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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터키군 잔혹행위에 미군도 "속수무책"....국제사회, 입 모아 시리아 공격 "반대"

딸기21 2019. 10. 1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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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0

터키-시리아 접경지대에 주둔한 터키군 자주포. 터키군이 9일 공개한 사진이다. 이날 터키군은 시리아 국경도시들의 쿠르드 거점들을 폭격하고 지상작전도 시작했다.  터키 국방부·신화연합뉴스

 

터키군이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을 공습·포격한 데 이어 탱크와 지상군 병력을 들여보내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다. 터키 국방부는 9일 밤(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평화의 봄’ 작전의 일환으로 유프라테스 강 동부에서 지상작전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터키군은 라스알아인과 탈아브야드, 코바니 등 시리아의 국경도시 여러곳을 동시에 폭격하고 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PG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은 트위터에서 “SDF 전사들이 탈아브야드 지역을 공격해온 터키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군사력에서 터키군에 비교되지 않는 쿠르드민병대가 아무리 거세게 반격한들, 민간인 희생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병사들은 미국 언론에 “미친 짓” “잔혹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쿠르드족이 공중 지원을 요청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하지 말라고 지시해, 미군은 터키군의 잔혹행위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군이 쿠르드족을 상대로 ‘인종청소’ 방식의 학살을 자행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안전지대’ 만든다며 폭격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공격으로 쿠르드가 주축이 된 부대들을 몰아내고 국경을 ‘안전지대’로 만들어, 시리아 난민 수백만 명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등에 따르면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시리아인 수백만 명이 국경을 넘어 터키로 향했고, 그들 중 일부는 지중해를 건너거나 육로를 통해 유럽 등지로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367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에 머물고 있고 대다수는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에르도안은 이들이 시리아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안전지대 구상을 내놨고 이번 공격에서도 명분으로 삼았다.

 

유엔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같은 다국적 동맹체가 개입해 분쟁지역의 특정 구역을 설정, 무력사용을 중단시키는 것이 안전지대 구상의 기본틀이다. 그러나 터키-시리아 국경의 안전지대 구상은 국제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으며 에르도안의 설득에 넘어간 트럼프만이 동의했다. 미국과 터키가 올 1월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했으나 결과적으로 터키의 군사행동만 용인하는 결과가 됐다.

 

터키의 실제 목적은 그동안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을 주도하며 위상을 높인 쿠르드 군사조직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현재 시리아 북동부에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들어서 있다. IS 세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미군, 러시아군, 시리아 정부군이 경쟁하듯 폭격을 퍼붓던 상황은 사실상 종료됐다. 그런 상황에서 터키가 IS 격퇴전에 가장 크게 기여한 쿠르드민병대(YPG) 등을 테러조직으로 몰아붙이며 공습과 지상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쿠르드민병대를 터키 내 분리주의 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 ‘다에시(IS의 아랍어 표현)’와 한데 묶으며 이들에 대한 작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YPG와 시리아민주군을 극단주의 테러조직으로 몰아가는 것이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기는 힘들다. 심지어 현지의 미군들조차 ‘자괴감’을 표한다. 쿠르드 민병대와 함께 복무하고 있는 한 미군 특수부대원은 폭스뉴스에 “터키군의 만행을 최전방에서 목격하고 있다”며 “내 직업을 선택한 이후 처음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미군 1000명 정도가 남아 있다.

 

유엔도, EU도 “군사행동 반대”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 측은 9일 “시리아 분쟁에서 ‘군사적 해법’은 없다”면서, 터키의 군사작전이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보호하도록 규정한 유엔 헌장과 인도주의에 관한 국제법의 틀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군사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터키에 촉구하면서 안전지대 구상을 지지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고위대표도 “터키 측의 일방적인 행동”이 IS에 맞선 공동행동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인 터키의 ‘안보 우려’에 근거가 있다고 옹호한 뒤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행동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랍국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IS 격퇴전을 도와 기지를 내주고 공습에도 참여했으나, 시리아 정치상황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피해왔다. 하지만 터키의 공격은 아랍권 주권국가에 대한 공격이어서 아랍의 반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터키의 침공이 “시리아의 주권을 멋대로 침해한 것이고 시리아의 (영토적) 통합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도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아랍연맹은 12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터키의 시리아 공격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트럼프 “나쁜 아이디어”

 

시리아 북부의 미군을 빼내 터키의 군사행동을 사실상 용인해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터키군이 공습을 시작하자 “나쁜 아이디어”라면서 거리를 뒀다. 그러고는 터키 정부에 종교적 소수집단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백악관은 “미국은 이번 공격을 지지하지 않으며 터키 측에 군사행동은 나쁜 아이디어임을 분명히 밝혔다”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트럼프가 에르도안과 통화하고 며칠 안 돼 공격을 시작한 것이어서, 미국 책임론은 피하기 힘들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후원자’인 동시에 터키의 에르도안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크렘린은 푸틴이 이번 공격 전 에르도안과 통화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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