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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실탄 진압'…중국 공안 개입설, 홍콩 사태 어디로

딸기21 2019. 11. 11. 17:32

11일 홍콩 사이완호 지역에서 열린 시위 희생자 추모 집회에서 경찰이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사격 장면과 제압 장면은 페이스북에서 생중계됐다. /CUPID PRODUCER via REUTERS

 

홍콩 시위대 1명이 추락사한 데 이어,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까지 발사했다. 30년 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참사가 벌어져선 안 된다며 세계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자칫 유혈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진다.

 

페북에 생중계 된 홍콩 경찰 실탄 발사 장면

 

홍콩 경찰이 무방비 상태의 시민들을 상대로 실탄을 쏘는 장면이 동영상을 통해 중계되면서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경제성장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던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말과는 너무 다른 반민주적이고 억압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홍콩 경찰의 이런 강경진압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베이징이 강경 대응 방침을 결정한 이후 어느 정도 예고됐던 것이기도 하다. 실탄 발사는 경찰의 돌발행위가 아니라 베이징의 강경진압 기조 속에서 나온 ‘정해진 수순’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강경 대응’ 기조 세운 공산당

 

4중전회에서 공산당 지도부는 홍콩과 마카오의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법률제도를 정비하겠다고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홍콩에 대해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했고, 그 후 첫 주말 시위가 열린 지난 2일 홍콩 경찰은 곧바로 병력을 투입해 하루 새 200명 이상을 체포했다. 길거리뿐 아니라 쇼핑몰 안에까지 경찰을 들여보내 검거작전에 나섰다.

 

홍콩 시위대가 11일 센트럴지구에서 경찰의 최루가스 속에 달려가고 있다.  홍콩 로이터연합뉴스

 

시 주석은 4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만나 재신임을 표시하면서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이 자리에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동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력진압으로 가는 것이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어 5일과 6일 홍콩·마카오를 담당하는 한정(韓正) 부총리가 캐리 람 장관을 만나 시위대의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6일 일어난 친중파 정치인 피습사건은 ‘시위대의 폭력’을 강조하고 무력진압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됐다. 7일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의 추홍 부주임은 “홍콩의 폭력 수준이 인명을 해치는 수순까지 악화됐다”면서 “폭도와 그 배후의 검은 손”을 거론하며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9일에는 중국 국무원의 홍콩·마카오판공실이 홍콩에 ‘국가보안법’ 같은 법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기본법에 규정된 대로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행위를 엄벌하는 법률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4중전회에서 정해진 방침대로 홍콩 통제조치들을 완비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강조해온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약속을 상당부분 폐기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미 진압과정 개입한 중국

 

지난 8월 홍콩과 마주한 선전의 종합경기장에는 광둥성 곳곳에서 모여든 장갑차와 군용트럭들이 들어섰고, 무장경찰 수천 명이 붉은 깃발을 흔들며 퍼레이드를 했다. 홍콩 시민들 코앞에서 중국의 무장경찰 5만명이 시위 진압 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입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에는 군이 직접 나서서 탱크로 시민들을 짓밟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그 때처럼 인민해방군이 홍콩으로 진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명목상 경찰일 뿐 중앙군사위원회의 통제 하에 있어 사실상 군과 다름없는 무장경찰이 투입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중국 공안과 시위 진압부대가 홍콩 사태에 이미 투입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에는 시위 진압 경찰이 광둥어가 아닌 베이징 표준어를 쓰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다. 홍콩 당국은 2014년 ‘우산혁명’ 무렵에 시위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특별전술소대, 속칭 ‘속룡(速龍)소대’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심의 센트럴금융지구가 시위대에 점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긴급투입 부대인 셈이다. 이들이 이번 시위에 투입됐고, 본토의 공안이나 준군사조직으로부터 지원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의 한 중국 전문가는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방식과 시위대를 대하는 태도가 그동안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면서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폭동진압 훈련을 받아온 경찰들, 본토로 건너가 훈련을 받고 온 사람들이 대거 투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찰이 실탄을 쓴 것은 ‘끝까지 진압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위대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도부 없는 시위, 예측 힘들어

 

지난달 5일 복면금지법이 시행되고 4중전회와 맞물려 홍콩 경찰이 공세에 나서면서 시위는 소강 국면을 맞는 듯했다. ‘시위 피로감’이라는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대학생의 추락사와 뒤이은 경찰의 실탄 발사는 오히려 시위를 격화시키고 충돌을 부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시위가 8개월 가까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은 온건파와 과격파로 나뉘고 있다. 경찰이 강경하게 나올수록 온건파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평화시위는 불가능하다” “홍콩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8월 홍콩과 마주한 중국 남부도시 선전의 선전만스타디움 옆에 늘어선 무장경찰의 장갑차와 군용차량들.  선전 AP연합뉴스

 

‘긴급조례’(긴급법)를 발동하면 홍콩 당국은 기존 조례(법)들을 무력화하고 언제 어떤 법이든 만들어 시민들에게 재갈을 물릴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하게 나온다 해도 시위가 단시일 내에 잦아들기는 힘들어 보인다. 장정아 인천대 교수는 “이번 홍콩 시위의 특징은 뚜렷한 지도부가 없다는 점”이라며 “출구전략을 짜기도 어렵고, 누군가 제안을 하더라도 모든 시위대가 다 따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변수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구의원 선거다. 베이징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 홍콩에서 유일하게 직선제로 대표자를 뽑는 것이 구의원 선거다. 그동안에는 친중파가 우세했으나 이번 선거에선 반중파가 승리할 것으로 점쳐진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홍콩 당국과 친정부파는 연기론을 흘리고 있다. 조례상 2주까지만 연기할 수 있는데 긴급조례까지 동원해서 몇 년씩 미룰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종교단체 지도자들이 최근 비공개 회동을 해서 “구의원 선거는 반드시 예정대로 치러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고, 충돌을 막기 위해 시위대 설득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위대를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