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숲이 몇 주 째 불타고 있습니다. 불길을 잡기조차 힘들 정도로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연기가 하늘을 덮습니다. 아마존의 화재가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번 산불은 지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메가파이어, 초대형 산불로 번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 이래 열대우림을 베어내는 마구잡이 개발이 가속화돼왔고, 거기에 화재까지 겹쳤습니다. 그런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산불 사태에도 개발 우선 정책을 고수하겠다고 합니다.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전날 아마존 열대우림을 낀 지역의 주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원주민 보호구역이 너무 많다”고 말했답니다. 원주민 보호구역이 국토의 14%나 된다면서 “이전 정권들이 무책임하게 보호구역을 많이 지정했다”고 했습니다.
보우소나루가 내세우는 명분은 숲을 베어낼 때마다 개발론자들이 늘 해오던 얘기와 똑같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투자유치, 광산개발, 관광산업 진흥.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산불을 끌 수 있도록 브라질에 2000만달러(약 242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보우소나루 정부는 처음엔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비난이 빗발치자 지원금을 받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만, 아마존 산불에 외국이 끼어드는 걸 ‘외세 개입’으로 보는 듯한 발언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아마존은 브라질만의 것이 아니라,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지구의 자원입니다.
“아마존을 찾는 방문객을 압도하는 인상은 그곳의 아름다움이다. 복잡하게 뒤엉킨 덩굴식물과 강력한 판근, 석관처럼 쓰러진 나무들, 우뚝 솟은 야자나무, 무성한 관목 덤불, 신비롭고 조용한 시냇물에는 언제나 놀라움이 존재한다. 커다란 나무 몸통을 올려다보면 숲 천장의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빛과 거대한 가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에는 시시각각 다채로운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동틀녘과 해질녘에는 잠깐 동안 금색과 진홍색, 은색의 불빛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이른 아침에는 아름다운 물안개가 강에서 피어오른다. 그리고 강물에 반사되는 수목과 구름은 언제나 아름답기 그지없다.”
캐나다 탐험가 존 헤밍은 <아마존>이라는 책에서 이 숲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없어지면 세계엔 어떤 영향이 올까요.
아마존 숲은 세계 생물종의 25%가 살고 있는 곳입니다. 말 그대로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이 숲에 살고 있는 식물은 3만종, 곤충은 250만종, 물고기는 2500종, 새는 1500종, 파충류는 550종 정도로 추정됩니다. 포유류도 500종이 넘고요. 국제환경단체 야생생물보호협회(WCS) 자료입니다.
아마존은 또한 지구의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양을 조절하는 호흡기이기도 합니다. 지구혁신연구소(EII)의 대니얼 넵스타드는 AP통신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마존은 지구의 기후시스템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숲의 나무들은 1000억톤 가까운 탄소를 품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4000억톤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에서 해마다 대기중으로 쏟아져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400톤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 중 5%가량인 20억톤을 아마존이 흡수한다고 합니다. 넵스타드는 “아마존은 탄소를 붙잡아둘 뿐만 아니라 지구의 거대한 냉각시스템 기능도 한다”고 설명합니다. 아마존 우림의 나무들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지구를 식혀준다는 겁니다.
아마존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일어난 산불은 약 7만7000건. 그 중 60%는 브라질 영토 안에서 일어났습니다. 나머지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프랑스령 기아나, 가이아나, 페루, 수리남에서 발생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열대우림이 한번 사라지면 그 땅에서는 나무가 다시 자라나기 힘듭니다. 강우량이 많은 숲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땅에 닿는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면서 토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열대 지역 숲들의 영양분은 땅이 아닌 나무가 대부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땅에서 수목이 사라지면 집중호우에 노출된 표토가 즉시 침식돼 씻겨내려갑니다.
아마존보호기금의 자나 갬블은 AP에 “아마존은 지구 상 어떤 곳보다 많은 야생 동식물을 품고 있을뿐 아니라, 400~500여개 원주민 부족들이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보우소나루는 원주민 보호구역이 너무 많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산불은 보호구역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줬습니다. 아래 사진은 알타미라의 카야포 원주민들이 사는 멩크라그노티 보호구역 부근을 찍은 사진입니다. 왼쪽 숲은 다 타버렸지만 울타리가 둘러쳐진 보호구역 쪽 숲지대는 파랗게 남아 있습니다.
카야포 원주민들은 아마존 부족민들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부족입니다.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 아마존의 토칸칭스 강 하류에 투쿠루이 댐이 지어졌습니다. ‘파라오급 사업’이라 불리던 대규모 공사였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발전 댐이라던 투쿠루이가 1987년 가동되면서 원주민들이 살던 밀림 40만 헥타르가 물 속에 가라앉았습니다. 하지만 공사는 부실했고, 전력생산량은 미미했습니다.
아마존 저지대는 해발고도가 너무 낮고 평탄해서 어마어마한 면적을 침수시키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투쿠루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1980년대 말 정부는 알타미라 인근 싱구 강 하류에 수력발전 댐들을 줄줄이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이 댐들이 지어지면 카야포족의 땅이 모조리 물에 잠길 판이었습니다.
카야포족에는 파울리뉴 파이아칸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1988년 알타미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우리는 전기가 필요 없다. 이곳의 강들이 자유롭게 흐르길 바란다. 우리의 미래는 거기에 달려 있다. 당신들이 짓는 댐은 필요 없다”고 외쳤습니다. 집회 장면이 TV방송을 통해 세계로 송출됐고, 싱구 강 건설계획은 보류됐다고 합니다.
다시 존 헤밍의 책으로 돌아가볼까요. 아마존 500년 역사를 파헤친 헤밍에 따르면,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열강의 식민지 점령과 파괴작전 속에서도 아마존은 작은 생채기를 입었을 뿐이라고 합니다.
“4백 년간 포르투갈인과 브라질인들이 야금야금 베어 먹은 양으로는 이 매머드 같은 녹색 치즈의 표면에 구멍 하나 만들지 못했다. 아마존 강을 열심히 왕래한 지난 세기들은 ‘원주민 인구 대다수의 파괴와 몇몇 고무나무의 훼손’만 초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말이 되면서 아마존은 ‘치즈 표면의 구멍 하나’를 넘어서는 깊은 상처를 입기 시작합니다. 유럽의 침략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항공로와 전기톱과 도로’였습니다. 유럽 식민주의자들의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원주민들은 어느 정도나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보호구역이 만들어졌고, 비록 과거의 손실을 모두 보상받지는 못했을지언정 아마존의 주인들로 인정받으며 인구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숲은 지금 더 많이 사라졌습니다. 벌목꾼과 방목장과 콩 농장들과 카길 같은 다국적 농업기업과 댐 건설이 아마존 잔혹사를 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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