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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MBC 사장 “1년 안에 신뢰 회복 자신있다”

딸기21 2017. 12. 14. 18:11

“희생된 아이들 수백명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참기 어려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과거 MBC가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은 임원진을 구성한 뒤 첫 공식 일정으로 13일 안산을 찾아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 앞에서 분향했다. 해고된 후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일하면서 세월호 유족들을 여러번 만났지만, MBC 대표로 방문한 만큼 “사죄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유족들한테 깊이 사죄했고,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왔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최 사장은 “내부 조직정비와 적폐 청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일을 비롯해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1년 안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최 사장은 “내부 조직정비와 적폐 청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일을 비롯해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1년 안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첫 공식 스케줄을 안산 방문으로 잡은 것에서 보이듯, 최 사장은 지난 8일 취임한 이래 MBC의 과오를 반성하고 공영방송을 다시 세우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듯했다.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서 경향신문과 만난 최 사장은 “내부 조직정비와 적폐 청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되살리는 일을 비롯해 과제들이 쌓여 있지만 1년 안에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했다. 사장이 된 뒤 언론과 처음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사장 선임과정은 역대 가장 독립적이고 투명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에서도 사장이나 경영진이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사장후보 면접 때 파마를 하고 나갔다는데. 사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나.

“머리가 직모인데 건사를 잘 못한다. 앞으로는 사진 찍힐 일이 많겠다 싶어서(웃음). 다들 유력후보라고들 했으니까.”

-부인이 반대를 했다고 들었다. 최 사장 본인도 손석희 jtbc 사장을 MBC 사장 후보로 생각했다는 후문이 있던데.

“손사장님께 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런 얘기를 해도 될까 모르겠다. 내가 MBC 사장이 되겠다는 생각을 처음에는 하지 않았다. 저널리스트로 살아왔고 그렇게 살기를 원했다. 내겐 그게 가장 맘이 편한 직업이다. 그런데 여러가지 상황이 사장에 도전하도록 만들었다. 앞으로 잘해야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방문진이 페이스북 생중계도 하고, 사전에 시민들의 질문도 받았다. 여러모로 이전과는 다른 과정이었는데.

“이명박 정권 이전을 돌이켜봐도, 이번 선임과정이 어느 때보다 투명한 절차였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 방문진 이사들이 독립적으로 김중배 사장을 모셔온 일이 있다. 외부 권력의 개입이 전혀 없이 독립성을 유지했던 선임이었다. 다만 그때는 이사들이 결단을 했다. 이번에는 방문진이 절차를 굉장히 투명하게 운용했다. 후보들이 포부를 밝히고 국민들과 내부 구성원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했다. 지금 당장은 나에 대한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번이 가장 독립적인 과정이었다고 분명히 자리매김될 것이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 한걸음 더 나아간 계기로 평가받을 것같다.

-‘최승호 사장 선임’의 의미를 자평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피하고 싶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들의 요구를) 이어받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공영방송을 일으켜세우는 일이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소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자백>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난 뒤 겨울에 촛불을 취재하고 또 참여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공범자들>을 만들게 됐다. 그 이후 공영방송 싸움이 벌어졌다. MBC 내부 구성원들이 ‘최승호라는 사람이 들어와서 다시 MBC를 일으키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하겠구나, 믿고 함께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해 성원을 해준 것이라고 본다.”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됐다 복직된 MBC 이용마 기자가  최승호 사장과 함께 노조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지난 11일 오전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으로 서울 상암동 본사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2012년 파업 당시 해직됐다 복직된 MBC 이용마 기자가 최승호 사장과 함께 노조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지난 11일 오전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으로 서울 상암동 본사 출입문을 통과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오늘 임원회의가 끝난 뒤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러 갔다왔다던데.

“뉴스타파에서 일하면서 세월호 보도도 많이 했고, 내 자신이 앵커로서 뉴스를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MBC 대표로서 가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사죄하는 자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희생된 아이들 수백명의 사진을 보면서 정말 참기 어려울 정도로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임원진이 구성되고 나서 첫 공식 행사로 오늘 안산을 방문한 거였다. 유족들한테 깊이 사죄를 드렸다. 과거 MBC이 지은 죄를 씻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왔다.”

-저널리스트이기도 하지만 ‘영화감독’으로 불리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다.

