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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OMIA 연장]아베 "한국의 전략적 판단" 한일관계 급한 불 껐다

딸기21 2019. 11. 22.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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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22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의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고 있다.  교도 A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것과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이 전략적 관점에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상은 일시적 보류가 아닌 ‘공식 연장’을 바란다고 했고, 경제산업성은 3년여 만에 양국 간 국장급 정책대화를 다시 열 것이라고 했다. 외무상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도 환영 목소리가 나왔다. 양국 모두 상대 측의 양보와 ‘전제조건’을 거론하며 아직 서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꼬인 실타래를 풀 계기는 마련한 것이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나 우려됐던 양국이 벼랑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한미일 협력 중요, 한국의 전략적 판단”

 

NHK방송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2일 오후 6시 30분쯤 총리 관저를 나오면서 GSOMIA 문제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에 대응하려면 한일, 한미일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며 한국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한국이) 일시적으로 종료 통보의 효력을 정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제대로 된 형태로 GSOMIA가 연장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자민당의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의원은 NHK에 “북한 문제를 비롯해 동북아가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건설적인 대응을 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징용’을 둘러싼 문제도 한국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GSOMIA를 사실상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같은 대한국 무역제재를 어떻게 철회할 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이는 한국이 수출관리를 엄격히 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며 GSOMIA나 과거사 갈등과는 상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GSOMIA 종료가 보류된 이날도 일본 측은 겉으로는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경제산업상이 아니라 국장급인 무역관리부장이 나온 기자회견에서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원료 등 3품목을 개별심사해 수출허가를 판단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 즉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조치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국장급 정책대화, 3년여 만에 재개

 

그러면서도 경제산업성은 “한국 측이 무역관리 체제를 개선하겠다는 의욕을 보여왔으므로 정책대화를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분쟁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면서,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친 후 국장급 정책대화를 열 것이라고 했다. 양국 간 국장급 정책대화는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3년 넘게 열리지 않았다.

 

이이다 요이치 무역관리부장은 회견에서 “한국과 지난 19일에도 제네바에서 회합을 했고,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WTO 프로세스(제소 절차)를 중단한다는 통보가 있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한국이 수출관리의 문제를 개선할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수출규제를 푸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기자들에게 “GSOMIA와 수출 규제 문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며 “강경화 한국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의 수출관리에 안보 우려가 있다면서 지난 7월부터 반도체 등 원자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제외했다. 당시 한일 실무회의에서 일본은 한국이 무역관리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언론들 “한미일 동맹 타격 피했다…미국 압박 효과”

일본 언론들은 물론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도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사실상 ‘조건부 연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22일 긴급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언론들은 막판 워싱턴의 압박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15일 서울의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마지막 순간에 한국이 일본과의 정보 조약을 떠나는 것을 연기했다’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도쿄발로 보도된 이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마지막 순간에 GSOMIA를 임시 연장하기로 했다”면서 “몇 달 동안 고조됐던 한국과 일본의 긴장관계가 개선될 지 모른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번 발표가 일본 나고야에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기 전날 나왔다고 설명하면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GSOMIA 유지를 촉구하는 등 “미국 관료들이 로비를 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한국과 일본이 ’최후의 순간‘에 GSOMIA를 구해내는 합의를 했다면서 “아시아 동맹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이 타격을 입는 것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두 동맹국을 향해 그들 간의 분쟁이 미국의 지역 안보네트워크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 뒤에 나왔다”고 썼다. 

 

 

AP통신도 한국이 “조약을 지키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압박 뒤에” 이번 발표를 했다면서, GSOMIA는 북한 핵위협과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맞선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