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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사태 뒤에는 중동의 근본적·고질적 모순 '사우디 리스크'

딸기21 2017. 6. 7. 10:18

어제 CNN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나서자 '카타르 리프트(Qatar rift)'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카타르를 가운데에 놓고 중동의 '대분열'을 진단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결국 카타르가 아닌 사우디. 요즘 저도 국제이슈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업데이트가 좀 안 돼 있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뭔가 흔들림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변화를 향한 요동이라고 하면 너무 긍정적인 묘사같고, 한계에 이르러 터져나올 타이밍이라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한때 중동의 외교 대국이었던 이집트는 아랍의 봄과 뒤이은 무르시(무슬림형제단 출신 민선 대통령) 축출 같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돈 없고 끈 떨어진 신세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을 매우매우 좋아해주고는 있지만(이 두 사람이 서로 칭찬하는 모양새는 참말;;) 지금 이집트는 돈 떨어져 사우디의 페트로달러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엘시시가 영토분쟁 중인 섬들까지 사우디에 넘겨버렸을까... 압둘라 국왕이 2년 전 타계하기 직전 사우디로 날아간 것도 엘시시였지요. 


사우디는 카타르를 왕따시키기 위해 여러 나라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 중 바레인은 섬나라이지만 사우디와 다리로 연결돼 있고, 미 해군 기지가 있지요. 예멘은 사우디가 공격을 가해서 아수라장인 판국이고. 이렇게 사실상 사우디 영향력 하에 있는 나라들은 물론이고,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에다 모리셔스까지 '단교 진영'에 동참시켰습니다. 



사우디가 대대적인 지정학적 전선을 긋고 나선 것은 아마도 1970년대 오일쇼크 이래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병들어 오래 누워 있었던 파드 국왕, 그리고 파드 대행을 하다가 뒤늦게 나이 많이 들어 즉위했던 압둘라 국왕 시절에 사우디의 행보는 '중요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왕실 내에서 세력이 미약한데다 정치적 온건파였던 압둘라 시절에 사우디의 주된 임무는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유가 스펀지' 역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가가 올라가면 증산하고, 떨어지면 감산하는 식으로 유가 밴드(적정 석유 가격대)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전 이후 유가가 요동치고 타르샌드다 셰일가스다, 거기에 글로벌 경제위기다 해서 사우디의 이런 역할은 거의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전쟁과 거리가 멀었던 사우디가 살만 국왕 즉위 뒤에 예멘을 공격했습니다. 거기다가 이젠 카타르까지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역내 정치의 전면에 나선 배경에는 결국 왕실의 불안감, 그리고 살만과 그 아들의 권력승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늙고 병든 살만은 최근 아시아까지 순방을 하면서 아들 MBS를 위해 승계 기반 다지기에 나섰지요. 



사우디의 위기의식은 매우 클 겁니다. 1) 9.11 이후 오사마 빈라덴 등 극단세력 지원 문제로 미국에 밉보였고, 2) 저유가에 재정난이 커졌습니다. 사우디는 알다시피 전제군주국입니다. 선거도 없고 세금도 없습니다. 그 대신 왕실의 '시혜'로 국민들의 불만을 눌러왔습니다만 어떤 지역은 여전히 저개발 상태인데다... 빈곤...교육수준 낮고...인프라 부족... 이하 생략. 재정난으로 돈을 못 풀면 이 나라는 못 버팁니다. 민주주의가 없으니까요. 국민들 불만이 가중되면서 왕실이 고립된데다 3) 그나마 왕실은 권력싸움으로 분열돼 있지요. 수다이리 세븐(왕실 메이저 진영) 계열인 왕위 계승서열 1위 MBN(살만의 조카)과 2위 MBS(살만의 아들)이 싸우고 있는 형국. 나름 권력을 쌓아왔던 MBN이 지금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는 저도 궁금합니다만, 이제 겨우 30대인 MBS가 뜻대로 권력을 잡을지는... 4) 거기에 이란이 국제무대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요는, 가뜩이나 시끄러운 중동에서 근본적·고질적 모순인 ‘사우디 리스크’가 드디어 터져나온 것이라고 봅니다. 카타르는 쿠웨이트 등을 다리 삼아 협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이 국면이 쉽게 정리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