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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업] 버니 샌더스 열풍

딸기21 2016. 2.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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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 그보다 먼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을까요?


알 수 없는 일. 샌더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만약에 ^^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보여줄 지도 알 수 없는 일. 하지만 좌절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후보가 있고, 선풍을 일으킨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샌더스 열풍, 진행과정을 모아 봅니다.



2015년 2월 9일,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워싱턴의 브루킹스연구소에서 강연하면서 대선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힐러리 ‘보수’ 깨기 위해 대선 출마 고려” 미국 유일 ‘사회주의자’ 정치인 버니 샌더스


미국에서, 사회주의자 대선후보라니. 반짝 관심을 받는 데에 그칠 수도 있었던 샌더스는 뜻밖에도 돌풍을 일으킵니다. 오랜 세월 줄기차게, 변함 없이 외쳐온 그의 목소리에 유권자들이 화답하기 시작한 거지요.


특히, 6월이 되어 뉴햄프셔주 민주당 유권자 조사에서 샌더스 지지율이 31%에 이르자 힐러리 클린턴 쪽에서도 긴장하기 시작합니다. 


턱밑 추격 좌파 샌더스에 힐러리 화들짝


여름을 보내며, 샌더스는 집회에 대규모 지지자들을 끌어모으며 신드롬을 일으킵니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73·왼쪽)의 유세 현장에 2만7500명이 몰려 “샌더스”를 연호하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매트 피어스 기자 트위터


73세 사회주의자 샌더스 신드롬, 집회 대중몰이 힐러리도 제쳤다 

‘봤나, 힐러리’ 샌더스 청중몰이


무엇이 샌더스를 이 절망스러운 시대의 스타로 만든 것일까요.
경향신문 사설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사설]미국 대선에서 무소속 샌더스 돌풍이 의미하는 것

샌더스 후보의 돌풍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그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공감한 결과다. 그는 “미국에는 혁명이 필요하다”며 소득 불평등 해소와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월가의 대형 은행들을 해체하고 조세제도를 개혁해 극소수 슈퍼 부자들에게 몰려 있는 부를 재분배하겠다는 게 공약의 핵심이다. 그를 극단주의자로 폄훼하는 견해도 있지만, 빈부 격차를 심화시키는 신자유주의 병폐를 막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비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노동의 가치와 노조를 약화시키는 흐름을 되돌리겠다는 그의 공약도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다. 그는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것이야말로 극단주의”라며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재분배와 국영 건강보험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무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점과 선거운동의 차별성도 눈길을 끈다. 고민 끝에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큰손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지원받는 민주당은 노동자와 중산층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기 어렵다”며 소액 후원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샌더스가 '왼쪽'에서 바람을 일으킨 반면, '오른쪽'에서는 샌더스와 극과 극인 도널드 트럼프가 나와서 붐을 일으킵니다. 두 사람은 정반대편에 서 있으나, 두 아웃사이더의 돌풍에는 상통하는 바가 있습니다.

미 대선 트럼프·샌더스 열풍 왜...부시·클린턴 가문 '왕조대결' 신물난 유권자들

샌더스는 힐러리도 왼쪽으로 끌어갑니다.

힐러리, 미국판 ‘반값 등록금 공약’


샌더스만일까요. 좌절한 서민들, 세상을 바꿔보고픈 이들이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닐 터인데요. 영국에서도 노동당의 '좌클릭'이 일어납니다. 물론, 이 때문에 노동당의 집권 가능성은 한층 더 낮아졌다는 분석이 많습니다만...

[뉴스 깊이보기] 영 노동당 '제3의 길' 버린다... 당대표 선거 좌파 코빈 유력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샌더스-코빈 바람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세상읽기] 버니 샌더스와 제러미 코빈


이러한 흐름이 곧바로 영국 및 미국 정치의 좌선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샌더스 후보의 승리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또 코빈이 실제로 당수가 된다고 하더라도 노동당의 각료들 및 온건파 의원들의 반발이 너무나 심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명무실의 당수가 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시간의 지평선을 좀 더 늘려서 현 상황을 본다면, 당면한 선거의 승패보다 더 의미심장한 흐름 하나가 보인다. 30년 가까이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떠받쳤던 영·미 등 서구의 ‘중도 정치 합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구조 변화이다.

