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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격리' 1300여명... '격리'란 무엇일까

딸기21 2015. 6. 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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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여명 격리... 제대로 '격리' 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보건의료에서의 격리는 강제적인 것과 자발적인 것 모두 있을 수 있지만, 강력한 전염병의 경우 강제성(예를 들면 에볼라가 발생한 시에라리온에서의 한 지역 격리라든가)을 띠지 않을 수 없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사이트 등에서 '격리'에 대해 알아봤다.


격리의 방법은 표준주의(standard precautions)와 전파매개주의(transmissionbased precautions)로 나뉜다. 


표준주의- 병원에 입원한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 체액, 분비물, 배설물(혈액이 섞이지 않은 땀은 제외), 손상된 피부와 점막을 다룰 때 적용


전파매개주의- 미생물의 전파경로에 따라 표준주의와 함께 적용하는 것으로, 전염력이 강하거나 역학적으로 중요한 병원체에 감염된 것이 확인, 의심되는 환자에게 적용



격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엄격한 격리(Strict isolation)

접촉은 물론 공기 중으로도 전염되는 질병의 경우 격리 수준이 높아진다. 환자들은 전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격리된다. 대체로 이 경우 환자들은 별도의 위생시설과 치료장비가 갖춰진 특별 시설에 수용되며, 배설물과 쓰레기도 별도 처리된다.


접촉 격리(Contact isolation)

접촉을 통해 일어나는 전염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의료진은 환자와 접촉할 때 장갑을 착용하며, 필요시 보호복을 입는다. 


호흡성 격리(Respiratory isolation)

호흡시 튀어나오는 입자들, 즉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한 격리다. 이런 감염자들과 접촉할 때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역 격리(Reverse isolation)

감염자로부터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게 아니라, 반대로 취약한 환자를 주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격리를 말한다. 


고강도 격리(High isolation)

감염성이 극도로 높은 질병, 예를 들어 에볼라, 천연두 같은 질병에 대해서는 장갑 착용, 보호용 고글이나 얼굴 보호장비, 방수 가운, 호흡기를 착용한 뒤에야 접촉할 수 있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감염관리실 정선영 박사의 '격리방법 길라잡이'(Hanyang Medical Reviews Vol. 31 No.3, 2011)에 따르면 


전염병의 전파경로는 크게 접촉(contact), 비말(droplet), 공기매개(airborne), 무생물매개체(common vehicle)와 생물매개체(vector borne)의 다섯 가지 경로로 나누어진다. 이 중 무생물매개체와 생물매개체에 의한 전파는 다른 경로에 비하여 의료관련 감염보다 지역사회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 접촉전파(contact transmission)

가장 중요하고 빈도가 잦은 전파 수단. 직접 접촉전파는 환자와 직접 접촉 시 전파되는 경우로 진찰, 신체검진, 환자의 체위 변경, 목욕 등의 과정에서 미생물이 전파되는 경우이고 간접 접촉전파는 오염된 기구나 장갑, 드레싱 등 물체를 매개로 미생물을 전파시킨다. 

  • 비말전파(droplet transmission)

5 μm를 초과하는 비교적 큰 입자들이 기침, 재채기, 대화, 또는 기관지 흡인, 기관지 내시경과 같은 특별한 처치 시 발생. 비말은 약 1미터 이내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 공기전파(airborne transmission)

미생물을 포함한 5 μm 이하 작은 입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전파되는 경우. 이러한 미생물은 기류를 타고 먼 거리까지 전파가 가능하다. 결핵균, 홍역 바이러스, 수두 바이러스가 있다. 

  • 무생물 매개체 전파

주로 오염된 음식, 물, 투약, 혈액, 기구 등

  • 생물 매개체 전파

모기, 파리, 쥐 등 생물체에 의해 미생물이 전파되는 경우


격리지침의 변천 

  • 미국에서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황색포도알균이 출현하였고, 1968년 미국 병원협회에서 처음으로 전염성 질환을 가진 환자의 격리 조치에 관한 안을 발표
  • 1975년에 CDC에서 질병의 전파 경로의 유사성에 따라 strict isolation, respiratory isolation, enteric precautions, wound and skin precautions, discharge precautions, blood precautions, protective isolation의 7가지 범주로 구분한 격리 지침을 발표
  • 1980년대 중반 HIV(에이즈를 일으키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주의(universal precautions) 개념이 제시되었고, 환자로부터 나오는 모든 물질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갑 착용, 손씻기를 강조하는 body substance isolation이 권고되었다. 
  • 1996년 감염관리 실무위원회(HICPAC)에서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표준주의와 질병전파 양식 별로 적용되는 전파매개주의로 구성된 격리 지침을 발표
  • 2007년 CDC는 1996년 지침을 개정, 표준주의에 호흡기 에티켓을 포함. 사스, H5N1 조류독감, 인플루엔자, 다제내성세균과 같은 호흡기계 병원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것. 


이런 자료들로 미뤄 메르스 의심 환자가 있다면 의료진이 미리 취했어야 할 조치는


(1) 손 위생 

(2) 개인보호장구 착용(혈액이나 체액이 튈 우려가 있을 경우

(3) 호흡기 에티켓

-직원을 대상으로 감염 전파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고

-응급실 환자 분류 장소, 대기실, 외래 진료실 같이 환자가 처음 방문하는 장소에서 환자들이 호흡기 에티켓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


여기에도 별도의 세부 지침들이 있다. 

