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전쟁’을 선언했다. 이슬람국가(IS)의 파리 동시다발 테러를 전쟁 행위로 규정한 그는 국가비상사태를 석달 간 연장하고 초강력 안보조치들을 취하겠다고 했으며, 헌법도 고치겠다고 밝혔다. 2001년 9·11 테러 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열어제친 ‘애국자법 시대’가 프랑스에서 재연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베르샤유 궁에서 열린 상·하원 긴급 합동회의에 나와 연설하면서 시리아와 프랑스 양쪽에서 강력한 대테러 작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랑스는 다에시(IS의 아랍어식 호칭)를 파괴할 것”이라며 “이는 국제사회 모두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시리아 IS 지역을 계속 공습할 것이라면서 “휴전은 없다”고 못박았다. 샤를 드 골 항모를 시리아와 면한 지중해 동부에 배치, “프랑스군의 역량을 3배로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군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시리아를 공습했다.
올랑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 소집을 촉구했고, 며칠 내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월말 유엔 총회에서 IS 대응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모두 국제연대를 외쳤으나 시리아 현 정권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당시 올랑드는 미·러 사이에서 광범위한 연합을 제안한 바 있다. 파리 테러를 계기로 오바마와 푸틴이 몇 달 만에 머리를 맞대면서 국제 공조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랑드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랑드는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강력한 조치들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국가비상사태를 석달로 늘리고, 경찰·사법부 인력 8500명을 대테러 임무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2년간 경찰을 5000명 늘리고 국방예산은 줄이지 않기로 했다. 테러에 연루된 이중국적자들에게서 프랑스 국적을 빼앗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인은 쉽게 쫓아낼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영장 없이 테러용의자들을 체포하고 시리아에 다녀온 사람들을 가택연금할 수 있도록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정보기관들이 폭넓게 감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예외적인 안보 조치들이 가능하게끔 헌법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랑드가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것은 2012년 취임 뒤 처음이었다.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불렀다. AFP통신은 “감정을 끌어올리는 연출이었다”고 평했다.
미국은 9·11 뒤 영장 없는 구금과 도청을 허용하는 등 시민 자유를 제한하고 정보·수사기관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한시법인 애국자법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은 지난 6월에야 만료됐다. 올랑드가 밝힌 조치들은 프랑스판 애국자법이라 불릴 만하다. 1월 샤를리 에브도 테러 뒤 잠시 비슷한 법안 얘기가 나왔지만 무산됐는데, 이번 동시다발 테러의 충격파로 다시 추진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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