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그리스 새 총리 치프라스, 유럽 '긴축 기조' 바꿀까

딸기21 2015. 1. 27.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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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독일 베를린에서 37세의 젊은 정치인이 “유럽의 긴축정책은 중단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호감가는 외모에 카리스마 넘치고 달변인 이 젊은 정치인은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였다. 정치 경력 10년, 재선의원에 불과한 치프라스는 ‘유럽의 최대 주주’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맹비난하며 “긴축을 강요하는 짓을 중단하라”고 일갈했다.


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이 “새롭고 강력한 유럽의 정치인이 될 사람” 혹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 불렀던 치프라스는 3년이 지나 그리스 현대정치사상 최연소 총리가 됐다. 치프라스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25일 총선에서 36.34%를 득표, 1당이 됐으며 제1당에 50석을 추가배정하는 법규에 따라 총 300의석 중 149석을 확보했다.


Alexis Tsipras, head of radical leftist Syriza party, greets supporters after the initial election results for the Greece general elections in Athens, