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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저커버그 52조원 기부약속

딸기21 2015. 12. 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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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자라날 세상이 지금보다는 나은 곳이길 바라면서, 우리도 할 몫을 하고자 한다. 너뿐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모험가 정신으로 회사를 만들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고, 그러고 나서는 번 돈을 미래세대를 위해 쏟아붓는 기업가. 세계 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개척한 미국 기업가의 인생 패턴이다.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만들어 말라리아·에이즈 퇴치 등 의료·보건·과학연구를 지원해온 그의 뒤를 이어 2006년 세계 2위 갑부인 투자가 워런 버핏이 전 재산 기부 선언을 했다. 그 뒤로 줄줄이 ‘착한 자본가’들의 기부가 이어졌다. 그래봤자 개인의 자선일 뿐이라는 냉소도 있지만 최소한 세계의 슈퍼부자들에게 기부는 필수 항목이 됐다.

또 다른 젊은 갑부가 게이츠의 길에 동참했다. 미국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31)와 프리실라 챈(30) 부부는 며칠 전 태어난 딸 맥스를 위해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446억달러(약 52조원) 가치의 페이스북 주식을 1%만 남기고 모두 사회를 위해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1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딸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올리고,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라는 법인을 만들어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0억달러씩 넘길 것이고, 나머지도 생애에 걸쳐 모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전액을 내놓지 않는 것은 페이스북 경영권을 갖고 있기 위해서다. 약속대로 실현되면 저커버그는 버핏을 넘어 세계 1위 기부자가 된다. 



편지의 수신자는 갓 태어난 딸이지만, 편지의 내용으로 보면 저커버그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미래를 위한 선언’이다. 그는 딸이 태어남으로써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어떤 세상이었으면 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세계가 계속 진보하고 있다는 믿음, 더욱 평등하고 포용적인 세계에 대한 기대와 의무감을 표현했다. “뉴스 헤드라인은 나쁜 것들에 초점을 맞추지만 세상은 여러 면에서 더 나아지고 있단다. 보건은 개선되고, 가난은 줄어들고, 지식은 커지고, 사람들은 연결되고 있다. 기술 진보가 너의 삶을 우리의 삶보다 극적으로 나아지게 해줄 거야. 이를 위해서 우리도 할 몫을 하고자 한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은 강하고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있어. 어린이들은 교육받을 수 있을 때 최고의 기회를 누리는데, 건강해야만 잘 배울 수 있거든. 건강은 일찌감치 결정된단다. 가족의 사랑과 균형잡힌 영양 상태, 안전하고 포근한 환경이 필수적이지. 


어린 나이에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어린이들은 종종 건강하지 못한 신체와 정신을 갖게 돼. 뇌의 발달에 물리적인 변화가 생기면 인지 능력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지. 의사이자 교육자인 네 엄마는 이를 직접 경험했단다. 건강하지 못한 어린시절을 보내면 너의 모든 잠재력을 펼치기 어렵단다. 

음식과 집을 염려하거나 학대나 범죄를 당할까 걱정한다면 말이지. 피부색 때문에 대학이 아니라 감옥에 갈까 두려워하고, 혹은 네 법적 지위 때문에 가족이 강제추방될까 두려워하면, 그리고 종교나 성적 지향, 성적 정체성 때문에 폭력 피해자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해도 마찬가지이지. 

이런 문제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제도가 필요해. 이것이 바로 네 엄마가 만들고 있는 새로운 학교의 철학이란다. 우리가 학교와 보건센터, 부모 그룹, 지방정부와 협력해서 모든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충분한 음식과 돌봄을 제공받도록 보장한다면 이런 불평등을 하나로 다룰 수 있게 될 거야. 비로소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함께 줄 수 있게 되는 것이란다.

온전한 모델을 만들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몰라. 하지만 인간의 잠재력 향상과 평등 증진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지. 어느 쪽을 원하든 우리는 먼저 포용적이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단다. 


[관련글] 저커버그의 편지 전문



저커버그는 “인간의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평등을 증진하는 것”을 미래 세대를 위한 두 가지 축으로 꼽았다. “빈곤과 굶주림을 근절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기본적인 의료를 제공할 수 있을까? 포용하고 환영하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모든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와 이해를 키울 수 있을까? 여성과 어린이들, 대변할 사람 없는 소수자들, 이민자들과 디지털로 연결되지 않은 이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을까?” 그는 이런 물음에 대해 ‘예스’라는 답을 할 수 있으려면 지금 세대가 바르게 투자해야 한다고 기부의 의미를 설명했다.

자식을 위해 전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자식이 자라날 세상을 위해 재산을 내놓는 사람은 저커버그뿐이 아니다. 버핏과 게이츠는 2011년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도입된 ‘부자 감세’를 줄이고 상속세를 올리라는 캠페인을 했다. 그는 일해서 번 돈에 내는 세금보다 물려받은 돈에 내는 세금이 더 적다면서 “부자들을 그만 애지중지하라”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버핏은 자식들에게 재단 하나씩 물려줘 ‘트러스트 키드(재단을 운영하는 상속자)’로 만들지는 않겠다고 했다. 스웨덴 이케아 창업자 잉바르 캄프라드도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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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평생 모은 재산을 노년에 기부하던 이전 세대와 달리, 정보기술(IT) 업계 부자들 중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내놓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와츠앱 창업자 얀 쿰, 파일공유사이트 냅스터를 만든 션 파커, 고화질 카메라 고프로를 만든 니컬러스 우드먼,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 이베이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르 등은 30~40대에 거액을 기부했다.



세계의 거액 기부자들 (자료: 포브스 등)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307억달러 빈곤퇴치·교육·정보기술분야에 기부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290억달러 의료·교육·과학분야 기부



리카싱 홍콩 청콩그룹 창업자

100억달러 교육기관 기부



척 피니 미국 듀티프리샤퍼스그룹 창업자

62억달러 의료·빈곤퇴치·인권분야 기부



알왈리드 빈 탈랄 사우디아라비아 킹덤홀딩컴퍼니 회장

35억달러 개발원조·여성·청년·문화분야 기부



아짐 프렘지 인도 와이프로그룹 회장

20억달러 교육·의료분야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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