“영화감독 맞다. 영화감독조합에서 주는 의미있는 상도 받았다. <공범자들>은 영화감독들이 뽑은 올해의 영화 6편 중 한편으로 꼽히기도 했다. 감독으로서 스스로 강점을 꼽아보자면, 흥행 감각이 있는 편이다. 전체적인 상황 속에서 힘을 모아내고, 독자 혹은 시청자·관객의 마음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방법에 비교적 익숙하고 잘 아는 편이다. 내가 대단한 감각을 지녔다기보다는, 스탭들의 뛰어난 능력과 재능을 모아내는 걸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 사장은 경북대 행정학과를 나와 1986년 MBC에 입사했다. 2003년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2005년 'PD수첩' 책임프로듀서(CP) 겸 진행자로 발탁됐다. 대학시절에 연극 무대에서도 활동했기 때문에 경상도 출신임에도 비교적 ‘발음이 좋다’는 평을 듣는다. 연극, 사회고발 프로그램, 독립언론,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저널리스트로선 이례적으로 여러 분야를 섭렵한 케이스다. 최 사장은 “여러 장르를 경험해봤지만 결국 사람 마음에 호소한다는 점은 다 같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내용이 감동적이라면 어디에서나 통한다는 것이다.

-몇 년 사이 미디어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사장이 되어 돌아와서 그런 변화를 많이 느꼈을 것같다.

“취임 전에 이미 실감했다. 뉴스타파를 5년 했으니까. 뉴스타파는 ‘개미언론’이지만 거기서 중요한 보도를 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분들이 본다. 유튜브에서 1000만이 넘는 조회를 기록한 프로그램도 있고. <공범자들>을 무료로 2주 동안 공개했더니 150만뷰가 나왔다. 'PD수첩' 하던 시절 시청률 매우 높았을 때와 비슷한 정도로 확산되더라. 지상파 방송이라는 플랫폼의 우위같은 것은 오래 전에 없어졌음을 많이 느낀다. 사장에 도전하면서 프리젠테이션에서 ‘플랫폼은 콘텐츠를 이길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드라마든 예능이든, 평범한 것을 많이 만들기보다는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해서 제대로 공들인 것을 만드는 것이 지금 시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

MBC는 지난 8일 보도국 인사를 통해 과거 취재 현장에서 배제돼 있었던 기자들을 대거 주요 보직에 앉혔다. 13일에는 부당전보됐던 변창립 아나운서와 정형일 기자를 각각 부사장과 보도본부장, ‘PD수첩’을 연출했던 조능희 PD를 기획조정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사장 선임 뒤 “뉴스타파가 1급수라면 MBC는 상수도”라고 비유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들을 거치면서 PD 저널리즘은 많이 쇠락한 것이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조직에서 어떤 변화를 추진하고 있나.

“오늘 인사발표를 했다. 조직개편의 중요한 특징은 드라마·예능·시사교양·라디오의 4개 본부를 사장 직속으로 두고 같이 이야기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프로그램 이야기를 늘 함께 하면서 제작부문 본부장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체제로 만들었다. MBC 프로그램이 굉장히 세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장 등 경영진의 개입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런 걱정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전부터 제일 싫어하는 게 위에서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거다. 누가 내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싫었고, (간부의 지시를) 듣지도 않았다. 어제 회의하면서 알아서들 하시라고 했다. 뭐가 진행되는지 설명하고 요구할 것이 있으면 요구하되 나에게 무언가를 결정하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위만 바라보고 결정을 요구하면 시스템에 무리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간에 한 단계를 더 둬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사장 직속) 체제로 최소 1년은 운영해보려고 한다. 최승호가 계속 사장을 하지도 않을 것이고, 이런 체제에 앞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 조직형태를 바꾸겠다.”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8일 첫 출근해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해직자들을 복직시키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8일 첫 출근해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해직자들을 복직시키겠다는 발표를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핍박을 받던 이들에게 주요 직책을 맡겼는데, 이런 인사의 의미는.

핍박받은 분들이 돌아온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분들이 각 조직에서 가장 능력 있는 분들이다. 과거 사장 체제에서는 단순히 이념적으로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솎아낸 것이 아니라 가장 능력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을 내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체제가 안 돌아가니 엉뚱한 사람들을 뽑거나 구성원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던 사람들을 조직 핵심에 배치해 문제가 생겼다. 지금 하고 있는 것을 MBC 조직의 정상화라고 생각해달라.”

-공영방송 내부의 적폐 청산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왜곡보도의 책임은 어떻게 물을 생각인가.

