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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의 프리뷰]'외유'는 끝났다...MBC '운명의 일주일'

딸기21 2017.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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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태국 방콕에서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주관한 행사입니다. 세미나를 해도, 왜 하필이면 군부 쿠데타 이후 언론탄압 국가로 세계의 비판을 받는 태국에서 했는지. 이 세미나에 참석한다며 방문진의 야권 이사 3명이 태국에 갔습니다. 그래서 지난 8일과 10일 이사회가 모두 무산됐습니다. 이들과 고영주 이사가 빠져도 이사회 9명 중 여권 이사 5명이 모여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의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단독 처리’ 모양새는 좋지 않아 안건 처리를 미뤘습니다.

 

‘외유’는 끝났습니다. 방문진은 13일 오후 2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 해임안을 의결합니다. 이번주에는 김 사장 해임과 뒤이은 절차들이 뜨거운 이슈로 굴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장겸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하려다 파업 중인 노조원과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김 사장은 노조원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회의에 참가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3분만에 돌아갔다. 김영민 기자



MBC의 파업과 파행은 13일로 71일째가 됩니다. <무한도전>은 10주째 결방했습니다. 이용마 기자가 해고된 지는 2080일. 방송사들 문제에 시민들의 관심이 이토록 높은 것은, 제대로 된 언론이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임을 지난 9년간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이겠지요.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축소·은폐 보도를 포함한 방송 공정성 훼손, 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 등을 해임 사유로 들었습니다. 김 사장은 소명서에서 노조 파업을 “정권이 기획하고 부추긴” 것으로 매도했습니다. 노조원 인사 이동도 모두 자신이 취임하기 전 일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방문진이 해임을 결의해도, 이를 승인할 주주총회 소집을 거부할 태세입니다. 방문진은 MBC 지분 70%를 가진 최대 주주로서 사장을 해임할 수 있지만 이를 결정할 주총을 소집하는 권한은 사장에게 있습니다.

 

사장이 거부하면 방문진이 주주 자격으로 법원에 주총 소집 신청을 할 겁니다. 이 경우 주총까지 길게는 한 달 정도 걸립니다. 해임이 확정되면 방문진은 새 사장을 공모합니다. 김 사장이 해임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낼 수도 있지만, 이미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 조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죠. 그의 벼랑 끝 버티기는 명분도 힘도 잃었습니다. 노조는 해임안이 의결되면 업무로 돌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내부에서 그간 쌓인 얼룩과 먼지를 털어내는 싸움을 해야겠지요. ‘방송적폐’로 꼽혀온 백종문 부사장이 사장 대행을 맡을 것이니, 새 사장이 뽑히고 해직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듯합니다.

 

KBS의 고대영 사장은 자유한국당 등이 주장하는 방송법 개정을 자기 거취와 연결시키면서 국회로 공을 던졌습니다. 파업 철회를 발표한 KBS 1노조를 떠나, 고 사장 퇴진 투쟁에 앞장선 ‘새노조’에 가입하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검찰이 고 사장의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을 조사하고 있고, 감사원은 KBS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에 대해 감사를 하고 있습니다. 방문진처럼 KBS 이사회도 여야 구도가 바뀔 수 있습니다. 새노조는 방통위가 KBS 이사들을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정원 돈 200만원에 뉴스를 팔았다”는 의혹을 사온 고 사장에게, 옆집 김 사장의 해임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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