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부터 ‘노벨상 시즌’이 시작된다. 스웨덴 한림원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이날부터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속속 발표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가 스톡홀름에서 걸려왔을 때 영예의 주인공들은 “잠을 자고 있었다”, “잠을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뉴욕타임스는 4일 “이유는 단순하다”며 수상자들 상당수가 미국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동부는 스웨덴보다 6시간이, 서부는 9시간이 느리다. 시차 때문에 자다가 전화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현재 노벨상 수상자들의 소속집단으로 보면 단일 기관으로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대학으로는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이 압도적이다.
노벨상 수상자 8명은 뉴욕타임스에 ‘내가 통보를 받던 순간’에 대한 기억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마틴 찰피 컬럼비아대 교수(2008년 화학상 공동수상자)
“좀 괜찮게 업적을 쌓았다 싶으면 사람들은 ‘노벨상 감이네’라고들 말한다. 그런 말을 듣다보면 10월 첫주가 시작됐을 때 잠을 설치기 일쑤다. 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던 날 나도 늦게까지 잠을 못 이뤘다.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화학상은 이틀 뒤에 발표했다. 그날 밤 어딘가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렸지만 이웃집 전화겠거니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6시 10분쯤 잠에서 깼고, 노벨상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거니 생각했다. 랩톱 컴퓨터를 열어 노벨상 웹사이트에 들어가본 뒤 깜짝 놀랐다. 내 이름이 공동수상자 명단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캐럴 그레이더 존스홉킨스대 교수(2009년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이른 아침에 세탁기를 돌리는 일은 거의 없는데 유독 그 날은 빨래가 많아 일찍 일어났다. 그날 아침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러 가기로 돼 있었다. 그런데 전화가 왔고, 나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미안해, 지금은 운동하러 갈 수가 없어. 내가 노벨상을 탔어’라고.”
■피터 애그리 존스홉킨스대 말라리아연구소 교수(2003년 화학상 수상자)
“10월 어느 날 아침 5시30분이었다. 전화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애그리 교수님. 여기는 스톡홀름입니다. 노벨화학상을 받게 되셨습니다. 10분 뒤에 기자회견을 할 것이고 세계가 귀를 기울일 것입니다. 준비하세요.’ 재빨리 샤워를 했다. 아내가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는 ‘잘 됐네. 하지만 너무 잘난 체하지는 말라고 해’라고 말씀하셨다.”
■폴 그린가드 록펠러대학 교수(2000년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선정위원회에서 미리 좀 귀띔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기 때문에 남을 통해 듣거나 뉴스를 보고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 줄리 액설로드는 치과 진료를 받던 중에 수상 소식을 알았다는 얘기를 접한 적 있다. 내 경우는 발표 직전에 노벨위원회가 45분 전에 통보를 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들었다. 나는 자다가 새벽 5시 15분에 전화벨 소리를 듣고 깼다. 딸이 전화를 받더니 ‘아버지는 주무셔요. 진짜로 깨워드려요?’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에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인 한스 예른발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도 들렸다. 그래서 나는 딸에게 끊지 말라고 했다.”
■린다 벅 프레드허친슨암연구센터 교수(2004년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시애틀에 있는데 새벽 2시가 다 되어 연락을 받았다. 위원회에서 내 연락처를 갖고 있지 않아 우리 연구소의 담당자에게 전화해 번호를 알아냈다고 한다. 그 전화가 왔을 때 나는 연구소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다. 담당자는 스웨덴에서 온 전화를 받고서 뭔가 우리 연구소에 볼일이 있어서 내게 연락하려 하는 걸로 생각했고, ‘일자리를 찾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에릭 캔델 컬럼비아대 교수(2000년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
“유대교 명절인 욤키푸르 아침이었다. 새벽 5시에 아내의 머리맡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아내가 나를 깨웠다. ‘스톡홀름에서 온 전화래. 내 전화일 것 같지는 않고, 분명 당신 전화일 거야.’ 노벨위원회 사무총장 한스 예른발의 전화였다.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말을 들었는데, 전화가 어쩐지 비현실적이어서 긴가민가 했다. 예른발은 내게 아침까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아내에게는 말해줬는데 아내는 다시 잠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잠들 수가 없었고,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아이들과 동료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 소식을 알렸다.”
■칼 위먼 스탠포드대 교수(2001년 물리학상 수상자, 당시 콜로라도대학 교수)
“잠을 자고 있었다. 스웨덴에서 걸려온 전화가 아니라 동생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깼다. 스웨덴 쪽에서 내 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착한 동생은 위원회가 인터넷에 물리학상 수상자 이름을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 노벨상을 받게 됐다는 전화가 장난전화인지 아닌지 두근두근해 하며 명단을 확인한 것은 내가 아닌 내 동생이다.”
■에릭 베치그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교수(2014년 화학상 수상자)
“독일 뮌헨에서 열린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있었다. 노벨상은 내가 생각도 못했던 것이었다. 전화가 울렸을 때 나는 미국에서 걸려온 줄 알았고, 미국 동부시간 새벽 5시30분에 내게 전화해올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했다. 집에 무슨 일이 생겼는 줄 알았다. 노벨위원회는 먼저 내 전처에게 전화를 했고, 16살 아이가 내가 어디 있는지 말해줬다고 한다. 나는 위원회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서 20초 동안 고개를 저었고 다시 20초가 지나서야 ‘알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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