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운도 없는 팔레스타인

딸기21 2006. 1. 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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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가 갑작스레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이스라엘 정계에 공백이 생긴 것은 물론,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협상도 당분간 정체 내지는 후퇴를 면치 못하게 됐다. 반세기 넘게 숙명적인 대결을 벌이고 있는 양측 사이에서는 하나의 매듭이 풀리려 할 때마다 한 쪽의 수반이 쓰러지는 비운이 계속되고 있다.

8일 예루살렘 총리실에서 열린 비상각료회의에

아리엘 샤론 총리의 자리가 텅 빈 채 남겨져 있다. / AP



또다시 `정치적 진공'


샤론이 입원해 있는 예루살렘 하사다 병원 의료진은 8일(현지시간) "환자의 생명은 유지되겠지만 집무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현재 샤론은 코마(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샤론의 부재로 인해 이스라엘 정계는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 암살 뒤에 벌어졌던 것과 같은 정치적 진공상태에 빠지게 됐다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등 외신들이 전했다. 샤론의 빈자리는 에후드 올메르트 부총리가 메우고 있지만, 국민들의 신뢰도나 정치경험 면에서 올메르트는 샤론에 못 미친다. 샤론의 정치적 강점은 `보안문제' 즉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을 억압하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수차례 전쟁에서 경험을 쌓은 샤론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반면, 예루살렘 시장을 지낸 것이 정치 경력의 거의 전부인 올메르트는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샤론이 창당한 카디마당이 `올메르트 체제'로 변경될 경우 오는 3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될 수는 있겠지만 샤론 체제보다 지지도는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내놨다. 샤론의 맞수에서 친구로 변신한 노동당 출신의 원로 시몬 페레스 전총리가 주말 동안 유권자들에 카디마 지지를 호소했으나 샤론의 빈자리는 크다.


"항상 총리가 문제"


역설적이지만 샤론의 공백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쪽은 팔레스타인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의 출발점이 된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맺어진 것은 1993년. 그 공로로 양쪽 국가 원수 격인 라빈과 아라파트가 노벨 평화상을 공동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그러나 평화 협상이 본격화되기도 전인 1995년11월4일, 라빈은 유대 극우주의 테러집단의 손에 암살되고 말았다. 라빈의 `정치적 아들'로 불렸던 에후드 바락이 후임총리가 됐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악수를 나누는 라빈과 아라파트. 두 사람은 중동분쟁의 역사적 전기를 마련했지만,

어느새 역사의 인물이 되고 말았다. 라빈을 암살한 집단은 지난해

샤론의 가자지구 철수 뒤 샤론을 암살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었다.


샤론의 등장 이후 벌어진 상황은 역설의 연속이었다. 2001년 `전쟁 영웅'으로 불리던 `강경파 샤론'이 총리가 되자 팔레스타인에서는 공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샤론은 분리장벽 건설 등 강경 보안강화책을 실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용주의 노선으로의 전환을 꾀했다. 2004년 팔레스타인은 미국이 주도한 `중동평화 로드맵'에 따라 국가 건설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그해 말 아라파트가 숨지고 말았다. 팔레스타인은 민족해방운동의 상징인 아라파트를 잃은 뒤 허약한 마무드 압바스 수반 체제로 들어섰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에 의존하는 정치구조가 낳은 부작용인 셈이다.

아라파트 사후 샤론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기정사실화하고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에 유리하게끔 국경을 굳히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도 샤론의 정책이 평화과정의 전기가 될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 팔레스타인 정치평론가 가지 알 사아디는 알아라비야TV 인터뷰에서 "샤론은 팔레스타인을 통째로 이스라엘에 편입시키겠다는 야망을 버린 최초의 이스라엘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우리에게 저지른 범죄를 잊지는 않겠지만, 지금 우리에겐 그가 살아있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샤론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곡절 많은 이·팔 평화과정은 당분간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위적 코마상태'란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 총리가 뇌출혈로 쓰러져 혼수상태(코마)에 빠져 있다. 그런데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이스라엘에서, 샤론의 치료 방법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안이한 진단에 잘못된 처방으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하레츠지는 8일(현지시간) 귀빈 환자를 지나치게 의식해 치료에 차질을 빚는 `귀빈(VIP)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달 18일 샤론이 처음 쓰러졌을 때 `가벼운 뇌졸중'으로만 보았던 병원의 처방이 적절했느냐 하는 점. 의료진은 환자의 심장에 구멍이 나있는 것을 보고도 `흔한 증상'이라고만 진단했다. 이 구멍은 개존성 난원공(PFO)이라 불리는 것으로, 태아 상태에 뚫려 있다가 뒤에 닫혀야 하는데 선천적 이상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른이 된 뒤에도 남아 있곤 한다. 선천성 이상이 있는 이들이 전체 성인의 20% 정도라고 하니 의료진의 말도 맞기는 맞다.

의료진은 지난 5일 PFO를 폐쇄하는 `가벼운' 수술을 할 예정이었으나 환자는 수술 하루 전 대량 뇌출혈을 일으켜 쓰러졌다. 영국 BBC방송은 "70대 노인이 심장의 구멍 때문에 뇌졸중을 일으켰다면 심각한 것"이라며 "병원 측의 안이한 진단 때문에 샤론은 힘겨운 스케줄을 그대로 추진했다"는 지적을 전했다. (울나라에서 황우석 사태 거치면서 온 국민이 생명과학 전문가가 된 것처럼, 지난 주말부터 이스라엘에서는 매스컴이 모형까지 동원해서 주구장창 보도한 관계로 온 국민이 심장병 전문가가 돼있다고).


의료진은 샤론이 재차 쓰러지자 2차례 긴급 수술을 거쳐 5일 그를 `의학적으로 유도된 코마'에 빠뜨렸다. 이 요법은 뇌의 온도를 낮춰 뇌세포의 활동을 억제해 뇌출혈과 뇌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병원 측은 9일 샤론을 혼수상태에서 `깨우는' 과정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회복과정에는 최대 8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는 뇌를 `냉각'하고 전극을 삽입하는 코마 요법이 치명적일 수 있다. 보통 이 코마 요법은 `안락사의 전(前) 단계'로 불리곤 한다.

또 하나의 논란은 혈액응고방지제를 처방해 뇌출혈을 악화시켰다는 점. 일부 의사들은 `평화롭게 죽을 환자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정치적 필요에 따른 인위적인 생명 연장을 비판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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