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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목 죄는 이스라엘

딸기21 2006. 2. 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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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국들이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한 이슬람 강경 정치조직 하마스에 원조 중단 압력을 가한데 이어, 이스라엘이 자치정부 세금을 틀어쥐고 본격적인 ‘목죄기’에 들어갔다. 재정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아랍국들에 손을 벌리고 있다.


돈줄 막는 이스라엘


자치정부의 세금 징수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내줘야할 수입 5500만 달러의 전달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매달 첫날 세금을 팔레스타인에 전달해왔으나, 지난 25일 총선이 하마스 압승으로 끝나자 이를 중단하겠다고 위협했었다. 이스라엘의 치피 리브니 신임 외무장관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테러정부로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강경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날 세계은행도 “자치정부가 약속한 개혁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12월분 원조금 지급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자치정부는 공무원 월급도 못 줄 판이 됐다. 하마스는 집권도 하기 전에 첫 시련에 부딪친 셈이다.




이스라엘 수비대가 요르단강 서안 접경 수비를 하고 있다. / 로이터


이스라엘은 아랍계의 무장공격이 벌어질 경우 한 마을 전체를 봉쇄하는 이른바 ‘집단적 응징’을 가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왔다. 마젠 소노크로트 팔레스타인 재무장관은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집단적 응징’ 방식이 확대된 것”이라면서 “이런 월권 행위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치정부는 공무원 13만7000명의 월급으로만 매달 1억1600만달러를 쓰고 있다. 공무원 중 6만 명이 보안요원이다. 이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면 치안이 더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2000년 이래 이스라엘의 봉쇄로 팔레스타인 지역 실업률은 22%에 이르고 있다. 실제로는 50%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역 주민들 상당수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극빈층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마스, “아랍이 도와달라”


하마스 지도부는 서방과 이스라엘의 압력에 강경 입장을 굽히는 대신,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에 사절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사우디와 카타르는 각기 2000만 달러, 1300만 달러를 팔레스타인에 긴급 원조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서방과 하마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선 이집트 정부는 이스라엘에 자치정부 모든 세금을 전달해줄 것을 촉구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오른쪽)이 카이로를 찾아온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만나 회담하고 있다. / AFP


그러나 하마스를 대하는 아랍권의 입장은 미묘하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하마스에 폭력노선을 포기하고 서방과 관계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중동 정세의 안정을 바라는 아랍권 친미국가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함께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을 필두로 한 파타 온건파를 지원해왔다. 하마스 득세에 놀란 것은 아랍국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이스라엘과 서방에 강경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하마스에도 폭력 포기를 종용하는 입장이다. 이집트 대통령실 대변인 술레이만 아와드는 “타계한 야세르 아라파트 전 수반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노선을 바꾸는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하마스에 실용주의를 요구했다.


“결국 이란에 손 벌릴 것”


아랍국들이 미국 눈치를 보는 반면, 자원 대국 이란은 하마스 총선 승리를 가장 먼저 환영하고 나섰다. 이집트의 오마르 술레이만 정보국장은 AP인터뷰에서 “서방이 원조를 끊거나 줄이면 이란이 팔레스타인의 재정 부족분을 메워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집트나 사우디처럼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막대한 오일달러를 주무를 수 있는 이란이 결국 하마스의 후원자가 되리라는 것이다.

아랍권 ‘말썽꾼’ 시리아도 하마스와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고 있다. 파루크 알 샤라 시리아 외무장관은 지난 31일 “아랍권 국가들이 원조금을 대신 제공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부시가 1일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하마스를 욕하는 연설을 한 뒤 씩 웃고 있다. / AFP


이란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면 중동 평화협상은 더욱 꼬이게 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일 AP, 로이터 회견에서 "필요할 경우 이란으로부터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하마스가 강령을 바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정책을 버리고 무장조직을 해체하지 않는 한 미국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구상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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