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란 '핵게임' Player 분석

딸기21 2006. 1. 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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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10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북부 나탄즈에 있는 핵시설의 봉인을 떼고 가동을 재개했다. IAEA는 이란이 아예 핵 변환을 거쳐 핵무기 개발의 전단계가 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에까지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를 내놨다.

이란은 공을 던졌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그 공을 받아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주요 `플레이어'들의 입장과 향후 전망을 정리해본다.





어느 때보다 강경한 IAEA


모하마드 엘바라데이 IAEA 의장은 이날 이사국들에 이란 핵 문제에 관해 보고하면서 "이란이 소규모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우라늄 농축을 하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엘바라데이 의장은 전날 이란이 핵 시설 봉인을 떼려 하자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며 드물게 강경한 어조로 경고를 보냈었다. 이라크, 이란, 북한 핵과 관련된 논란에서 항상 "먼저 검증부터 해야 한다"며 신중한 목소리를 내왔던 엘바라데이 의장의 경고와 뒤이은 `농축 가능성' 보고는 이란 핵을 둘러싼 사태가 심각하게 흘러갈 것임을 보여준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이란은 핵 연료 `연구'와 우라늄 `변환'을 재개했지만 `농축' 과정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IAEA는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이란 핵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외교소식통들이 전했다. 지난해 9월 IAEA는 이란에 핵 활동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냈으나 이사국들 간 이견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란이 강경 일변도로 나가면서 안보리 회부를 결의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당혹스런 유럽 협상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여온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국은 `핵 의혹-전쟁'이라는 이라크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작년 테헤란에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들어선 뒤 이란은 계속 유럽의 뒤통수를 쳤다. 핵 활동 중단 약속을 저버리고 지난해 8월 이스파한 핵 시설을 가동했고, 9월에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직접 유엔에서 `핵 자결권'을 선언했다. 올 들어 연초부터 파열음을 내더니 결국 10일의 `봉인해제'로 이어졌다.

유럽 3국은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란은 줄곧 `당근'이 부족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럽국들은 약속을 깨기 위한 이란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전력이나 경제적인 지원이 아닌 핵무기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목소리 높이되 조심스런 미국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이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한다면 안보리로 보내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경고했다.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이란에 안보리 회부를 언급하며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었다. 미국은 이제 IAEA가 아닌 안보리를 통해 이란에 직접적이고 강도 높은 압력을 넣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 핵문제에서 뒤로 물러서 있으면서 유럽에 협상을 맡겨왔다. 이라크보다 훨씬 크고, 이라크보다 강하고, 이라크보다 `민주적'인 이란은 미국의 최대 골칫거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말 이란 핵 개발을 막기 위한 "어떠한 방법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군사행동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매클랠런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란과 이라크는 다르다'고 말했었다"며 군사 공격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캐스팅보트 쥔 중국과 러시아


이란의 도전과 미국·유럽의 강경 입장 속에서 줄다리기의 강도와 기간을 결정짓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두 나라는 이란과 여러 종류의 대규모 에너지 계약들로 묶여 있다. 러시아는 이란에 핵기술을 전수해준 당사국이기도 하다. 두 나라는 "이란 핵문제는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IAEA에서 안보리 회부 결의안을 내지 못한 것은 두 나라의 반대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이란 편'을 들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미국 입장에 동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일단 이 문제를 안보리에 보낸 뒤 `본게임'이 될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무기로 미국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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