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김정남 살해에 쓰였다는 VX란

딸기21 2017. 2. 2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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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경찰은 24일 김정남의 시신을 분석한 결과, 눈과 얼굴에 묻은 독성물질이 VX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VX는 아무 맛도 없고 냄새도 없는 호박색의 액체다. 10mg만 투입돼도 사람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사건’ 때 쓰인 독극물 사린가스보다도 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사건 초반부터 김정남 살해에 쓰인 독극물의 ‘후보’로 거론돼 왔다.


VX의 분자구조. 위키피디아


여성들 피해없도록 합성물질 썼나

 

VX는 흡입을 통해, 혹은 점막이나 피부의 상처로 흡수된다. 지용성이라 기름 형태로 묻으며 흡착력이 매우 강한 반면 휘발성은 낮다. VX가 김정남 공격에 쓰인 것이 사실이라면, 어째서 공항을 오가던 주변 승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는지 설명이 된다. 다만 김정남에게 얼마나 투입됐느냐 하는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피부접촉시 VX의 반수치사량(LD50)은 10mg인데, 베트남·인도네시아 국적의 여성 용의자들은 공항에서 단 2.33초 동안 김정남을 공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여성들은 왜 피해가 없었느냐는 점은 여전히 핵심 의문거리다. 김정남을 공격한 여성들은 맨손으로 액체를 김정남의 눈과 얼굴에 문지른 뒤 곧바로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이와 관련해 관심을 끄는 것이 VX의 주성분을 촉매와 합성한 VX2(binary VX)다. 독성 물질을 무기화하려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독성이 작용하게 해야 한다. 공격을 감행하는 순간에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두 성분을 활용한다. 다른 물질과 섞였을 때에 효과를 발휘하도록 분리해놓는 것이다. 무기를 다루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VX2는 VX의 주성분(QL)을 황화합물(NE)과 혼합한 것을 지칭한다. 베트남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이 역할을 나눠 각기 QL과 NE를 발랐을 수 있다. 칼리드 아부 바카르 경찰청장은 23일 “두 여성 중 한 명이 구토를 했고, 부작용을 겪었다”고 말했다. VX2를 쓴 것이라면, 뒤에 공격을 가한 여성은 김정남의 얼굴이 이미 발라진 성분이 손에 묻으면서 혼합작용을 일으켰을 수 있다. VX는 해독제가 있기 때문에, 사전에 해독제를 투여한 상태여서 피해가 적었을 수도 있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유엔이 금지한 화학무기

 

VX는 화학전 무기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52년 영국 화학자가 발견해 살충제로 특허를 출원했으나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 상업적 용도의 사용·판매가 중단됐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냉전시절 화학전 무기로 개발·비축했다. 1988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북부 쿠르드족 거주지역에 VX를 살포, 수천명이 숨졌다. 이 대량학살은 국제사회가 이라크 북부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 사실상 이라크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다시 지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VX가 검출됐다는 것은 북한에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이 물질은 1991년 채택된 유엔 결의 687호에 따라 ‘대량살상무기(WMD)’로 규정됐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은 누구도 100그램이 넘는 VX를 생산·비축할 수 없게끔 금지시켰다.

 

1997년 이후로 각국은 보유한 VX를 폐기하기 시작했고, 러시아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쿠르간 지역에 있던 화학무기 시설의 VX 비축분을 폐기했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 이 물질을 비축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에게 투입된 독극물이 VX라고만 밝혔을뿐 북한이 제조한 것인지 어디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물질이 유엔에서 금지된 화학무기임을 강조했다.

 

VX는 화학무기의 대명사라는 것 때문에 대중문화에도 많이 등장했다. 1996년 미국 영화 ‘더록’에는 이 물질을 이용한 공격 위협이 등장했고, 영국 BBC의 드라마 ‘아이 스파이 애포칼립스’도 VX를 이용한 테러 위협을 소재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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