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시리아 난민 돕던 여성 구호활동가 카일라 뮬러의 죽음

딸기21 2015. 2. 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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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교회에서 신을 찾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연에서, 어떤 이들은 사랑 속에서 신을 찾습니다. 저는 고통 속에서 신을 봅니다. 제 손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도구로 쓴다는 것, 제가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은 그것임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행동해야 한다”며 내전이 한창이던 시리아로 떠났던 구호활동가는 끝내 목숨을 잃었다. 미 정부는 10일(현지시간) 26세 여성 구호활동가 카일라 뮬러가 시리아에서 사망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러의 부모도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낀다”며 딸의 죽음을 확인했다. 요르단 공군조종사의 처참한 죽음에 이어 젊은 구호일꾼의 희생까지 전해지자 미국 내 여론은 급속히 ‘군사행동’ 쪽으로 움직여가고 있다.

 

애리조나주 프레스콧에서 태어나 자란 러는 짧은 인생을 살다 갔지만 늘 고통받는 아이들과 여성들을 위해 일하려 애쓴 사람이었다고 주변에서는 전했다. 프레스콧의 집에 모인 가족과 친척들은 “누구보다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들은 러가 시리아에서 보내온 편지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1년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보내온 편지에는 “고통 속에서 신을 본다”며 타인의 고통을 줄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 쓰고 있다.



러는 고교 시절부터 자원봉사에 관심이 많았고, 애리조나대 진학 뒤에는 수단 다르푸르 난민돕기 활동을 했다. 2009년 대학을 졸업한 뒤 구호기구에 들어가 인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에서 일했다. 2011년 애리조나로 돌아온 뒤에는 에이즈 치료소와 여성보호시설에서 활동했다. 그 해 말 러는 프랑스로 옮겨가 아프리카 구호활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난민들 소식이 뉴스를 채우기 시작했다. 

 

러는 아프리카로 가는 대신 2012년 말 터키로 가서 구호단체 ‘서포트 투 라이프’, 덴마크난민위원회 등에서 일하며 난민구호를 시작했다. 그는 친구의 블로그에 “모든 사람이 행동해야 한다, 이 폭력을 멈춰야 한다”며 시리아 소식을 세상에 알려달라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시리아 최대도시 알레포에 갔다가 터키로 돌아오는 길에 IS에 붙들려 인질이 됐다. 그러나 납치돼 갇힌 후 가족들에게 보낸 몇 안 되는 편지에서도 의지와 강인함을 보여줬다. 지난해의 편지에서 그는 “가족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지만 제가 강인하게 이겨내길 바라실 거라는 걸 알아요.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요”라며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했다. “수감시설에서 잘 지내고 있다”며 부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러가 숨졌음을 공식 확인하면서 “그는 미국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또 델타포스 부대원들이 시리아 북부 정유시설을 지난해 여름 공격해 러 구출작전을 했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20여명의 특수부대원들이 투입됐으나 이미 인질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진 뒤였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은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 등의 참수 동영상이 나온 뒤 미군은 특수부대가 비밀리에 시리아에서 인질 구출작전을 벌였던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미군이 구하려고 했던 인질 중의 한 명도 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관리들은 “그를 구하려는 노력을 멈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러가 어떻게 숨졌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요르단군은 최근 공군조종사 살해에 대한 보복으로 IS 본부가 있는 시리아 라카 등을 수십차례 폭격했다. IS는 지난 6일 요르단군의 공습으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러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어떻게 목숨을 잃었는지, 요르단군의 공습에 의한 사망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요르단군이 지난 6일 라카 공습 때 목표로 삼았던 지역에 민간인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IS가 그동안 여성 인질을 살해한 뒤 공개 동영상을 올리거나 선전한 적은 없다는 점, 요르단군의 공습으로 부서진 건물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러의 죽음을 주장한 점 등으로 보아 그가 공습 과정에서 희생됐을 가능성은 있다. IS는 러의 가족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사망을 확인시켜준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요르단 전투기들이 6일 IS의 무기창고를 폭격했는데 거기에 러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커비는 “어떻게 숨졌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를 붙잡아 가둔 IS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최소한 한 명의 다른 미국인”이 라카 지역에 억류돼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012년 8월 시리아에서 활동하다 소식이 끊긴 해병대 출신 저널리스트 오스틴 타이스로 추정된다. 타이스의 부모는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뒤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도 “내 아들이 IS 전투원들 수중에 있을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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