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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프리카가 화웨이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딸기21 2019. 6. 10. 16:45

지난해 프랑스 르몽드는 중국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정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부를 받아 2012년 AU가 새 건물을 지었고 화웨이가 통신설비를 맡았는데 이때부터 중국이 감청 등 정보수집을 해왔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U가 2017년 서버를 바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의장은 “순전한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하며 화웨이 편을 들었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 중국의 자금지원을 받아 지어진 이 건물의 통신설비는 화웨이가 맡아 설치했다. 지난해 서방 언론들은 중국 화웨이가 이곳에서 정보를 수집했다고 보도했지만 AU는 화웨이 편을 들었다. 로이터 자료사진

 

지난달 31일 AU는 중국 화웨이와 정보·통신기술 협력기간을 3년 더 늘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양해각서의 목적은 브로드밴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5G, 인공지능의 5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다지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은 화웨이를 ‘세계로 퍼진 중국의 스파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데 AU는 2015년 2월 화웨이와 한 차례 양해각서를 맺었고, 미국과 중국의 ‘화웨이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보란 듯이 다시 이를 연장했다. 중국의 아프리카전문가 필립 왕은 아프리카뉴스에 “AU가 화웨이를 계속 신뢰할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간다의 통신망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아프리카도 비껴나 있을 수는 없다. 명목상으로는 중립을 표방하며 두 고래 사이에서 치이지 않으려 애쓰지만, 이미 화웨이 문제에 얽혀들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뉴스는 지난 6일 “그러나 결국 아프리카는 중국에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 정보통신의 근간을 화웨이와 중국 기업이 구축해왔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가 우간다다. 아프리카뉴스에 따르면 우간다는 2008년부터‘전국 데이터 기간인프라 구축’이라는 이름으로 총연장 2400km에 이르는 광섬유케이블 설치 작업을 해왔다. 중국수출입은행이 이 사업에 1억700만달러를 댔고 화웨이가 사업을 맡았다. 이제 와서 미국이 우간다에 “화웨이와 관계를 끊으라”고 한들,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다는 얘기다.

 

아프리카연합(AU)의 토머스 크웨시 콰르테이 본부대사(오른쪽)와 중국 화웨이의 필립 왕 부사장이 지난달 31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AU 본부에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아프리카연합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은 단돈 30달러에 팔린다. 아프리카에서 쓰이는 스마트폰 3대 중 1대는 중국 선전에 있는 회사 트랜션의 ‘테크노’다.

 

트랜션의 스마트폰에는 2015년부터 중국 기업이 만든 붐플레이라는 음악 스트리밍 앱이 깔린다. 이집트, 나이지리아, 케냐에서부터 시작된 붐플레이 서비스는 4년 새 대륙 전역으로 확산됐다. 지금은 사용자가 4600만명에 이르며, 아프리카 시장점유율은 50%가 넘는다. 최근 미국 CNN은 붐플레이가 아프리카에서만큼은 세계 최대 스트리밍서비스인 스웨덴의 스포티파이를 눌렀다고 보도했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은 중국산 휴대전화에 중국산 앱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다.

 

내륙국가 우간다는 동아프리카의 ‘작지만 강한 나라’다. 우간다와 케냐, 르완다, 에티오피아 등은 인공지능과 로보틱스 같은 정보기술 분야를 도약대로 삼으려 국가적 투자를 하고 있다. 이들의 핵심 파트너가 화웨이다. 단순한 계약관계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중국과의 정보기술 협력은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에겐 새로운 기회의 문이기도 하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17년 케냐를 방문했을 때 “아프리카의 젊은 기업가 1000명을 지원해 전자상거래, 물류, 빅데이터와 관광부문 플랫폼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에티오피아의 철도

 

AU와 화웨이의 양해각서는 대륙 전역에 걸친 이런 협력관계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 또 현실적으로 화웨이 장비는 가성비가 높다. 화웨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보츠와나, 나이지리아의 몇몇 도시들과 스마트시티 개발 협정도 맺었다. 정보기술을 이용해 치안을 강화하고 ‘물과 에너지를 아껴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니,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도시들의 ‘니즈’를 정말 잘 파고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단순히 아프리카에 건물을 지어주고 석유를 퍼가는 게 아니다. 한 대륙의 인프라를 까는 일을 하고 있고, 그 첨병이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들이다. 반면 미국은? “아프리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윽박지르는 수준이다. 지난해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런 최후통첩성 발언을 했다. 아프리카가 중국 쪽으로 기울도록 부채질한 꼴이었다.

 

2016년 10월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지부티 간 표준궤철도(SGR) 열차에서 중국인 기관사와 승무원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를 잇는 표준궤철도(SGR)가 지난해 1월 완공됐다. 유럽 식민국들이 에티오피아에 철도를 깐 이래 ‘100년만의 최대 역사’였다. 건설비용 45억달러 중 25억달러를 중국수출입은행이 빌려줬다. 중국 건설회사들이 철길을 깔고 중국 차량을 들여왔다. 중국철로공정총공사(CRECG)와 그 자회사인 중국철도유한책임회사(CREC)가 운영을 맡았다. 아디스아바바에서 지부티로 가는 시간은 이틀에서 12시간으로 줄었다. 아프리카 최초의 ‘완전히 전력화된 철도시스템’이라는 아디스아바바 경전철(LRT)도 중국이 2015년 완공했다.

