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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에서 그린란드까지...‘트럼프 진창’에 빠진 미 국무부

딸기21 2019. 11. 7. 16:38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조사 비공개 청문회에서 증언한 뒤 의사당을 나가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해야 했다. 논의를 하려 했는데 그린란드 문제까지 불거져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하원 탄핵조사가 진행 중이다. 비공개로 진행된 청문회 증언을 민주당이 공개하기 시작했다. 6일(현지시간)에는 지난달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의회에 나와서 한 발언들을 담은 녹취록이 공개됐다. 트럼프 스캔들도 문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망가진 국무부 실상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녹취록을 보면 테일러 대사는 청문회에서 “올여름 고위 관리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문제를 논의해야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백악관 관리들과 장관들이 “서로 다른 때에 서로 다른 출장들을 다녀야 했고 그린란드를 사들이는 문제가 국가안보회의(NSC)의 에너지를 많이 잡아먹었다”고 했다. 

 

앞서 8월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에게 그린란드를 사들일 방법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에 속한 자치령이다. 덴마크나 그린란드 입장에선 턱도 없는 주장이었는데, 백악관 외교안보라인은 트럼프의 뜬금 없는 아이디어 때문에 주요 사안에 집중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라운드업]트럼프는 어쩌다 탄핵 조사를 받게 됐나…‘우크라이나 스캔들’ 총정리

 

 

때 아닌 그린란드 소동이 벌어지던 시기에, 테일러 대사 등은 우크라이나 원조가 왜 중요한지 트럼프에게 인지시키느라 애를 먹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은 계속해야 했고 국방장관, 국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공감했다. 모두 함께 트럼프를 설득했지만 “그런 회의 스케줄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테일러 대사는 말했다. “그린란드 문제도 NSC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고 있었다”고 테일러가 말하자 청문회를 이끈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그건 전혀 다른 이유에서 혼란스러운 사안”이라고 논평했다. 

 

국무부 주요 인사들의 하원 증언이 이어지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한 국무부 내부의 반발이 그대로 노출됐다. 백악관이 청문회를 비난하고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 전문가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탄핵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국무부 고위관리들이 잇달아 증언에 나선 것 자체가 국무부 내의 갈등을 보여준다. CNN방송은 “탄핵 조사 국면에서 폼페이오가 국무부 내의 신뢰를 잃었다”며 국무부 내에서는 폼페이오가 부하직원들이 아닌 트럼프만 중시한다는 불만이 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MSNBC도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의 반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가 지난달 11일 하원 정보위원회 등 3개 상임위 공동 비공개 조사에서 9시간 동안 증언한 뒤 이사당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 EPA연합뉴스

 

특히 국무부와 외교관들을 불안하게 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를 갈아치운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보여준 행태였다.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임명된 요바노비치는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지난 5월 전격 경질됐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측에 바이든 조사를 종용하라는 백악관의 요구를 따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밀려났다고 최근 의회에서 증언했다. 트럼프 개인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가 이 과정에 개입해 ‘비선 실세’ 역할을 한 사실이 속속 알려졌다. 

 

줄리아니의 행동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면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처럼 트럼프에 내쳐질까 두려워’ 예스맨 노릇만 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요바노비치는 대사직에서 내몰리기 전에 국무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도 묵살당했다고 증언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전 보좌관도 “요바노비치 구명 성명을 내려고 3차례나 시도했지만 장관이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고 의회에 나와 말했다. 4차례나 대사를 지낸 필립 리커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도 의회 증언에서 “국무부의 수장이 요바노비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폼페이오 장관에게) 거절당했다”고 했다.

 

국무부 ‘넘버3’인 데이비드 헤일 정무차관이 6일 증언을 하는데, 만일 그조차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폼페이오 장관의 설 자리는 거의 없어진다. 내부의 불신이 극에 달하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음모론’으로 몰아가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