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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10년만의 총선'

딸기21 2006. 1. 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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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에서 25일 총선거가 실시된다. 오슬로 평화협정에 따라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성립된 이래 두 번째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집권 파타의 부진과 이슬람 정치조직 하마스의 돌풍이 예상된다.


`민주주의 정착' 실험


총선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2시간 동안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 1000여개 투표소에서 12시간 동안 진행된다. 유권자는 총 135만명. 총 132개 의석 중 절반인 66석은 지역구 투표로 선출되고, 나머지 절반은 각 정당이 내놓은 후보 명단에 대한 비례대표 투표로 결정된다.

이번 총선은 당초 지난해 7월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정정 불안 때문에 한 차례 연기됐다. 팔레스타인 총선은 1996년 이후 10년만이다. 첫 총선과 지난해 1월의 자치정부 수반 선거는 하마스의 불참 속에 파타당의 잔치로 끝났었다. 이스라엘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여온 하마스는 2004년 이후 정치조직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며, 지난해 1월 자치정부 수반 선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방선거에 후보를 냈었다. 하마스는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정당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과시했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선거관리 요원이 총선 하루 전인 24일

가자지구에서 투표함을 투표소로 옮기고 있다. / AFP


집권 파타를 이끌고 있는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은 24일 총선을 앞두고 "이번 선거는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다원주의와 민주주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타는 선거 캠페인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선거를 재차 연기하려 했으나, 하마스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25일 선거를 치르게 됐다.

압바스 수반 측은 이번 선거의 `역사적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미국이 주도한 중동평화로드맵에 따라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 건설로 가는 절차 중의 하나로, 팔레스타인은 민주적인 정부를 구성하고 치안을 유지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해보여야만 한다. 자치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투표소마다 20여명의 보안경찰을 배치했으며, 파타와 하마스의 무장분파들도 선거 폭력 방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24일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 파타 지도자 1명이 피살되는 등 분란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고 있다.





하마스 돌풍 예상


AFP통신은 자치정부 수도인 라말라의 한 정치연구소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파타의 예상 의석은 59석, 하마스는 54석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에서 파타는 35∼40%의 지지율로 하마스를 조금 앞서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4일 마지막 TV유세 이후 치러진 여론조사 결과 파타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의 지지율은 선거를 앞두고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자치정부를 이끄는 압바스 수반의 포스터에 붉은 페인트가 뿌려져 있다. / AFP


고(故) 야세르 아라파트 수반에 의해 창설된 파타는 오랜 기간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운동의 상징이 되어왔지만 부패와 무능을 심각하게 노출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압바스 수반 체제의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이 지난해 가자지구 점령지에서 철군한 이후 가자지구 치안 유지에 실패했고, 파타 내의 기득권층은 민주주의와 발전보다는 밥그릇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총선 비례대표 후보를 뽑기 위해 치러졌던 지난달 파타의 예비선거에서는 젊은 개혁파들이 압도적인 지지로 원로들을 누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아라파트당(黨)'으로 불리는 파타의 부패와 무능에 실망한 민심을 반영한 것. BBC방송은 "팔레스타인 민심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정 성사될까


지금까지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파타와 하마스 두 정당의 지지율은 어느 쪽도 40%를 넘지 못하고 있다. 두 정당은 24일 "최소한 5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나 어느 한쪽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연립정권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파타 내 개혁파를 대표하는 젊은 지도자 마르완 바르구티는 이미 하마스에 연정 구성을 제안했으며, 파타의 다른 지도자들도 연정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마스 쪽에서도 연정에 긍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팔레스타인 선거감시단에서 활동하는 국제기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양쪽이 연정을 구성한 뒤 하마스가 복지 등 사회 분야 각료직을 맡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군인이 예루살렘에서 24일 팔레스타인 과격파인

인민해방전선(PFLP) 총선 후보를 체포해 가고 있다. / AP


미국과 이스라엘은 강경파 하마스의 부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마스는 선거운동 기간 자치정부의 개혁과 민주주의 쪽에 초점을 맞췄으며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공격의 칼날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강령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마스가 집권하거나 연정에 참여할 경우 향후 평화협상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대행은 "팔레스타인은 독립국가로 가는 역사적인 기회를 극단주의자들의 손에 맡기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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