  • 기침이나 콧물이 날 때 코와 입을 가리는 방법, 휴지를 사용하고 폐기하는 방법, 호흡기 분비물과 접촉 후 손 위생을 하는 내용 등을 포함한 포스터를 부착한다
  • 휴지를 환자에게 공급하고 가능하면 손으로 만지지 않는 형태의 수거 용기를 제공하며
  • 대기실, 외래 진료실에 싱크대와 알코올 젤 등을 편리한 장소에 비치)


(4) 감염원의 전파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환자 배치를 고려한다. 

  • 분비물, 배설물이 계속 나오는 환자나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이나 소화기 감염을 가진 소아와 같이 전파 위험이 높은 환자는 가능하면 일인실에 배치
  • 일인실에 배치하지 못할 경우 동일한 감염을 가진 환자끼리 배치 
  • 주변 환자의 면역 상태를 고려하여 감염관리전문가와 상의하여 환자를 배치


(5) 환자 치료기구 및 물품 

혈액과 체액으로 오염된 기구와 물품을 보관, 이동, 처리하는 정책과 절차를 마련한다


(6) 환경관리 

환자 접촉과 환경에 대한 청소 및 소독 정책과 절차를 정한다

침상난간이나 폴대, 휠체어나 병실 내 화장실, 문손잡이와 같이 환자가 자주 수평으로 접촉하는 표면은 대기실의 수직 표면보다 자주 청소하고 소독해야 한다

어린이 대기실이 있는 산부인과 진료실, 소아청소년과 외래와 병동에서는 주기적으로 장난감을 세척하고 소독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전자제품, 전화기 표면에 대한 세척과 소독


적용 대상-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모든 환자, 보호자, 직원, 방문객 등

  • 비말, 접촉 혹은 공기에 의해 전파된다는 증거가 없을 경우, 표준주의를 적용
  • 감염원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증상과 병인론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전파매개주의를 적용
  • 감염원을 확인한 경우 확인된 감염원에 따라 수정하여 적용
  • 감염원 확진 이전에 증상 및 증후에 따른 격리방법은 응급실이나 외래 부서에 환자가 내원하는 순간부터 적용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격리 지침


(1) 접촉 격리

① 환자 배치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인 경우 가능하면 일인실

면역저하환자, 상처가 난 환자, 오래 입원해 있을 환자 등과는 배치를 피한다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와는 90cm 이상 떨어뜨리고 커튼을 친다

환자마다 보호장구를 따로 착용하고 환자 시술 사이 손위생을 실시한다

② 개인보호장구 사용 

③ 환자 이송 

환자를 이송하기 전에 오염된 개인보호장구를 제거하고 손 위생

④ 환자 치료 장비 및 의료기구 

일회용으로 하거나 그 환자만 사용하게 한다. 여러 환자와 함께 사용해야 한다면 다른 환자에게 사용하기 전 세척하고 소독

⑤ 환경관리 

환자 주변에 있는 장비와 자주 접촉하는 환경 표면은 적어도 매일 세척하고 소독

⑥ 감염의 증상이나 징후가 해결되었을 때까지 실시


(2) 비말 격리 

① 환자 배치

기침과 가래를 많이 생성하는 환자를 우선으로 일인실에 배치

② 개인보호장구 사용 

환자 병실에 들어갈 때, 특히 환자와 1미터 이내 접근할 경우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

③ 환자 이동 

가능하면 환자의 이동을 제한. 이동이 불가피하다면 환자에게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시키고 호흡기 에티켓을 지키게 한다

④ 환경관리 

환자 주변 장비와 자주 접촉하는 환경 표면은 병원에서 승인한 소독제로 매일 닦고 비말주의 격리실에 들어가기 전 환경관리 요원은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⑤ 환자의 감염 증상이나 징후가 해결되었을 때까지 실시. 


(3) 공기전염 격리

① 환자배치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감염원에 감염된 환자의 격리실은 시간당 적어도 6~12회 이상 공기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하고, 특히 면역저하환자와는 분리시켜야 한다. 

② 출입 제한 

감수성 있는 직원은 홍역, 수두, 파종성 대상포진 환자의 방 출입을 제한한다

③ 개인보호장구 착용 

④ 환자이송 

환자에게 수술용 마스크를 착용케 하고 호흡기 에티켓을 지키는지 관찰한다

⑤ 노출 후 처치 

홍역, 수두 환자와 보호장구 착용 없이 감수성 있는 사람이 노출된 경우 즉시 적절한 면역글로불린을 투여해야 한다

⑥ 환경관리 

환자가 자주 접촉하는 표면은 병원에서 승인한 소독제를 이용하여 닦는다. 


덧붙여, '낙타 경고 유감'이랄까.
메르스가 중동에서 유행하고 있으니 여행자들은 주의하시오, 하고 여행자들에게 사전에 경고할 필요는 있었다. 하지만 문제의 '낙타 경고'는 이미 국내에서 메르스가 확산되고 난 뒤에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오히려 (당초 예상한 효과와는 정반대의) 비난을 사는 양상. 내용이 잘못됐다기보다는 절차와 타깃과 시기가 절묘하게 어긋난 케이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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