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세계 곳곳 싱크홀의 역습  

딸기21 2015. 2. 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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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도로가 꺼지고, 자동차와 사람들이 땅 속으로 사라진다. 마음대로 도로를 지나다닐 수조차 없게 만드는 사고들이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다. 사람들이 지구에 낸 생채기, ‘싱크홀의 역습’이다.

 

지난 23일 이탈리아 나폴리 교외 주택가에 깊이 10m가 넘는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역 주변도로에서 땅꺼짐으로 행인 2명이 추락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길 가던 사람들이 누군가 끌어당기기라도 한 듯 땅속으로 사라지는 용산 사고 동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렸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양강도의 한 집단농장에서 지난해 10월 땅이 내려앉아 11명이 사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In this photo taken Sunday, Feb. 22, 2015 and made available Monday, Feb. 23 view from above of the chasm that opened Saturday and enlarged in the night, forcing the evacuation of about 380 people, in the Pianura district of Naples, Italy. (AP Photo/Ciro Fusco, Ansa) ITALY OUT


지표면이 꺼지면서 구멍이 뚫리는 싱크홀은 세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하수가 빠져나가 지반이 꺼지기도 하고, 땅속 약한 바위층이 지하수에 녹아내려 생기기도 한다. 석회암층이 침식돼 생기는 ‘카르스트 지형’도 비슷한 현상이다. 자연 싱크홀들은 인류의 생활공간이 돼주기도 했다. 남미 유카탄 반도의 마야문명은 희생제 장소나 귀중품 보관소로 이런 구멍들을 이용했다. 중미 소국 벨리즈의 해저에 형성된 ‘그레이터 블루홀’은 유명 관광지다. 

 

뉴질랜드 석회암 지대에는 원주민들이 ‘토모’라 부르는 구멍들이 있다. 오만의 비마흐 싱크홀은 꺼진 땅 속에 물이 괴어 명소가 됐다. 중국 충칭 주변에도 ‘톈컹’이라 불리는 대형 싱크홀들이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미녜 싱크홀, 미국 켄터키주 매머드케이브 국립공원의 시더 싱크홀 등도 멋진 경관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러시아 페름의 광산 부근 땅이 꺼지면서 엄청난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사진 RT

2013년 4월 시카고 도로가 꺼지면서 생긴 대형 싱크홀에 차량 3대가 빠졌다. /사진 AP


그런데 근래에는 인재(人災)가 빈발하고 있다. 나폴리 사고는 지하 수도관이 터지면서 일어났다. 외신들은 사고 닷새 전부터 길바닥이 갈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거기에 비가 쏟아지자 사고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주민 380명이 대피해야 했다. 지질학자 프랑코 오르톨라니는 현지언론 코리에레 델 메초조르노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며 당국을 비난했다. 용산 사고는 지하수 흐름을 막는 흑막이벽 부실공사탓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 어린이 2명 등 6명이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길 가운데에 생긴 구멍에 추락사했다. 땅밑에는 전기선과 수도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11월에는 러시아 우랄산맥 페름 지역의 광산에서 대형 땅꺼짐이 발생했고, 12월에는 태국의 푸껫에서 픽업트럭이 싱크홀에 빠졌다. 


중미 벨리즈의 해저 자연 싱크홀인 ‘그레이터 블루홀’. /사진 위키피디아

사막의 싱크홀에 물이 괴어 명소가 된 오만의 바흐마 싱크홀. /사진 위키피디아


미국은 싱크홀 사고가 잦다. 2011년 7월 미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폭우가 온 뒤 고속도로가 내려앉아 달리던 승용차가 빠졌다. 15세 소녀가 숨지고 6중 추돌사고가 났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같은 해 6월 유전에서 일하던 셰브런 노동자가 싱크홀에 빠져 숨진 뒤 대책을 만들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듬해 3월 플로리다주에서는 집안에서 잠자던 남성이 갑자기 집 바닥이 꺼지면서 추락사했다. 2013년 4월에는 시카고 도로 복판에 초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자동차 3대가 빠졌다.

 

미국 농업지대들은 농업용수로 지하수를 대량 끌어다 쓰고 있다. 지하수 흐름이 인위적으로 바뀌면서 땅밑 물길 지도가 바뀌고 싱크홀들이 자주 생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의 사해 연안에도 땅이 꺼진 곳이 많다. 이스라엘의 지하수 남용과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낮아진 탓이다. 소금물이 빠진 곳에 담수가 스며들면서 암염층을 녹여 생긴 이 싱크홀들도 인간에 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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