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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원톱'이라더니...트럼프 '총알받이' 된 폼페이오

딸기21 2019. 10. 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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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존 볼턴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리에서 몰아내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힘이 실릴 것이고, 폼페이오 장관이 사실상 ‘외교 원톱’이 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과 이란 갈등, 북미 대화 등 할 일이 쌓여 있는데,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얽힌 총알받이가 돼버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2일 민주당의 엘리어트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의회가 요구한대로 국무부 관리들이 출석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의회는 앞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조사’ 압박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무부 관리 5명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폼페이오는 이 출석요구가 국무부의 전문가들을 “위협하고, 괴롭히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회는 폼페이오에게도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요구한 자료 양이 많고 시일이 촉박해 이것도 무리라고 했다. 이탈리아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는 서한 내용을 트위터에도 올렸다.

 

미 하원의 국무부 직원 출석 요구를 거부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트위터 글.

 

폼페이오가 노골적으로 하원 조사에 저항하자 국무부 관리들을 소환한 민주당 소속의 하원 외교위·정보위·정부감독개혁위원회 위원장들은 “폼페이오가 국무부 직원들이 나서지 못하도록 협박하고 있다”는 비난 성명을 냈다. 트럼프가 미국 외교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폼페이오가 트럼프를 지키기 위해 직원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자, 국무부 내부에서는 “모순의 극치”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했다.

 

직원들뿐 아니라 폼페이오 자신도 곧 소환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폼페이오가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통화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3개 상임위 위원장들은 폼페이오 비난 성명에서 “이것이 사실이라면 폼페이오도 탄핵조사의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를 갈아치우고 원조를 끊는 과정에 국무부가 개입했는지 알려면 폼페이오 소환조사는 불가피하다. 트럼프 측근인 국가안보국장이 내부고발자의 보고를 묵살 혹은 방기해 논란을 부른 것처럼, 국무부 직원들이 의회에서 증언하는 걸 국무장관이 막는다면 그 또한 논란거리다.

 

하원 민주당은 탄핵조사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한다. 2일(현지시간)에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 3일에는 커트 볼커 전 우크라이나 특사가 나와서 의원들 질문에 답해야 한다. 4일은 폼페이오가 요구받은 자료 제출 시한이다. 마이클 애트킨슨 정보기관 감찰관(ICIG)도 이날 하원 정보위에서 비공개 증언을 한다. 7일에는 조지 켄트 국무부 유럽·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 8일에는 울리히 브레흐벌 국무부 자문관, 10일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대사가 출석하게 돼 있다. 15일은 트럼프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의 자료 제출 시한이다.

 

의회전문지 더힐에 따르면 소환 일정이 잡힌 이들 중 요바노비치 전 대사와 볼커 전 특사는 출석할 계획이다. 하지만 폼페이오나 다른 관리들이 소환장을 받고도 출석을 거부하면, 의회에 끌어낼 방법은 딱히 없다. 의회의 행정부 관련 규정에 이런 경우에 대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폼페이오를 불러내는 데에 실패한다면 민주당은 탄핵조사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게 분명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의회로선 현재 폼페이오에 맞설 옵션이 별로 없다”면서 “행정부 관리가 의회에 맞서는 전례를 만든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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