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위가 진정 국면으로 향하고 있는 지금, 홍콩에서 누구보다 앞날이 불안한 사람 중 하나가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다. 시위 사태와 구의원 선거 ‘친중파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지, 공산당 지도부의 재신임을 얻을 지 기로에 놓인 캐리 람 장관이 조만간 베이징을 방문해 ‘지침’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01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캐리 람 장관은 10일 오전 행정회의에 참석하기 앞서 “오는 14일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리 람 장관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만나 올 한 해의 업무보고를 하고, 홍콩 상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침을 들을 계획이다.
홍콩 행정장관의 연말 업무보고는 매년 되풀이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캐리 람 장관은 웨강아오(광둥·홍콩·마카오) 경제개발 계획과 일대일로 건설에 관한 지시를 들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홍콩 시위 상황과 향후 계획, 구의원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범민주 진영이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뒤 캐리 람 장관은 궁지에 몰려 있다. 여기에 미국의 홍콩인권법까지 맞물리면서 베이징 지도부가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캐리 람 장관의 거취가 걸려 있다.
캐리 람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퇴진 등 시위대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은 이미 철회했으며, 강경진압 책임자 처벌과 체포된 시위대 석방 등은 ‘법치에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시위대는 캐리 람 장관의 사퇴도 요구해왔다.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도 그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을 강조했다. “6월 이후 지금까지 체포된 6000명 중 40%는 학생”이라면서 홍콩 내 모든 학교에서 체포된 학생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신의 최우선 과제는 “홍콩에 법과 질서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가 참패한 것에 당국의 책임이 크다며 사과를 하기도 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캐리 람 장관이 이날 회견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자가 아닌 (홍콩)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며 “친중파의 패배가 (홍콩) 정부와 직접 관련돼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중파 후보들에게 자신이 사과하는 게 자연스럽다면서 “이런 상황을 회피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나 범민주 진영을 존중하겠다면서도 “그들도 관례와 규칙을 존중해야 한다”는 말을 덧댔고, 홍콩 의회인 입법회 출석을 연 4회에서 월 1회로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채널뉴스아시아는 캐리 람 장관이 사퇴 대신 ‘내각 재편’으로 위기를 타개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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