전개다. 한국과 미국 등이 우한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의 이동을 전면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일단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할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신종플루 때처럼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WHO는 감염증의 위험 수준과 확산 정도를 6단계로 평가한다. 1~3단계는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돼 국지적 감염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사람 간 전염이 일어나면 4단계로 대응이 격상되고 5~6단계는 사람 사이 감염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상황을 뜻한다. 신종플루는 6단계 팬데믹이 선언됐다.

 

사스·메르스와 비교할 때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치사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확산 속도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신종플루를 일으킨 H1N1 바이러스 수준으로 빠르다”고 보도했다. 바이러스의 사람 간 감염 정도도 중요한 판단 요인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의 경우 사람 간 감염이 인플루엔자보다는 덜 활발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증상 감염’ 등 특이한 양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21세기의 전염병들… 신종 코로나도 '팬데믹' 될까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신종코로나…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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