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부인 서맨사(왼쪽)의 의상비용을 다룬 인디펜던트 기사.
최근 폭로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자료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이름이 거론돼 영국에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야당들은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기득권층의 행태를 질타하며 캐머런 총리에게 화살을 돌렸고, 캐머런은 부랴부랴 조세도피를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그 와중에 캐머런의 부인 서맨사(44) 여사의 패션이 논란이 됐다. 연간 5만3000파운드(약 8600만원)에 달하는 서맨사의 의상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 인디펜던트는 지난 8일 서맨사가 의상을 조언하는 ‘특별보좌관’까지 두고 있었다며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정치인들에게는 패션도 ‘언어’이고 정치행위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국가의 수반이나 주요 각료쯤 되면 그 가족의 패션까지 도마에 오르곤 한다.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던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남편 네스토르 키르치네르에 이어 8년 동안 집권하다가 지난해 말 물러났다. 페르난데스는 집권 시절 내내 ‘패션이 눈에 띄는 정치 지도자’으로 해외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 역시 파나마 페이퍼스의 불똥을 맞았다.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두고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12년만에 좌파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우파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도 함께 파나마 문건에 거론됐고, 아르헨티나는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조세도피 의혹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이주노동자들이 미국에 들어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비판하고, 중국이나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지나치게 무역 흑자를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포드자동차나 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이 미국 밖에 공장을 만드는 것을 비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막말을 불사하는 ‘튀는 발언’으로 유명하지만 유세장에서 늘 평범한 정장 차림으로 연단에 선다.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트럼프도 패션 문제로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기업 아웃소싱과 ‘중국산’을 욕하지만 그 자신도 중국에서 생산된 옷들을 입었다는 것이다. CNN방송은 지난달 8일 트럼프의 수트와 넥타이는 중국산, 셔츠는 방글라데시산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으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계산된 언행’으로 유명하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튀는 옷차림을 하거나 패션감각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 편은 아니지만, 시의적절하게 때와 장소에 맞는 옷을 걸치고 나온다. 남편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퍼스트레이디였을 때에는 공식 연회에서 화려한 드레스 차림도 종종 선보였으나 국무장관과 상원의원, 대선 경선 후보로 활동할 때에는 주로 바지 정장을 입어 ‘유능하고 역동적인 여성 정치인’임을 강조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본인 뿐 아니라 가족 모두가 패션리더다. 오바마의 ‘수트빨’을 비롯해, 부인 미셸이 공식 석상에서 입는 옷들이 모두 미국 잡지들의 관심거리다. 미셸은 고향인 시카고의 패션디자이너들 옷과 미국 출신 유명 디자이너들의 옷을 적절히 섞어 입는다. 근래에는 두 딸 말리아와 사샤도 ‘완판녀’로 등극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옷을 입은 모습이 아닌 벗은 모습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곤 한다. 만능 스포츠맨으로 유명한 푸틴은 2010년 큰 산불이 나자 직접 소방용 헬기를 조종해 진화작업에 나섰고, 2014년에는 시베리아에서 행글라이더 비행을 했다. 야생호랑이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다는 모습(2008년), 웃통을 벗고 말 타는 모습(2009년)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인 이집트와 사우디 지도자들의 옷차림은 대조적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이집트 지도자들은 늘 양복 차림으로 공식 석상에 선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왕은 전통 머릿수건인 케피야를 쓴 모습으로 늘 등장한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지난 11일 터키 방문 때에도 흰 케피야를 쓴 차림새로 비행기에서 내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흰 터번이 트레이드마크다. 그러나 이란 지도자들이 늘 이런 차림을 하는 것은 아니다. 테헤란 시장을 지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서민 정치인임을 강조하기 위해 늘 허름한 점퍼 차림을 했다. 반면 로하니는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 출신답게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터번을 쓰고 연단에 올랐다.
제3세계 지도자들 가운데에는 전통의상을 입고 외교무대에 나오는 이들이 많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전통 의상을 입든 양복을 입든 늘 수수한 차림새다. 야당인 국민회의의 소니아 간디 대표는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며느리다. 남편 라지브 간디가 1991년 암살당한 뒤 정치에 뛰어들었고, 1998년부터 국민회의를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인 소니아는 이방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주로 인도 전통 옷차림을 하고 대중들 앞에 나선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세계의 ‘떠오르는 패션 리더’다. 정치인이 된 뒤에는 늘 평범한 정장 차림이지만 재미있는 표정이나 동작을 선보이곤 한다. 아버지도 총리를 지낸 정치 명문가 출신이지만 소박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으로 호감을 얻고 있다. 총리 취임 후에 그의 과거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로 널리 유통됐다.
13일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빨간 재킷을 입고 투표를 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8일 전주를 방문했을 때에도 빨간 옷을 입었다. 새누리당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이 일자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옷 색깔을) 연결시켜서 대통령이 (선거) 중립을 해치고 있다는 야당의 태도는 정말 어이가 없다”며 “대통령 옷이 많지 않다. 색깔로 보면 그렇게 많은 색깔의 옷을 갖고 있지는 않거든요”라고 ‘해명’했다.
'딸기가 보는 세상 > 한국 사회, 안과 밖'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근혜 대통령과 기자들의 '키워드' ... '이런' 파워 (0) | 2016.04.27 |
---|---|
노무현 때 세계 31위, 10년만에 70위로...역대 최하위 기록한 한국 언론자유 순위 (0) | 2016.04.20 |
황교안 총리 '플랫폼 관용차' 논란...외국의 총리들은? (0) | 2016.03.23 |
알파고의 '뇌'...이세돌은 이런 상대와 싸웠다! (0) | 2016.03.13 |
[뉴스 깊이보기]필리버스터, 로마 시대부터 있었다 (0) | 2016.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