샌더스나 코빈이나 옛날 좌파들의 낡은 구호를 내걸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현실은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의 경제침체 속에서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 불평등이며, 이들의 주된 메시지는 시장주의와 지구화의 수사학 속에서 행해져온 부자감세 및 복지 삭감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기에 좀 더 평등한 사회·경제 질서 수립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은 ‘좌파 신자유주의 노선’이 지난 30년간 축적해온 바로 2015년 지금의 병폐와 모순을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난데 없이 불어닥친 듯한 좌파 바람의 공통점은 ‘우경화된 진보’에 대한 반란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샌더스 현상은 중도를 지향하며 월가와 실리콘밸리의 신진자본과 결탁해온 민주당의 우편향에 대한 반발이고, 코빈 역시 1990년대 중·후반부터 계속돼온 노동당의 ‘신좌파’ 노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었지요.

미·영, 다시 힘 받는 ‘좌파 본색’


샌더스는 갈수록 기세를 올립니다. 9월, 뉴햄프셔주의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힐러리를 누르기 시작합니다. 다급해진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e메일을 쓴 것을 둘러싼 논란을 뒤늦게 사과합니다.


힐러리, 샌더스에 9% 차로 역전당해

위기의 힐러리 변했다…e메일 사과에 토크쇼 출연까지


경향신문 손제민 워싱턴 특파원은 계속되는 샌더스 열풍을 직접 보기 위해 유세현장에 가봤습니다. 

‘샌더스 유세현장’을 가다…“99%의 정치혁명” 연설에 3500여 군중 “필 더 번”

“필 더 번!(Feel the Bern!)”
‘쾌감을 느끼다(feel the burn)’는 말에서 따온 이 구호를 군중 3500여명이 일제히 연호한 곳은 록페스티벌이 아니었다. 무대에 나타난 사람은 70대의 구부정한 노인이었다. 쌀쌀한 14일 밤 미국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의 한 운동장에서 열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유세 현장이었다. 번(Bern)은 버니(Bernie)의 줄임말이다.
그의 쉰 목소리는 아름답지 않았고 버락 오바마 같은 달변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사람들 가슴을 들끓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제 1%에게 있는 권력을 빼앗아 99%에게 돌려줄 때가 되었다. 이것이 정치혁명이고,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바로 주인공이다.”



"몇몇 늙은이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뛰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 꼴이 하도 기막혀서, 미치지 않으려면 세속과 인연을 끊고 은둔생활을 하다가 때가 되면 조용히 이승을 떠나는 게 낫지 않을까--그런 (시건방진, 그러나 절박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뜻밖에도 프란치스코 교황, 버니 샌더스, 제러미 코빈이라는 세계변혁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말하는 ‘지도자’들이 잇따라 출현하여 지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녹색평론>의 김종철 선생님은 "몇몇 늙은이 때문에 가슴이 뛴다"고 하셨습니다. "그들은 초지일관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사회정의의 실현, 약자와 생명과 자연을 보호하는 게 정치의 본분이라는 신념을 충실히 지켜왔다"고. 

[김종철의 수하한화]프란치스코, 샌더스, 코빈


미국의 '사회주의자 정치인'이라는 점이 특이하게 보이긴 합니다. 하지만 유럽과는 달라도, 미국에도 사회주의 정치인의 계보는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미 사회주의 1910년대 맹위…그로부터 100년 ‘샌더스 바람’

1886년 시카고 헤이마켓 반란은 미국 노동운동과 사회주의를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건이다.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 등을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벌이던 중 한 과격한 시위대가 던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며 경찰과 시위대가 여럿 사망했다. 19세기 후반 미국 노동운동을 이끈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이 세력을 확대해가던 중 터진 이 사건으로 사회주의 운동이 크게 위축됐다.

1886년 시카고 헤이마켓 반란은 미국 노동운동과 사회주의를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사건이다.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 등을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벌이던 중 한 과격한 시위대가 던진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며 경찰과 시위대가 여럿 사망했다. 19세기 후반 미국 노동운동을 이끈 노동기사단(Knights of Labor)이 세력을 확대해가던 중 터진 이 사건으로 사회주의 운동이 크게 위축됐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TV 토론이 시작되면서, 샌더스의 인기는 더해갑니다. 10월 13일에 TV 토론이 중계됐습니다. 샌더스 측이 토론 중에 모금 촉구 e메일을 보낸 지 불과 4시간 만에 130만달러가 모였고, 이 중 75%가 모바일 송금이었다고 합니다. 

TV 토론의 힘…샌더스 모금액 ‘함박웃음’ 


샌더스가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자, 국내에서도 샌더스와 관련된 책들이 줄줄이 출간됩니다.

