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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년에 미등록 이주자 추방작전... 정치 이슈로  

딸기21 2015. 12. 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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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토안보부가 내년 초 중남미에서 온 미등록 이주자들을 추방하기 위해 ‘작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런 계획이 알려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등의 반 이주자 선동을 정책에 받아들인 것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국(ICE) 직원들이 내년 초에 중남미에서 온 미등록 이주자 수백 가구를 추방하기 위해 색출 작전을 벌일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멕시코 쪽 국경을 불법 월경하는 이주자들이 많아지고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들어와 추방 판정을 받은 이주자들을 강제송환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도가 나온 뒤 길리언 크리스텐슨 이민·세관국 대변인은 24일 “우리의 국경은 불법 이주에 열려 있지 않다”면서 “불법적으로 이곳에 온 사람들은 피난처나 보호를 구할 수 없으며 우리의 법과 가치에 따라 돌려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주자 구금센터에 있는 이들 중 추방명령을 받고도 나가지 않거나 법원의 소환에 불응하는 이들을 찾아내 돌려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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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자 추방정책의 이중성을 풍자한 카툰들.


최근 2년 새 멕시코를 통해 들어온 이주자들은 10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멕시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에서 들어온 이들이다. 특히 미 정부가 아이들에게는 관대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이들을 앞세워 국경수비대의 무장 단속을 피하거나 아이들만 국경을 넘게 하는 일이 늘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멕시코를 비롯한 중미 국가들에서 불법 월경을 통제한다는 광고까지 했으나 여전히 이주자들은 많고, 국경지대 주민들과 이주자들 간 충돌까지 빚어졌다. 지난달에도 텍사스 남부를 통해 중미 출신 미성년자들이 대거 들어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이미 정착해 살고 있는데도 합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등록 이주자들을 구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동시에 신규 이주자들은 막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중미에서 온 이주자들을 추방해 이주자 지원단체들로부터 ‘최고 추방자(deporter in chief)’라는 비난까지 받았으나, 늘어나는 불법 월경을 막지 못했다.



미등록 이주자 추방 방침을 비판한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의 트위터 글.



이번 국토안보부의 추방 계획은 내년 대선 국면과 맞물려 미 정계에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대선주자 트럼프를 비롯해 우파 정치인들은 강력한 이민 통제를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주자나 난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모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민자 옹호활동을 해온 미국이민변호사협회의 그레고리 첸은 “피란처를 찾아 중미에서 온 가족들을 불법 월경으로 처벌하는 대신 인도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공격적인 추방작전은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국토안보부의 조치가 “대선의 해를 맞아 이주자 문제라는 이슈에 다시 기름을 부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들은 일제히 추방 조치를 비판했다. 이민자들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유력 대선 주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은 이번 추방 방침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측도 “미국은 억압받는 난민들에게 희망의 등불 역할을 해왔다”며 비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경선주자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는 트위터에 “죽음을 피해 온 난민들을 붙잡아 내쫓는 것은 잘못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예수도 난민이었다”며 “성탄절에 터져나온 난민몰이는 트럼프가 만든 것 같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