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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이라크 전선 합쳐버린 IS, ‘수니 칼리프 국가’로 한발

딸기21 2015. 5. 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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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0일, 시리아 중부 도시 라카를 근거지로 삼고 활동하던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북부 대도시 모술을 전격 장악했다. 그해 6월 29일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북부에 ‘이슬람 칼리프(수장) 국가’를 수립했으며, 자신들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칼리프에 올랐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불과 1년도 못 되어,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에서 IS가 수도 점령을 넘보는 상황이 됐다. IS가 주장한 ‘대(大) 수니 국가’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5일 시리아 국영TV 등을 인용해 IS가 유적도시 팔미라에서 지난 주말 400명 넘는 민간인들을 학살했으며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IS는 수도, 전력, 통신망을 끊어 팔미라를 고립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의 거점을 장악한 뒤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외부로부터 고립시켜 자신들의 ‘국가’에 집어넣는 것은 IS 전술의 특징이다. 


A displaced Sunni man and his family flee the violence in Ramadi after Islamic State militants overrun the Iraqi city. / Reuters


전문가들은 이번 공세의 성격과 시점에 주목한다. 영국 대테러전문가 찰리 윈터는 블룸버그통신에 “IS는 최근 몇 차례 후퇴를 했지만 국가 수립 1주년을 앞두고 다시 공세를 펼쳐 자신들이 약해지지 않았음을 과시했다”며 “그들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공세의 시점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의 중동전문가 캄란 보카리는 “IS는 한 곳에서 후퇴하면 반드시 다른 곳을 얻어냈다”며 “이라크에서 거점을 빼앗기면 시리아에서 그보다 더 넓은 지역을 장악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제 하나의 전선으로 합쳐졌다. 두 나라 간 국경도 대부분 IS 수중에 떨어졌다.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 외곽 라마디와 시리아 팔미라를 점령하면서 IS는 두 나라 사이를 오가는 보급망과 병력이동로를 확보했다. IS 통제 하에 있는 지역은 점차 이들이 주장한 ‘국가’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두 개의 전선을 분리해 대응해왔던 미국을 가장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은 IS와의 전쟁에 뛰어들면서 이라크에 소규모 지상군을 경비 강화 명목으로 들여보낸 뒤, 이라크군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시리아에 대해서는 인질 구출이나 IS 지도부 사살처럼 매우 제한된 임무에만 극소수의 특수부대를 투입했으며 아랍 연합군과 공동으로 공습을 강화하는 선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 두 개의 전선이 사실상 하나로 합쳐진 이상, 미국의 이런 분리대응 전략은 더욱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를 오가는 보급-이동로를 확보함으로써 미군과 연합군의 거점 공습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붉은 부분은 IS가 직접 점령한 지역, 노란 부분은 IS의 통제 하에 들어간 지역.


IS가 ‘국가 수립 1년’을 앞두고 세를 과시하기 위해 대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지난 17일 라마디를 장악한 뒤 IS 지도자 알바그다디는 이라크에서 다음 목표물은 바그다드와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론 바그다드나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당장 넘보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 하레츠는 두 나라 수도를 공략하기 전 IS의 다음번 목표는 시리아 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리아 내전 참상을 담은 영화 <홈스는 불타고 있다>의 무대가 되기도 했던 홈스는 라카에서 다마스쿠스로 가는 이동로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가 IS에 넘어가면 레바논 접경지대까지 위험해진다. 

 

이미 IS는 시리아 국토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시리아 정부군은 보급로가 대부분 끊겼다. 팔미라가 점령된 뒤 다마스쿠스는 내륙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잃었다. 다마스쿠스는 북부 대도시 알레포보다 인구는 적지만 중·근동의 역사적 중심지라는 상징성이 크다. 


주변 이슬람 세계로도 영향력을 넓혀가는 IS.


반면 시리아 정부군은 역부족이고, 반정부 진영 내 무장세력들은 힘을 잃었다. 이라크 정부군도 전의를 상실했다. 쿠르드 매체 러다우는 “이라크 특수부대는 IS가 라마디를 공격하기 이틀 전에 이미 도망쳐버렸다”고 보도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4일 이라크 정부군이 “싸울 의지가 없다”고 처음으로 공개 비판했다. 이라크군이 역량을 키워 IS에 맞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그간의 노선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하레츠는 “설혹 미국이 지상군을 보낸다 하더라도 시리아와 이라크 양쪽을 오가는 IS에 맞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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