[책과 삶] 정의는 아주 단순하다 또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하지만 첫 예비선거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석 달 앞둔 상황에서, 힐러리 대세론은 통 금이 갈 것 같지 않았습니다. TV 토론에서 힐러리가 선전을 했고, 틈을 보며 주판알을 튕기던 조 바이든 부통령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 컸습니다. 샌더스 바람이 시들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민주, 힐러리 대세론 ‘탄력’…공화는 아웃사이더 돌풍 ‘안갯속’


그러나 유권자들은 계속해서 샌더스에게 힘을 모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지는 풀뿌리 소액기부로 표출됐습니다.


‘풀뿌리 기부’의 힘…샌더스 후원금, 힐러리에 버금


대선이 실시되는 2016년이 됐습니다. 민주-공화 양당의 첫 주별 당내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릅니다. 샌더스는 힐러리를 맹추격하기 시작합니다.


‘오바마 닮은꼴’ 샌더스 바람에 힐러리 대세론 흔들


2월 1일과 9일 첫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일반 유권자도 투표 가능)가 각각 열리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샌더스 지지율이 높다. 몬머스대 조사에 따르면 뉴햄프셔에서는 샌더스가 힐러리에게 53 대 39로 앞서 있다. 아이오와에서는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샌더스가 힐러리를 49 대 44로 앞선 조사(퀴니피액대)도 있고, 힐러리가 샌더스에게 46 대 40으로 앞선 것(PPP)도 있다.

8년 전 초선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 ‘바람’이 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당시에도 힐러리 대세론이 맹위를 떨쳤지만 아이오와에서 오바마, 존 에드워즈에 이어 3위에 그쳤다. 결국 힐러리는 경선에서 패했다. 샌더스는 선거자금을 풀뿌리 소액 기부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도 오바마와 닮았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TV토론에서 격돌했다. | UPI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TV토론에서 격돌했다. | UPI연합뉴스


힐러리·샌더스 대선 토론···‘중산층 증세’ 두고 설전


힐러리 대세론을 흔드는 샌더스 바람 속에서도, 미국 메이저 언론들은 샌더스 보도에 인색했습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미 언론들 사이에서도 '자성론'이 터져 나옵니다. 

샌더스 바람을 놓친 이유에 대해, CNN은 “미국 정치미디어의 뿌리 깊은 오류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언론들이 민주당보다 공화당 경선, 특히 부동산 재벌 트럼프의 일거수일투족에 지나친 관심을 쏟았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눈앞의 샌더스 돌풍 왜 놓쳤나” 미국 언론의 반성


‘샌더스 아이스크림’ 만든 그들, 샌더스와 같은 꿈 꾼다



미국의 아이스크림 기업 벤앤드제리스(Ben & Jerry’s)의 공동 창업자 벤 코언(64)은 지난 7일 한 방송에 나와 새 아이스크림 이름을 ‘버니의 열망’으로 지었다고 말했다. 민트 아이스크림(하위 90%) 위에 초콜릿(상위 10%)을 얇게 얹은 이 제품은 숟가락으로 초콜릿을 깨뜨려 민트와 섞은 뒤 먹으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 대선주자 버니 샌더스가 표방하는 ‘부의 재분배’를 아이스크림에 적용한 것이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앞두고, 손제민 특파원이 샌더스 열풍을 이끌어가는 '풀뿌리 유권자'들을 만나봤습니다.


[현장] 버니 샌더스를 위해 전화를 돌리는 사람들


사실 힐러리와 샌더스의 대결은 빌 클린턴 시절부터 점점 오른쪽으로 이동해온 민주당과, 그 사이 좌절과 분노를 거듭하며 왼쪽으로 옮겨간 유권자들의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책을 놓고 토론하고, 이슈를 놓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애쓰는 두 후보의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선거 운동을 지켜본 손 특파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주당 유권자들이 좌클릭한 가운데 치러지는 경선은 미국 진보진영의 현주소를 둘러싼 논쟁과 닿아 있다. 두 후보 사이에 선택을 해야 하는 유권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시와 산문, 가슴과 머리의 대결…‘이상과 현실 사이’ 유권자들



아이오와 코커스 직전인 1월 30일, 유력 언론인 뉴욕타임스는 힐러리 지지 선언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후보로 지명되면) 주요 정당의 첫 여성 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그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는 노동하는 미국인들의 권리와 복리를 지지한다는 공약”이라고 평가했습니다.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가 실시됐습니다. 


결과는, 힐러리의 신승이었습니다. 겨우 0.2%포인트의 득표율 차이로 힘겹게 샌더스를 이겼습니다. 하지만 대세론은 이미 금이 갔고, '사실상 샌더스의 승리'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힐러리 ‘진땀 1위’…“민주당 대관식 물건너가고 마라톤 돌입” 


[현장서 본 민주당 코커스] 샌더스 “경선 결과는 주류에 보낸 경고”


“하나 둘 셋.” 