 

SGR이 뚫렸지만 전력공급 불안정에다 기술적인 문제들, 목축민 부족들과의 갈등으로 운영이 순탄치 않다. 수출입 화물 운송량 자체도 기대만큼 많지 않다. 자칫 이 철도는 중국과 에티오피아 양측에 밑빠진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학대학원(SAIS) 연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에티오피아는 중국에 131억달러를 빚졌다. 거기에 철도 빚이 추가됐다. 그런데 중국은 빚 독촉을 하는 대신에 지난해 말 상환기간을 15년에서 30년으로 늘려줬다.

 

대조되는 사례가 에티오피아의 두 도시를 잇는 아다시-웰디야 철도건설 사업이다. 유럽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터키의 야프메르케즈가 계약을 따냈고 터키수출입은행과 크레디스위스가 돈을 댔다. 쿼츠아프리카는 지난 4일 기사에서 “상환일정을 못 지키면 가혹한 벌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에티오피아는 이쪽 돈은 어김없이 갚는다”고 전했다.

 

겉보기엔 중국이 밑지는 듯하지만, 중국이 에티오피아에서 철도만 까는 게 아니다. ‘전략적 계산’으로 보는 게 맞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앙골라 다음으로 중국에 빚을 많이 진 나라이자,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다. 두 나라는 지난 4월 ‘아셰고다 풍력발전 프로젝트’라는 대규모 계약을 또 했다.

 

지부티의 군사기지

 

‘아프리카의 뿔’에 위치한 인구 88만명의 소국 지부티에는 미군 르모니에 기지가 있다. 소말리아 주변 해상을 비롯해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이는 미국 군사작전의 중심지가 이곳이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본부는 독일에 있기 때문에, 미군 4000명이 주둔하는 르모니에가 사실상 현장사령부인 셈이다.

 

민간 위성회사 디지털글로브가 2017년 4월 촬영한 동아프리카 지부티의 중국 군사기지. 미국 민간 전략컨설팅회사 스트래트포는 이 기지를 이용해 중국 인민해방군이 지부티의 항구를 거치지 않고도 해상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디지털글로브·스트래트포

 

지부티의 도랄레 항구 부근, 르모니에에서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중국이 2017년 인민해방군 기지를 만들었다. 중국의 첫 해외기지였다. 당시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이 기지를 통해 인도적 지원과 해상안전 강화라는 국제적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지부티에서도 중국은 미국처럼 땅을 차지하고 병력을 보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돈과 기술자들이 함께 갔다. 미군 아프리카사령부 관리는 최근 CNN에 “쉽게 말해 중국은 우리 파트너(지부티)가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준다”고 말했다. 토머스 월드하우저 미군 아프리카사령관은 지난 2월 상원에서 “도랄레는 지부티 해상 운송 물동량의 98%가 오가는 곳이고 르모니에 기지도 이 항구에 보급을 의존한다”며 불안감을 표시했다.

 

미국이 보기에 항구와 화웨이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월드하우저의 후임이 될 새 사령관 지명자 스티븐 타운젠드 장군은 4월 상원 청문회에서 “베이징의 통신기술 인프라가 아프리카 전역에서 미국에 장기적인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며 아프리카 각국과 화웨이의 구조적인 밀착관계를 거론했다. 그의 말을 들으면 중국이 화웨이를 내세워 대륙 전체를 스파이기지로 만들기라도 한 것 같다. “미군의 데이터와 통신흐름이 새어나간다” “(화웨이는) 아프리카 전체에 트랙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들에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로 무기를 많이 파는 나라다. 그러나 군사시설을 짓고 무기를 팔 때조차 중국은 ‘빌려주고 지어주고 운영해주는’ 전략을 쓴다. 미국은 이것도 욕하기만 한다. 볼튼은 지난해 헤리티지재단 강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에 뇌물을 쓴다, 빚더미에 가둬놓고 마음대로 움직이려 한다”고 했다. 당장 그 자리에서 근시안이라는 반격이 나왔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뒤 아프리카를 6번 찾았다. 1990년부터 중국 외교부장의 새해 첫 방문국은 언제나 아프리카 나라였다.

 

 

수단의 유혈사태

 

북아프리카의 산유국 수단에서 지난 4월 오마르 바시르 정권이 전복된 뒤 민간인 살상이 거듭되고 있다. 라마단이 끝난 지난 5일에만 수도 하르툼 등지에서 시위대 35~6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방 기업들이 들어가 자원을 파내고 있는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와 달리 비교적 최근에 개발돼 중국 기업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중국은 서방에 밉보인 바시르를 줄곧 편들어줬다.

 

알자지라방송은 유엔이 수단 사태에 개입하는 걸 중국과 러시아가 막는 바람에 시민 피해가 커졌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억압적인 정권을 편든다는 비난에는 근거가 있다. 수단 사태는 ‘차이나프리카’의 슬픈 그림자다. 그러나 독재정권들과 손잡은 과거의 오점은 미국이 훨씬 많다.

 

영국 옥스퍼드대 개발경제학자 폴 콜리어 교수는 <약탈당하는 지구>라는 책에서 “서방은 중국을 비난할 게 아니라 아프리카를 위해 중국을 따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국이 저개발국들을 돕고 있음을 인정하고, 다만 중국과 그들의 관계가 투명해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웨이 스파이론’을 들먹이는 미국은 그 정반대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