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유럽의 9.11' 파리 동시다발 테러... IS '새로운 전쟁' 나섰다

딸기21 2015. 11. 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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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129명, 부상자 352명. 테러가 유럽의 심장을 강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유럽의 9·11’이라 할 대규모 공격이 벌어졌다. 시리아·이라크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를 다시 악몽으로 밀어넣었다.

 

만평잡지 샤를리 에브도 공격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대규모 테러공격으로 프랑스는 충격과 슬픔에 빠져들었다. 최소 6군데에서 테러리스트 3개 팀이 총격과 자폭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내에서 자폭테러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전쟁행위”라 규정하고, 국가 비상사태 선포와 함께 국경 통제에 들어갔다. 알자지라 방송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받은 최악의 공격”이라고 했다. IS는 자신들이 범행을 저질렀다는 성명을 냈다.



파리 시내에는 1500명이 넘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행사들은 취소됐고 루브르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파리 전역에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총격전과 인질극이 벌어진 바타클랑 콘서트홀과 자폭테러가 일어난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주변에는 꽃다발이 쌓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애도와 연대의 글들이 줄을 이었다.

 

IS가 등장한 뒤 세계 곳곳의 무장조직들은 차례로 충성을 맹세하고 ‘칼리프 국가’ 밑으로 모여들었다. 각국에서 극단주의에 경도된 무슬림들이 IS에 합류하면서 테러 위험에 대한 경고가 높아져갔다.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돼 버렸다. 지난달 말 러시아 여객기를 이집트에서 추락시킨 IS는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일으켜 또 한 번 존재를 과시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영토를 넓혀온 IS는 세계에서 추종자들을 선동, 공격을 벌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민간인이 많이 모이는 ‘소프트 타깃(연성 목표물)’을 공격, 대량살상을 저지르는 알카에다식 테러로 선회한 것이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이들이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고 표현했다.



이번 사건은 시리아 내전 군사개입의 ‘게임 체인저(결정적 변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동을 넘어 서방국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담한 테러로 인해, 그동안 IS의 공격 능력을 저평가해왔다는 지적과 함께 대응 전략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IS 거점 공습에 주력했던 국제동맹군의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정부 관리가 “유럽·아랍 동맹국들과 군사개입을 강화하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퍼진 평화와 애도의 아이콘. 프랑스 그래픽 디자이너 장 쥘리앙이 만들었다.



세력 키운 IS, 중동 넘어 ‘전 세계 공격’ 위협


14년 전의 ‘데자뷰(기시감)’다. 2001년 9·11 테러가 난 뒤 세계는 알카에다 공포에 시달렸다.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005년 영국 런던에서 동시다발 자폭테러가 일어나 수많은 이들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미국이 주도한 대테러전이 끝나나 싶더니 다시 공포가 세상을 휩쓴다. 알카에다보다 더욱 강력해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제2의 테러시대’를 연 주범이다.

 

IS는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아랍어·프랑스어·영어로 된 성명을 띄우고 자신들이 파리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수도의 심장부에서 폭탄 조끼를 입은 8명의 형제들이 공격을 했다”고 썼다. 러시아에 이어 프랑스가 공격대상이 된 것은 최근 시리아 공습을 강화한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미국의 맹방인 영국이 공습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과 달리, 프랑스는 적극 나서서 전투기를 보내고 있으며 지난주에도 IS가 장악한 시리아 북동부 데이르 에조르의 석유·가스시설을 폭격했다.


테러에 희생된 이들을 애도하며, 세계는 하나가 됐다. 14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의 대형 건물들은 프랑스의 삼색기를 상징하는 파랑, 흰색, 빨강으로 물들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청, 영국 런던의 런던아이 대관람차, 이스라엘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성벽, 캐나다 토론토의 CN타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_ EPA·로이터·AP·AFP연합뉴스



이들은 파리 테러가 “폭풍의 첫 단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이라크 제2 도시 모술까지 진격하고 국가 수립을 선언한 IS는 시리아·이라크에서 영토를 넓히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국제사회는 이들의 야만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내전 4년 반 만에 시리아 인구 절반이 난민·유민이 되고 사망자가 20만명이 넘었으나 아무도 이 참혹한 전쟁에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영토와 국가, 돈줄(유전지대)까지 갖춘 IS는 이제 세계를 상대로 ‘새로운 전쟁’을 시작했다. 각국에서 추종세력을 부추겨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는 것이다. 군사개입을 하는 나라들에 경고를 보내면서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다. 영국 채널4 방송은 “중동의 전쟁이 유럽으로 옮겨왔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할”(BBC 방송) 대규모 공격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은 알카에다가 시작한 수법이다.


 

무차별 살상으로 IS가 노리는 또 다른 목표는 무슬림들을 지하드(성전)의 길로 더욱 많이 끌어들이는 것이다. 알카에다는 유럽의 자생적 지하디스트(이슬람 전투원) 조직들에 공격 자금과 기술을 전해주는 ‘테러의 프랜차이즈화’ 전술을 썼다. IS는 세계 극단조직들의 자발적 충성맹세를 이끌어내고 무슬림 청년들을 시리아로 유인하는 동시에, 테러를 일으키라고 선동한다. BBC는 “IS의 주된 전술은 각지의 잠재적 지하디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S가 성명에서 프랑스를 십자군으로 지칭한 것은 그런 선동을 위한 장치다.



IS가 유럽으로 전선을 옮긴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지하디스트들의 시리아 입국 통로, 이른바 ‘지하드 익스프레스’의 핵심 루트인 터키·시리아 국경지대는 최근 통제가 강화됐다. 그러자 IS의 온라인 모병 사이트들은 무슬림들에게 “자신이 있는 곳에서 공격을 벌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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