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특수학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었다. 시멘트 담은 아니었고 철망처럼 생긴 울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의 친구 중에는 특수학교 교사 부부의 딸도 있었고, 아이들은 옆의 학교가 특수학교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울타리에 매달려 놀았다.
등하교 길에 특수학교 학생들을 오가며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도 특수학교에 대해 좋다 싫다 얘기하는 걸 본 적 없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없던 학교를 새로 짓겠다고 하면 그 동네 사람들도 반대하고 나섰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지금 반대하는 지역의 민심이 '특별히 나빠서'는 아닐 테니까.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도 있었다. 학생은 단 두 명.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를 보더니 "귀엽게 생겼다"고 했던 웃긴 녀석. 그 아이는 그 동네에 살지 않았지만 특수학급이 있는 학교라서 부모가 일부러 보낸 것같았다.
5일 저녁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토론회에서 장애 아이를 둔 한 학부모가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노컷뉴스 제공
혹여라도 장애가 있는 친구를 꺼려할까 싶은 마음에 아이에게 "걔가 어려워하는 거 있으면 도와주고 잘 놀아라" 했더니, 아이가 '왜 저런 소리를 할까' 하는 눈으로 엄마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아무 차별 없이 이미 잘 놀고 있었고, 지레짐작한 엄마만 되레 마음 속으로 부끄러웠던.
오히려 특수학급 덕에 신이 났던 건 우리 딸이었다. 만날 특수학급 가서 논다고 했다. 발달장애아 미술교육에 관심 많았던 특수학급 선생님 덕에, 거기서 함께 그림 그리고 피아노 치고... 특수학급 선생님이 울딸 고등학교 가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하신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면서, 한번 찾아뵙겠다고 하더라.
어른들이 차별을 만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잘 크는데...
이 뉴스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더불어 아래와 같은 뉴스도.
[정리뉴스] '수용 시설' 나오고 싶은 장애인들의 바람은 이뤄질까
마침내 지상으로 올라온 날···5년만에 끝난 서울 광화문역 장애인 농성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를 촉구하며 서울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농성을 벌여왔던 장애인 단체들이 정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위원회 등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후 5년간의 농성을 끝냈다. 5일 서울 광화문 지하보도 농성장 앞에서 ‘농성장 흔적남기기’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정지윤기자
나는 장애가 있는 분에게 빚을 진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개인적으로 빚을 진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 분 덕에 큰 도움을 받았다. 오래 전 일본에 1년 머물 적의 일이다. 언어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던 나는 동네의 어린이 놀이시설에 찾아가서 엄마들과 함께 놀며 일본말을 배우고, 아장아장 꼬맹이였던 딸도 거기서 즐겁게 지냈다. 거기 스탭이던 분은 내겐 너무나 좋은 친구가 돼 주었고.
그 분에겐 장애가 있는 아들이 있었다. 그건 뭐 중요하지 않지만... 내가 늘 신세지던 그 놀이시설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할머니의 집이었다. 1층엔 할머니가 사시고, 스탭들은 할머니 생활을 돌봐드리고, 할머니는 집을 그 작은 '동네 단체'에 기증해 2층을 놀이시설 겸 노인 여가시설로 쓸 수 있게 해준 거였다. 그렇게 서로 돕고 사는 걸 보면서 참 마음이 따뜻했는데...
오래 전 읽은 책 이야기도 하나 덧붙임.
장애와 소통하는 법
미국 보스턴 남쪽에 있는 작은섬 마서즈 비니어드는 유전학·생명과학책에서는 심심찮게 접할 수 있는 지명이다. 바닷빛이 아름답고 포도밭이 많은 이 섬에는 유독 청각장애인이 많다. 17세기 유럽인들의 이주 이후 근친결혼이 잦고 유전적으로 고립돼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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