1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의 먼로초등학교 체육관에 모인 수백명이 한 사람씩 큰 소리로 머릿수를 세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체육활동 시간이 아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펼쳐진 장면이다. 11월 대선에 출마할 양당 후보를 뽑는 미국의 첫 투표는 이렇게 시작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유권자들의 '풍경'이었습니다. 


"도서관, 교실, 체육관 또는 가정집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지지하는 대선후보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토론했다. 직접 민주주의를 고집하면서 마이크도 없이 절차를 진행했다. 머릿수를 세다가 엄마 품에 안긴 아기 울음소리에 헷갈려 하기도 하고, 한 명을 건너뛰거나 중복해서 셀 뻔하기도 했다. 투표 부정의 소지가 있을 수 있었지만 아무도 그 허점을 악용하려 드는 것 같지 않았다. 웃고 떠드는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코커스의 모습은 정제되지 않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보는 느낌이었다."


[2016 미국의 선택] 매디슨카운티의 다리에서 민주주의를 보다


그동안 정치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이 대선 과정에 폭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미 대선 아웃사이더 바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샌더스는 이 사람들의 불만을 잘 읽어내고 올라탔을 뿐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은 아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마을회관에 모여 머릿수를 세는 투표 방식은 잘 어울리는 조합 같지는 않다. 하지만 샌더스가 정치혁명이라 부른 현상은 어울리지 않는 이 두 조합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니 도전장을 내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샌더스의 도전. 아이오와의 선전 뒤에서, 양 캠프 참모들의 두뇌싸움도 치열했다고 합니다. 힐러리의 비밀병기로 불린다는 로비 무크, 샌더스 곁에서 풀뿌리 선거전략을 짠 제프 위더에 대해 김유진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뉴스 깊이보기] '아이오와 드라마' 만든 샌더스와 힐러리의 참모들 


김지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주당의 샌더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가 아이오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에 대해 "직접 만나 악수와 대화를 하고 후보 자신이 정책을 홍보하는, 조금은 촌스럽지만 기본에 충실한 선거운동" 덕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글로벌 시시각각] 미 아이오와 경선, '기본기'의 승리



2월 9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가 실시됐습니다. 당원들만이 투표하는 코커스와 달리 일반 유권자들도 참여하는 경선입니다. 

샌더스는 힐러리를 큰 표차로 꺾었습니다. 

27달러의 기적…힐러리 대세론 꺾은 ‘샌더스 태풍’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는 2011년 뉴욕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 때부터 누적돼온 시민들의 요구가 샌더스 열풍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듬해 대선 때 ‘점령하라’ 정신은 정책이 되어 워싱턴으로 옮겨가지 못했다. 주류 정치인들은 대중의 분노와 산발적인 요구들에 정책으로 화답하지 못했다. 그때 조직된 시민들의 요구는 2016년 샌더스의 정책으로 돌아왔다. 현실을 옥죄는 불안과 경제적 고통으로 통증을 호소하던 대중에게 샌더스는 그 병의 증세를 설명하며 처방전을 들고 왔다. 대중은 이에 소액 기부로, 자원봉사로, 혹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까지 지지를 보여주고 있다."


[안희경의 미국대선 리포트] “옆과 뒤를 보자”…샌더스의 ‘부름’에 풀뿌리 ‘응답’


샌더스는 가난이라는 패배의식 속에서 스스로 더 노력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달래던 사람들에게 우울의 구조를 보여준다. 불안감에 경쟁으로 치닫던 이들에게는 제도를 정비할 때라는 조직가능한 힘의 터닝포인트를 제시한다. 최고의 부를 이룬 나라가 바라봐야 할 곳은 성장이라는 잡히지 않는 무지개가 아니라 옆과 뒤라고 말한다. 영국, 독일, 북유럽이 이룬 시스템을 미국도 할 수 있다고 독려한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뒤, 흑인 지식인들이 샌더스 지지쪽으로 옮겨가는 조짐이 보입니다. 흑인 유명 작가 겸 저널리스트 타네히시 코츠도 샌더스 지지를 선언했지요.

힐러리의 지지기반인 흑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이 앞으로 민주당 경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샌더스, 힐러리 ‘방화벽’ 흑인·히스패닉 표심 뺏을까 


3월 1일에는 11개 주 동시 경선과 해외 체류 부재자 투표가 치러집니다. 샌더스 바람은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