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오마 샤리프, 리콴유, 귄터 그라스...세계의 별들 지다

딸기21 2015. 12. 24. 09:21
728x90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세계 정상들이 줄줄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했다. 오바마는 당초 예정됐던 인도 방문일정을 단축하고 리야드를 찾았다. 압둘라 국왕이 23일 타계하고 이튿날 살만 새 국왕이 즉위하면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 왕좌의 주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차기, 차차기 국왕 승계 구도까지 내다보며 각국은 치열한 조문외교를 펼쳤다.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사건 추모행진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오바마는 조 바이든 부통령을 보내려던 계획을 바꿔 직접 조문을 했다. 카타르, 터키, 파키스탄 정상은 압둘라 타계 당일 치러진 장례식에 참석했고, 프랑스와 영국, 이집트 정상들과 주요국 왕실 인사들도 사우디를 찾았다. 사우디의 왕위 계승은 별 탈 없이 이뤄졌지만 개혁보다 왕실 지키기에 몰두하는 새 국왕 체제는 안에서부터 곪아들어가고 있으며 무리한 예멘 공격으로 중동 역내의 안정을 도모하기는커녕 불안정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압둘라 전 사우디 국왕. 사진 EPA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사진 AFP


두 달 뒤 또 다른 조문외교 무대가 펼쳐졌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가 3월 23일 타계한 것이다. 국장은 소박하게 치러졌지만 국부(國父)를 기리는 추모행렬이 줄을 이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서거 때에도 장례식에 가지 않았던 박근혜 대통령은 리 전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해 ‘2대에 걸친 인연’을 되새겼다. 국민들을 강력 통제하며 일당통치를 계속한 리콴유의 유산에 대해서는 번영을 일군 지도자라는 칭송과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자였다는 평가가 엇갈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를 가리켜 “그는 하나의 정치제도였다”고 말했다. 한때 메르켈의 경제정책 등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던 슈미트는 세상을 떠나는 길에 후배 정치인에게서 이런 찬사를 받았다. 슈미트는 분단 시대 서독의 번영을 이끈 지도자이자 “20세기의 독일 그 자체였다.”(뉴욕타임스) 행동하는 정치인이자 위기에 강한 지도자였던 그는 11월 10일 타계했다. 그와 함께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동방정책의 설계자’ 에곤 바르 전 경제협력부 장관도 8월 20일 숨을 거뒀다.

헬무트 슈미트 전 서독 총리. 사진 DPA

압둘 칼람 전 인도 대통령. 사진 블룸버그통신


인도는 7월 27일 ‘핵 개발의 아버지’라 불리던 압둘 칼람 전 대통령을 떠나보냈다. 가난한 어부 집안에서 태어난 칼람은 물리학자이자 항공우주공학자였고 인도의 미사일과 핵실험을 주도해 미사일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평생 젊은이들과 대화하며 꿈과 교육을 강조했던 그는 83세의 고령에도 대학에서 강연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마이너리티와 약자들에 관심을 기울인 칼람은 평생 독신으로 살았으며 책들 외에는 이렇다할 재산도 남기지 않았다. 

러시아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사진 AP


러시아에서는 2월 27일 야당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가 괴한들에게 사살됐다. 괴한들은 곧 체포됐고 체첸 분리주의에 반대하는 자들이라 발표됐으나 크렘린이 배후에 있다는 추측이 무성했다. 중국군 부패의 몸통으로 불리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3월 15일 옥중에서 방광암으로 사망했다.

문학계에서는 두 명의 큰 별이 졌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양철북>의 작가인 독일의 귄터 그라스와 남미의 양심으로 불린 우루과이의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4월 13일 나란히 떠났다.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 사진 DAPD통신

우루과이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사진 art-sheep.com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인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시(5월 23일),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삶의 기쁨을 전했던 미국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8월 30일), 인간의 욕망의 구조를 파헤친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11월 4일),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라는 이론으로 명성을 얻은 영국 학자 베네딕트 앤더슨(12월 13일) 등 세계적인 석학들도 줄줄이 세상을 떴다. <드라큘라>로 유명한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6월 7일)와 영원한 <닥터 지바고> 오마 샤리프(7월 10일)도 우리 곁을 떠났다. 

영국 배우 크리스토퍼 리. 사진 AP

이집트 배우 오마 샤리프. 사진 E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