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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리아 폭격... 또 '레짐 체인지'?

딸기21 2017. 4. 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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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또 다른 중동전쟁의 서막을 열려는 것일까.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로 아이들을 비롯해 70~100명의 민간인을 대량살상했다는 사실을 현지 시민단체가 폭로한 것이 지난 4일(현지시간). 그리고 사흘만인 7일 새벽 지중해 동부에서 미군이 시리아로 미사일을 퍼부었다. 명분은 확실하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공격을 ‘응징’한다는 것이다.


화학무기 사용 사흘만에 시리아 공격


미군은 지중해 해상에 있는 구축함 포터 호와 로스 호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59기를 발사, 시리아 서부 홈스 주의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을 폭격했다. 지난 4일 이 기지에서 출격한 시리아 전투기가 화학무기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주도하고 아랍과 유럽 국가들이 참여하는 ‘IS 격퇴 연합군’이 계속 시리아를 공습하기는 했으나 아사드 정권을 직접 겨냥한 공격은 처음이다. 



2014년 아사드 정부가 화학무기로 1000명 가량을 살해했을 때 버락 오바마 정부는 공격을 거부했고, 아사드를 향해 물러나라고 얘기하면서도 아무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후 아사드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몇 차례 더 폭로됐으며, 이번 세기 들어 중동을 전란으로 몰아넣은 미국이 무책임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았다. 이번 화학무기 사건이 알려지자 유럽국들을 중심으로 ‘이제는 아사드를 상대로 국제사회가 행동을 해야할 때’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슬람국가(IS) 격퇴전으로만 방향이 잡혀 있던 시리아 내전 개입방향이 아사드를 축출하는 쪽으로 순식간에 방향을 튼 것처럼 보인다.


화학무기 공격 사실이 드러나자마자 사흘만에 아사드군 기지를 향해 전격적으로 미사일을 쏜 양상이지만, 화학무기라는 ‘계기’를 잡았을 뿐이지 이미 이전부터 군사행동을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미군 내에서는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왔다. IS만이 아니라 아사드를 축출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지난 2월에는 미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시리아 지상군 투입을 백악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IS와 싸우려면 아사드와도 연계해야 한다더니


5일에는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미국판 일베’로 불리던 스티브 배넌이 쫓겨났다. 백악관 외교안보 라인이 허버트 R 맥마스터 등 정통파 군 출신 위주로 재편됨과 동시에 시리아 작전이 개시된 셈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마스터는 모두 지난 10여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을 현장에서 지휘한 사령관 출신의 중동전 전문가들이다. 경험 없는 아웃사이더들로 이뤄진 트럼프 정부의 혼선이 차츰 정리되고, 시리아에 대해 군사행동을 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트럼프는 공습 후 성명을 통해 군사공격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화학무기 사용과 확산을 억지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가 화학무기금지조약을 위반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무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사드의 행태를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실패했으며 그 결과 난민 위기가 심화되고 미국과 동맹국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중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시리아에서 일어난 일은 정말로 엄청난 범죄 중 하나”라면서 “뭔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공습을 예고했다. 


미군 구축함 로스 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아사드가 더이상 시리아 국민을 다스리는 데 할 역할은 없어 보인다“고 했다. 레짐 체인지를 언급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미국 CBS방송은 "틸러슨이 시리아 레짐 체인지의 문을 열었다"고 썼고, 러시아투데이도 "틸러슨이 시리아 레짐체인지로 U턴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에 틸러슨은 터키를 방문해 ”아사드의 운명은 시리아인들이 결정할 것“이라 말한 바 있다. 트럼프 역시, 지난해 대선 때 후보토론에 나와 ”IS를 격퇴하려면 아사드나 이란과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아 공격, 또 다른 ‘레짐 체인지’ 전쟁 되려나


2011년 리비아에서 ‘아랍의 봄’ 혁명이 일어나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정부군은 반정부세력 거점이던 동부 도시 벵가지를 폭격하고 몰살시키겠다고 위협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미 행정부는 개입을 꺼렸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엄호용으로 리비아 북쪽 지중해상에 항공모함 2대만 파견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군사개입을 떠맡았으며 프랑스군 중심으로 폭격이 이뤄졌다. 지상군 투입은 없었다. 


오바마가 리비아, 그리고 뒤에는 시리아에 대한 공격을 꺼린 것은 조지 W 부시의 이라크전쟁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은 전쟁을 할 여력도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침공은 9.11 테러에 대한 보복 성격이 강했으나, 부시의 이라크전은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 즉 ‘레짐 체인지를 통한 중동 민주화’를 내세운 전쟁이었다. 사담은 몰아냈는지 몰라도 그 이후 이라크와 주변 지역은 아수라장이 됐다.


시리아는 러시아가 중동에서 유일하게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트럼프 정부는 ‘고립주의’를 표방하더니 오히려 중동전쟁을 확대하는 길에 들어섰다. 일단 이번 공격에서 미군은 미리 러시아에 핫라인으로 통보, 미-러의 예측 불가능한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민간 시설이 아닌 군사기지만 폭격했다. 향후 러시아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시리아 사태의 핵심 변수다. 현재로선 아사드에게 ‘강력한 경고’를 하는 선에서 멈출 것으로 예상되지만, 군사행동의 향방은 어디로든 흘러갈 수 있다. 러시아가 비호하는 아사드를 축출하기 위해 트럼프가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역내에 엄청난 혼란을 불러오고 난민사태가 악화될 것이 뻔하다. 더군다나 트럼프 정부가 중동 전략의 큰 틀을 어떻게 짜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그런 상태에서 ‘레짐 체인지’를 반복한다면 결과는 역시 비극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화학무기뿐 아니라 통폭탄 등 민간인 살상무기들로 자국민들을 죽이는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여론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국제사회가 개입을 해서라도 시리아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군사개입을 하려면 리비아 내전 때처럼 그 나라 국민들이 요청을 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라는 최소한의 절차라도 있어야 한다. 1990년대 나토의 보스니아 공습 때와 같이 외부의 군사개입 과정에서 더 큰 살상이 벌어져서도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리아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줄이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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