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브렉시트 위기, 미국 대선... 2016년 세계는

딸기21 2015. 12. 3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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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잔혹했다. 신년 벽두부터 터져나온 프랑스 파리에서 풍자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 공격을 받았고, 11월 다시 파리에서 대규모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났다. 2001년 9·11 이후 14년만에 테러 공포가 세계를 덮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이라크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파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다. 그 사이 시리아와 이라크 사람들의 고통은 커져만 간다. 내년에도 세계는 그리 평화롭지는 않을 것 같다.


위기의 유럽은 어디로

 

지난 9월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세살 시리아 난민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숨진 채 발견됐다. 쿠르디의 죽음은 시리아 내전 참상과 난민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느 새 5년이 다 되어가는 내전으로 시리아 국민 2200만명 중 절반 이상이 피란길에 올랐고, 그 중 430만명은 나라 밖 난민이 됐다. 내년에도 난민 행렬은 더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29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한 난민의 수가 100만명이 넘었다고 발표했다. 육로를 통해 간 사람들은 뺀 숫자만 해도 이 정도다.



그래픽 ged-project.de


시리아 사태는 내년에도 이슈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의 여러 정치진영과 미국, 러시아, 유럽, 이란까지 머리를 맞대고 체제이행 협상을 하고 있으나 첩첩산중이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스스로 퇴진하게 하려면 러시아와 이란이 물밑에서 중재해야 한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모처럼 국제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란이 중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지가 결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키워드로 돌아본 ‘2015 지구촌’] (3) 디폴트


유럽은 올해 그리스 채무위기를 놓고 극심한 분열을 보였다. 거기에 뒤이은 난민 유입으로 유럽연합(EU)은 통합의 시험대에 올랐다. 위기에 부채질을 하는 것은 영국이다. 아예 EU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안팎의 압박에 낀 처지다. 이르면 내년 6월쯤 EU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놓고 영국인들이 국민투표를 하게 될 수도 있다. 올해 유럽의 키워드 중 하나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였다면 내년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최대 이슈가 될 것 같다. 


[관련 기사] “자율권 보장해야 EU 남겠다” 영국의 ‘브렉시트’ 협박


영국의 탈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유럽의 균열이 더 심해질 것은 분명하다. 이민자들에 반대하고 통합보다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극우파들의 목소리는 유럽 전역에서 계속 커질 것이다. 


백악관의 주인은 누가 될까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6월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에는 어느 유별난 갑부의 모험 정도로만 보였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 대선 주자 중 독보적인 지지율 1위다.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몰고 무슬림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을 쏟아내는데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여전히 30%대다.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가 12월 19일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의 참전군인 기념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민자들과 여성, 무슬림 등 마이너리티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막말을 계속하고 있으나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늘 지지율 1위다. 시더래피즈/AP연합뉴스


내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대선의 막이 오른다. 민주당에선 힐러리 클린턴이 대세를 굳히고 있으나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될 지는 안갯속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높지만 주류 공화당 지지자들이 과연 그에게 대권 도전의 길을 열어줄 지는 알 수 없다. 


[키워드로 돌아본 ‘2015 지구촌’] (8) 아웃사이더


민주당에서 힐러리의 아성에 도전한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 의원도 “1%가 독차지한 권력을 99%에게 되돌려주자”며 아웃사이더 돌풍을 일으켰으나 파리 테러 뒤 안보 이슈가 부각되면서 고전 중이다. 그럼에도 샌더스의 의미 있는 돌풍은 무한경쟁 시대의 ‘일하는 서민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12월 16일 7년 만에 제로금리 시대를 종식시켰다. 그러나 세계경기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금리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았다. 옐런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내년 미국 경제의 성적표에 달려 있으나, 아직 낙관론과 신중론이 교차한다.


프랑스 파리 시민들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들의 동시다발 테러 이틀 뒤인 11월 15일 레퓌블리크 광장에 설치된 추모소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파리/AFP연합뉴스


국제유가는 올해 배럴 당 30달러 대로 떨어졌고, 당분간 기름값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산유국들은 저유가 타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금이 거의 없다시피 했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걸프 부국들이 일제히 내년부터 세금을 걷기로 했고, 기름값을 올리고 있다. 러시아는 신년 초부터 감원을 비롯한 정부부문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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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in] 게임이론으로 본 유가전망...중동VS미국 ‘치킨게임’ 승자는?


세계 경제의 관건은 중국의 연착륙이다. 중국의 초고속 성장은 끝났으며 성장률은 연간 7%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상하이 증시가 몇 번이나 폭락해 세계 증시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출범시켰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인정받았다. 아시아를 무대로 한 중국과 미국의 경쟁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고, 중국이 한 걸음씩 세계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고래 사이에 낀 새우가 된 한국은 고민을 거듭해야 할 것 같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는

 

올해 미얀마는 민주화의 봄을 맞았고,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여성 참정권을 거부해왔던 전제왕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들이 처음으로 지방선거에 참여했다. 올초 국왕이 바뀐 사우디는 저유가에 따른 재정난, 안팎의 개혁 요구에 떼밀리고 있다. 아랍의 봄조차 빗겨갔던 사우디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해진다.

 

특히 내년에 중동에서는 이란의 국제무대 복귀라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역사적인 핵 합의에 따라 이란은 제재에서 벗어나게 되고, 역내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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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여러 나라가 내년에 선거를 치른다. 5월 필리핀 대선을 눈여겨볼만 하다. 내년 2월이면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이 30년이 된다. 1986년 2월 22일 코라손 아키노가 이끈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으며 그 사흘 뒤 독재자 마르코스가 물러났다. 지금 필리핀의 대통령은 코라손의 아들 베니그노 아키노다. 대만에서는 1월 총통선거에서 친중파와 반중파가 맞붙는다. 11월에는 중국의 민주화 의지를 가늠케 할 홍콩 입법원 선거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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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는 2000년대 들어 신자유주의에 맞선 진보진영의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하지만 올 연말 아르헨티나에서 12년만에 우파 대통령이 집권했고, 베네수엘라에서는 우고 차베스의 사회주의 유산에 대한 반격과 함께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우파가 압승을 거뒀다.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내년 8월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의 노동자당(PT) 정부는 흔들리고 있으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주장까지 제기됐다. 미국과 국교를 튼 쿠바는 바야흐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내년 2월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프랑스를 방문한다. 라울의 개혁·개방 행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듯하다.


체르노빌 30년, 케인지즘 80년

 

2016년에 기억해야 할 일들도 많다. 4월 26일은 옛 소련 체르노빌 참사 30주년이고, 7월 1일은 미국이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에서 핵폭발 실험을 한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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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의 날짜는 중요하지 않지만 이런저런 계기로 역사를 곱씹어보게 되는 건 의미 있다. 이를테면 존 메이너드 케인즈의 <고용·이자 및 화폐의 일반 이론>이 출간된 지 내년 2월이면 80년이 된다. 1966년 6월 미국 대법원에서는 ‘미란다 대 애리조나주’ 사건의 판결이 있었다. 오늘날 미란다 원칙으로 알려진, 피의자의 권리에 대한 판결이 나온지 어느새 반세기가 되는 것이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50주년을 맞는다. 


세계 최초의 컴퓨터바이러스인 ‘브레인’이 탄생한 지 30년이 되고(1월 19일) 인류가 보낸 우주선 바이킹1호가 처음으로 화성에 착륙한 지 40년(7월 20일)이 된다. 미국 유인우주선 챌린저호가 폭발한 지 30년(1월 28일)이 되며 애플은 어느새 창립 40년을 맞는다(4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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