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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IS 새 근거지는 리비아? 유럽 목전으로 오나

딸기21 2015. 12. 2. 20:44

리비아가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새로운 거점으로 떠올랐다. 무아마르 카다피가 축출된 지 4년이 넘었지만 리비아는 안정되기는커녕 더 큰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한 제재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유엔 산하 전문가위원회는 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낸 보고서에서 리비아에 IS 전투원 2000~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들이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전략적으로’ 영토를 넓혀가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4쪽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지 주민들은 IS 같은 극단조직들이 득세하는 것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IS는 조직을 세우고 유지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악명을 바탕으로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리비아에 장·단기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이 전문가위원회는 반기문 사무총장이 임명한 8명의 독립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고, 알카에다와 IS에 대한 보고서들을 정기적으로 내놓고 있다.



석유 부국인 리비아에서는 2011년 내전 끝에 장기집권 독재자 카다피가 축출됐다. 그 후 과도정부가 세워지고 새 헌법이 만들어졌으나 카다피에 맞섰던 반군 진영 일부가 내전이 끝난 뒤에도 무기를 내려놓지 않은 채 유전들을 장악하면서 분란이 다시 커졌다. 반 카다피 진영의 거점이었던 동부 중심도시 벵가지 등에서는 무장세력들이 자치정부를 멋대로 선언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 뒤에는 석유 이권이 있다. 동부 무장세력과 부족집단들은 동부의 유전에서 나오는 석유 이익을 트리폴리 중앙정부에 내주지 않으려 한다. 정부는 동부 뿐만 아니라 수도 트리폴리에서조차도 치안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고, 무장조직들이 구역을 나눠 자기들이 치안을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과도정부 총리가 트리폴리 일부의 치안을 장악한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풀려난 적도 있었다. 

거기에 지난해부터 IS 같은 극단세력들이 끼어들었다. 시리아·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전투원 중 상당수는 리비아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출신이며 리비아에는 자생적인 극단조직들도 여럿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안사르 알샤리아라는 조직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분파 중 하나인 살라피스트 그룹으로 분류되는 안샤르 알샤리아는 2011년 내전 중에 결성됐다. 2012년 벵가지의 미 대사관을 공격한 것이 이들이다. 하지만 카다피에 맞서 싸웠던 칼리파 벨카심 하프타르 장군에 충성하는 무장세력이 지난해 지상과 공중에서 맹렬한 공격을 퍼부어 이 조직을 약화시켰다. 

하지만 세속주의 진영의 공세는 오히려 지하디스트들의 결집을 부추겼다. 안사르 알샤리아는 잠시 약화됐으나 잔당들이 IS에 충성을 맹세하고 지부를 결성했다. IS 연계집단은 이집트와 가까운 동부 도시 데르나에 거점을 마련하고 급속히 세력을 확장했다. 이들은 이라크·시리아 IS와 마찬가지로 주민들로부터 세금을 걷고, 자체 경찰조직과 이슬람 성볍(샤리아)에 기반한 사법시스템까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자고 나면 새 조직, 뿌리 뽑히지 않는 알카에다와 IS

리비아 IS는 올 초 트리폴리의 특급호텔을 공격하며 영향력을 과시했고, 2월에는 트리폴리와 벵가지 사이의 주요 항구도시인 시르테까지 점령했다. 시르테는 카다피 정권의 정치적 고향이었던 곳이다. 리비아를 발판으로 IS가 아프리카 대륙과 유럽으로 공격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영국 싱크탱크 퀼리엄은 IS가 리비아를 유럽으로 가는 거점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유엔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는 리비아에서 IS가 득세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리비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람국가(IS), 리비아 항구도시들 장악… 유럽 노리나

더 큰 문제는 극단조직들 간의 세력 경쟁이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유혈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세와 IS의 확대로 위축된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의 일부 전투원들은 사하라 남쪽 말리로 내려가 알무라비툰이라는 조직을 만들었고, 지난달 IS의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일주일 뒤 말리의 고급호텔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북아프리카 IS 연계집단들의 테러공격은 최근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이집트에서 러시아 여객기를 추락시킨 것은 IS에 충성을 맹세하고 ‘IS 시나이 지부’로 이름을 바꾼 현지 무장조직이었다. 

IS와의 전쟁 북아프리카로 확산

파리 테러 뒤 국제동맹군의 공습이 확대되자 IS가 북아프리카로 이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문가위원회는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전투원으로 싸웠던 리비아인 지하디스트 800명 가량이 다시 리비아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시리아·이라크 IS 지도부도 조직의 상당부분을 리비아로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도 리비아에 거점을 만드는 것은 “후퇴에 대비한 IS의 옵션”이라고 보도했다.

리비아는 시리아처럼 중동의 요충지에 있지는 않지만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유럽과 마주보고 있으며, 무엇보다 시리아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을 가진 나라다. 리비아 주변의 튀니지와 이집트는 ‘아랍의 봄’ 뒤 새 정부가 구성됐으나 정치적 불안정이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