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魔)의 삼각지대’로 알려진 버뮤다 해역에서 미국 해물선이 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해안경비대는 미국인 28명과 폴란드인 5명 등 33명이 탄 화물선 엘파로 호가 바하마 부근에서 악천후로 침몰한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5일 밝혔다. 이 배가 조난 신호를 보내고 교신이 끊어진 지 나흘 만이다. 엘파로는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출발해 푸에르토리코로 향하다가 바하마 부근에서 실종됐다. 강력한 허리케인 조아킨이 맹위를 떨치고 있던 때였다. 해안경비대는 배가 허리케인의 눈 부근을 지나다가 강풍과 파도에 가라앉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파로는 만들어진 지 40년이 된 노후 선박이다.
엘파로가 사라진 곳은 플로리다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영국령 버뮤다 섬 사이를 잇는 이른바 ‘버뮤다 삼각지대’였다. 이 일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배와 비행기의 실종·추락이 번번이 일어났다. 1881년 뉴욕행 선박 엘런오스틴호가 침몰된 것으로 시작해 1918년에는 미 해군함정 사이클롭스호가 가라앉아 309명이 수장됐다. 1945년에는 군함 TBM어벤저19호가 침몰했다. 1948년 영국 항공기 스타타이거가 실종된 데 이어 이듬해 똑같은 기종의 스타에어리얼마저 사고가 나자 ‘미스터리 해역’에 대한 루머가 쏟아져나왔다. 1963년에는 미 공군기 스트라토탱커가 추락했는데 정확한 추락지점을 놓고 의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조사결과 추락·실종·침몰한 배와 비행기들은 모두 악천후나 승무원의 실수 등으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고, 학자들과 당국은 1970년대에 이미 “초자연적인 현상 따위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대중문화에서는 버뮤다 미스터리가 계속 재생산됐다. 엘파로가 실종된 뒤에도 미국 언론들은 1983년 화물선 마린일렉트릭 사건과 쌍둥이처럼 닮은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39년 된 낡은 배였던 마린일렉트릭은 승무원 34명 태우고 가다 침몰, 이번 사건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해안경비대는 헬기 등을 동원해 엘파로 실종 해역을 나흘 간 뒤졌으나 결국 수색을 중단했다. 경비대는 엘파로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보이는 구명튜브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로리 보빌롯이라는 여성은 배의 2등 항해사였던 딸 대니얼 랜돌프에게서 실종 전 “바람이 엄청 심하다”는 메일이 왔다면서 “그래도 나는 계속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기도할 것”이라고 CBS방송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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