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계란, 이번엔 생리대. 생활 속에서 흔히 먹거나 쓰는 것들에 유해한 독성물질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니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생활 속 독성물질들, 그동안 문제돼왔던 것들은 어떤 게 있었나 정리해봅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깨끗한 나라’에서 만드는 릴리안 생리대입니다. 독성물질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생리주기 변화를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생리대를 쓴 뒤 부작용을 겪은 여성들이 제보한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릴리안 유해성분 어디서 나왔나...접착제 용매? 플라스틱 섬유?
릴리안 생리대 소개 화면. | 깨끗한 나라 홈페이지
하지만 생리대 유해성분 문제가 지적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의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생리대에 독성물질 있다던데요?”…왜 성분 공개 안 할까
24일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는 시중에 판매중인 휴대폰 케이스 30개 중 6개 제품에서 납과 카드뮴 등이 다량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부 접촉 많은데…" 휴대폰 케이스에서 카드뮴, 납 다량 검출
‘살충제 계란’ 파동 역시 현재진행형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피프로닐을 비롯한 살충제 성분들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도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발표했습니다만, 전문가들의 지적은 다릅니다.
▶환경보건 전문가들 '살충제 계란 안전' 정부 발표에 반박 성명
독성물질들 중에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것은 몇년 째 끌어온 가습기 살균제 사태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전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지요.
▶"대통령님, 자식에게 수억 빚을 남기고는 도저히 눈을 못감겠습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이은영씨 아들의 편지. | 이은영씨 제공
▶[정리뉴스] '가습기살균제' 기업들, 얼마나 처벌 받았을까
▶[정리뉴스]"저희 엄마처럼 울지 않았으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남은 이야기
이번 생리대 파동이 일어나자 ‘기저귀는 안전한가’ 걱정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지난 2월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인 P&G의 기저귀 일부 품목이 독성물질 검출 논란에 휘말렸지요.
지난해에는 ‘치약 파동’도 있었습니다. 폐섬유화 등을 유발하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치약과 같은 생활용품에 쓰인 사실이 확인된 것이었습니다.
▶[사설]이번엔 치약, 생활 속 화학물질 총체적 점검 필요하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이기도 한 CMIT, MIT이 치약에 이어 구강세정제와 면도크림 등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문제 많은 성분들은 국내 화장품과 물티슈 제품 몇몇 종류에도 사용됐고요.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에 포함돼 있는 살균제가 각막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학계에서는 살균제 성분이 콘택트렌즈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10년 전부터 경고음을 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해 왔다지요.
▶"렌즈용액 살균제 성분, 각막세포 손상 유발 가능성"
미용·청결 제품은 물론 세정제·코팅제·광택제·접착제까지, 폭넓게 쓰이는 스프레이 제품들도 안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규제도 없는 독성물질 가득한데…스프레이 뿌리겠습니까?
▶경향신문 기획시리즈 [독한 사회-생활화학제품의 역습] 모아보기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다수의 공기청정기, 에어컨 필터에는 옥틸이소티아졸린(OIT) 등의 독성물질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기청정기 11개사 중 9곳 "필터에 OIT 등 독성물질"
그린피스 ‘남겨진 흔적: 아웃도어 제품 안에 감춰진 유해물질 PFC’ 보고서.
국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의류, 신발 등 제품에서 독성화학물질인 PFC(과불화화합물)가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습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냈습니다.
▶"유명 아웃도어 제품 대부분에 독성물질" 그린피스 보고서
2016년 이후 문제가 불거진 것들만 대충 모아봐도 이 정도입니다. 우리는 독성 화학물질에 에워싸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옥시제품을 쓰지 않으시겠다구요? 그럼 이렇게 도전해보세요
어찌 보면 인류와 오랜 세월 함께 진화해온 세균보다, 초강력 살균제들이 더 무서운 것같기도 합니다. 결국은 ‘너무 깨끗하지 않게’, 화학약품을 덜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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