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유산은 힘을 잃는 것일까. 6일(현지시간)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 야당이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뒀다고 텔레수르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2013년 집권한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더욱 더 궁지에 몰리게됐다.
티비사이 루세나 선거관리위원장은 7일 낮 야권연합인 민주연석회의(MUD)가 전체 의석 167석 중 99석을, 집권 베네수엘라연합사회주의자당(PSUV)이 46석을 얻었으며 19석은 개표가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나머지 3석은 원주민들에 배정돼 있다.
경제 위기의 책임을 놓고 거센 공방전이 벌어졌던 이번 선거에서 집권 PSUV와 MUD가 박빙의 대결을 펼칠 것으로 관측됐으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야당이 압승을 거둔 셈이 됐다. 현 의석은 여당 96석, 야당연합 64석이다. 야당 지도자 엔리케 카프릴레스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되돌릴 수 없다, 국민들은 결정을 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야권은 자체 집계결과 총 의석수가 113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집권당 지지층의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투표시간을 연장하려 했다가 야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중간 개표결과가 나온 뒤 마두로 대통령은 “헌법과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야당 지도자 중 한 명인 헨리 라모스는 “우리는 이행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해, 이번 총선 결과가 베네수엘라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을 것임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차베스의 후광에만 의존해온 마두로 대통령이 2019년까지인 임기를 지키기도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야권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는 의회가 국민투표를 통한 개헌까지 추진할 경우 마두로가 조기 사임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차베스 시절 국회의장과 부통령을 지낸 마두로는 버스 운전사 출신으로 노동운동 지도자였고, 차베스가 직접 후계자로 지명한 인물이다. 차베스 사망 한 달 만인 2013년 4월 치러진 대선에서 카프릴레스를 힘겹게 꺾고 집권했다. 대선에선 이겼지만 이후 카프릴레스와의 정치적 대결에서는 번번이 완패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중심지인 미란다 주지사를 지낸 카프릴레스는 유복한 집안 태생에 변호사 출신으로, 2012년 대선에서 차베스와 직접 맞붙어 선전을 함으로써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올해 43세의 젊은 지도자 카프릴레스는 역동적이고 개혁적인 중도파의 이미지를 내세워 차베스의 친서민 복지노선을 받아들이면서, 차베스에서 마두로로 이어지는 집권 좌파 정부의 경제 실책은 집요하게 공격했다.
카프릴레스는 과거 베네수엘라의 옛 우파 기득권층과는 거리를 둬왔지만,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한 뒤 차베스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자산계급과 옛 기득권층이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을 뒤로 돌리려 할 가능성이 높다. 차베스의 에너지자원 국유화 조치와 ‘새로운 사회주의’ 정책에 힘입어 베네수엘라에서 문맹률이 낮아지고 서민·빈민 복지가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몇년 간 기름값이 떨어지면서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마두로 집권 이후 2년 동안 연간 물가상승률이 세자릿수%에 이르고 생필품마저 품귀현상을 빚으면서 상당수 서민들도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된다. 베네수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12년 5.6%에서 2013년 1.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4%를 기록했다. 여기에 집권 PSUV와 마두로의 무능이 겹치면서 차베스의 유산은 위기를 맞았다. 차베스가 야심차게 조직한 ‘미주대륙을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도 차베스 사후 약화됐다. 특히 쿠바가 지난해 말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한다고 선언하자 베네수엘라의 반미 기조는 큰 타격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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