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집트에서 '선거혁명'이...

딸기21 2005. 11.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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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경찰이 26일 투표가 끝난 뒤 알렉산드리아의 투표소를 봉쇄하고 있다. / AFP


이집트 총선에서 이변에 가까운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3단계에 걸쳐 실시되는 총선 중간개표 결과 불법단체로 규정된 이슬람운동조직 무슬림형제단이 돌풍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나면서, `선거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일당독재 체제였던 이집트 정계에 명실상부한 `야당'이 출현함으로써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이집트 내무부는 지난 26일 실시된 2단계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이 29석을 얻었다고 발표. 이로써 무슬림형제단의 의석은 76석으로 늘어나게 됐다고 A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지금까지 전체 26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서 선거가 마무리됐으며, 총 454 의석 중 집권 국민민주당이 197석을 차지했고 무슬림형제단 이외의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28석을 얻었다. 다음달 1일과 7일 실시되는 3단계 2차 투표에서 무슬림형제단은 30석 이상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전체 100석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1928년 하산 알 반나라는 인물이 창설한 이슬람 운동단체. 1954년 가말 압둘 나세르 정권 시절 불법화된 이래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전대통령 암살을 저질러 악명을 떨치기도. 그러나 최근 정치단체로 변모, 무바라크 정권의 `장외 라이벌'로 부상.

무바라크 정권은 반대세력에 대한 유화책으로 지난 2000년 총선부터는 무슬림형제단에 어느 정도의 활동을 보장, 정치에 개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줬다. 무슬림형제단은 현행법상 `정당'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원들을 무소속으로 출마시켰다.

지난 9월 실시된 대선에서는 호스니 무바라크대통령이 압승을 거둬 장기집권을 연장. 그러나 무바라크 친미 독재정권에 대한 반발이 극심한 상태. 무슬림형제단은 2000년 총선 때에 15석을 차지하는데 그쳤으나 반 무바라크 여론에 힘입어 이번 선거에서 바람몰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정치사에서 반세기만에 `진정한 야당'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무슬림형제단은 회원이 100만명에 이른다고 주장. 정권은 그동안 이 단체의 목줄을 죄고 탄압과 유화책을 번갈아 펼쳐왔지만 이제는 차기 정권을 놓고 대결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무하마드 메흐디 아케프(77)는 AP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더이상 이 정권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선거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의 부상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의식한 듯 그는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을 지키는 것을 비롯해 외교관계에서는 큰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내부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아케프는 정권의 탄압으로 20여년간 옥살이를 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의 득세에 대해 "독재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는 대신 근본주의가 발흥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국민들도 많다. 무슬림형제단은 "시민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쓰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새로 구성될 국회에서 대통령 3연임을 금지하는 쪽으로 헌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에 복수후보 출마를 허용하는 내용으로 선거법을 바꾸면서 후보 자격을 극도로 제한, 사실상 일당독재법을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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