“조직개편하고 인사하고, 조직을 겨우 스타트한 상황이니 구체적인 계획은 이제 마련해야 한다. 대원칙은 이미 밝혔다. 김재철·안광한 체제 때,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일어났던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권한남용이나 비위사실에 대해 사규에 근거해 조사하고 합당한 처분을 내릴 것이다. 김재철 사장 이후 회사 측이 했던 온갖 징계들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그 많은 소송들 중 94%에서 회사가 졌다. 불법 징계들로 판명난 것이다. 그렇게는 하지 않겠다. 변호사의 법률검토를 거쳐 합법적으로 조사해, 문제가 있고 처벌해야 하는 것들만 골라 징계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 않도록 하겠다.

-시청자들에게 MBC가 외면당하는 사이 ‘무한도전’만 고군분투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는 프로그램을 없앨 때라는 얘기도 있던데.

“‘무한도전’ 폐지는 생각하기 어려운 얘기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만 김태호 PD가 그동안 너무 많은 짐을 져온 것은 사실이다. 예능본부장, 김PD와 의논해서 결정하겠다.”

-MBC에 있을 때는 ‘엄한 선배’였다가 뉴스타파에 간 이후 부드러워졌다는 평가도 있더라. 그간의 고초를 겪으면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게 있다면.

“‘PD수첩’ 하던 시절엔 젊었다. 뉴스타파 갔을 때는 나이도 좀 들고, 해고도 됐으니…. 정말 고맙더라. 거기 후배들은 몇년 후배가 아니라 삼십년 후배들이다. 그 어린 친구들이 가진 감각이 놀라웠다. 나이가 들수록 어린 친구들한테 배워야 한다는 걸 처음 느꼈다.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공영방송은 국민이라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라는 거였다. 국민을 항상 의식하고 바라보면서 가야 한다는 점을 훨씬 많이 의식하게 됐다. 국민, 시민이라는 키워드를 가슴에 품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같다. 뉴스나 시사교양은 물론이고 예능이나 드라마,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부분들을 항상 생각하는 MBC가 돼야 한다. 과거에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으로서의 생존경쟁에 좀 매몰됐던 것같다. 우리는 공영방송이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대변해야 할 것은 시민들이라는 점을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는지 자문하게 됐다.”

-MBC가 신뢰를 회복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으로 보나.

“뉴스를 보고 있으면 감개무량하다. 취재 안 한 지 오래된 친구들이 양복 입고 나와서 리포트하는데, ‘안 잊어버렸네’ 하는 생각도 들고. 신뢰도가 꽤 많이 올라갈 것으로 자신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몇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고, 기자·PD들이 다시 현장에 적응하면서 깊은 진실을 파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1년 정도면 충분히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화 시기를 거치면서 방송에 대한 신뢰가 쌓였는데 9년만에 모두 잃었다. 언제라도 정권이 바뀌면 또 뒤집어지는 것 아니냐는 회의도 있다.

방송의 지배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회에서 해결할 부분이지만, 당사자인 우리도 많이 노력해야 한다. 지배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당별로 생각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승호 MBC 사장은 해고 기간 독립언론에서 일하면서 “공영방송은 국민이라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최승호 MBC 사장은 해고 기간 독립언론에서 일하면서 “공영방송은 국민이라는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앞으로 ‘뉴스데스크’가 박성호-손정은 앵커 체제로 간다. 중후한 남성 앵커와 젊은 여성 아나운서 구도는 바뀌지 않는 건가.

“손정은 아나운서는 정말 심지가 굳고 상징성이 있는 사람이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던 유명한 아나운서였지만 싸움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기 때문에 비제작부서로 쫓겨나 오랫동안 아나운서라는 말도 못 하면서 살아왔다. <공범자들> 개봉 때 ‘관객과의 대화’를 손 아나운서가 진행했는데, 자기소개를 하면서 아나운서라는 말을 못하더라. 맘이 아팠다. 그런데도 스스로를 지켜내고, MBC를 지켜낸 사람이다. 해고됐다 복직한 박성호 기자 역시, 쫓겨나 있던 기간 동안 저널리즘에 대해 연구한 사람이다. 새로운 MBC를 상징할수 있는 인물들이다.”

-형식상의 파격보다는 뉴스의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뜻인가.

“그렇다. 다만 그날 벌어진 일들을 백화점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피하려 한다. 이슈를 집중 분석하고 비판하는 형태로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jtbc가 그런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jtbc 뉴스룸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인가.

“말하기 조심스러운 것이, 나는 뉴스에 관여하지 않는다. 뉴스에 대해서는 보도본부 기자들이 오랫동안 개혁을 준비해왔다. 그들이 가진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거다. 사장으로서 뉴스는 이렇게 만드시오, 한다고 해서 변하는 게 아니다. ‘PD수첩’에서도 무언가 준비는 하고 있지만 내가 내용을 물어보지는 않는다. 내가 연출하던 시절에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현 정부 지지자들 사이에선 정권을 비판하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최 사장 취임 뒤 오히려 너무 비판을 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나.

“과거 우리 언론의 실패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본다. 지난 10년 동안 참혹한 현실속에서 시민들이 받아야 했던 고통과, 거기서 오는 자각에 따른 요구인 것같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앞뒤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가 결국 이명박 정권을 불러들인 것 아니냐는 인식을 시민들이 갖고 있는 거다. 그런 일이 다시 없어야 하니까 조심하라는, 견제의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권력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고 결국 권력도 망한다는 것은 우리가 경험한 바다. 언론으로서 정도를 가겠다.

-이제는 저널리스트를 넘어 경영자가 됐는데. 경영자로서의 과제와 역할은.

“경영자로서도 ‘생각보다는’ 자신있다. 프로그램이 강하면 광고는 따라오게 돼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건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신뢰도다. 시청자들이 MBC를 다시 믿어주기 시작하면 경영도 자연스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한다. 제작자, 창작자들이 마음놓고 창의력을 발휘하는 상황이 된다면 MBC 전체가 한꺼번에 확 좋아질 거다. 시청률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올라갈 거다(웃음).”

-하지만 그 중요한 창작자들이 그동안 많이 떠난 것도 사실이다.

“많이 떠났지만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과거 훌륭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훌륭한 PD들을 키워냈던 것은 MBC 시스템의 힘이었다. 그 시스템을 살려내고 회사가 충분히 지원해주면 대단한 프로그램이 나올 것이다. 공개채용을 5년간 중단했는데, 이른 시일 내에 신입사원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그들을 잘 가르치고, 또한 그들에게 배울 것이다.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MBC의 길을 가르쳐줄 스승들이라 생각할 것이다.”

최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임원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은 채 직원들과 똑같이 움직이며 ‘의전 파괴’를 하고 있다. “PD 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이상훈 선임기자

최 사장은 취임 뒤 상암동 본사 14층 사장실에 들어설 때 김연국 노조 위원장과 동행했다. 해고된 뒤 본사 출입을 못했던 최 사장은 파업 기간 ‘MBC프리덤’이라는 영상을 찍으면서 처음으로 상암동 사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전임 김장겸 사장 때에는 아예 사장실이 있는 층에 직원들이 출입조차 할 수 없었다. 최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임원 엘리베이터를 쓰지 않은 채 직원들과 똑같이 움직이며 ‘의전 파괴’를 하고 있다. “PD 때와 많이 달라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는 노조와 대립할 일도 있을텐데. 반면 한쪽에선 ‘노영방송’이 될 거라는 공격도 나온다. 노조와의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의 극단적인 상황이 문제였지, 노조와 회사가 항상 대립하는 관계일 필요는 없다. 우리 노조는 합리적이다. 한번도 월급 올려달라고 파업해본 적은 없다. 내가 노조 위원장일 때 임금피크제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회사의 장래를 위해서였다. 노조는 늘 회사 상황에 대해 신경을 쓰며, 구성원들 모두 자신이 MBC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늘 한다. 노영방송이 될 지는, 그렇게 비판하는 이들이 나중에 판단할 일이다. MBC가 망하면 그들의 판단이 맞은 것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MBC가 빠른 시간 내에 살아나면 ‘노영방송이라 살아난 것’이 되는 건가.

-한국 언론 전체로 범위를 확장시켜 보면 핵심적인 문제가 무엇이었다고 보나.

“세월호 참사는 한국언론의 파탄을 보여줬다. ‘전원구조’ 오보가 날 적에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 전했던 곳이 몇 군데나 됐나. 그래도 뉴스타파가 좀 빨리 ‘아, 이거 아니다’라고 보도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신뢰를 많이 잃었다. 주류 매체들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시민들은 1급수 언론을 찾아 헤매면서 팟캐스트나 분절화된 미디어를 찾아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 강해졌고, 세대별·이념성향별로 갈라진 상황이다. 언론이 신뢰를 얻으려는 노력 많이 해야 한다. 특히 중심적으로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다. KBS와 MBC가 역할을 제대로 하면 우리 언론 지형도 많이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치권으로 진출한 전임 사장들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들었다.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나.

“이미 약속한 바 있다. 소임이 끝나면 내 천직인 저널리스트로 돌아가 저널리스트로 살 것이다. 그게 내가 제일 바라는 거다. MBC는 좋은 저널리스트가 많고 뿌리가 깊은 곳이니 내 마음이 쓰이는 곳, 뉴스타파로 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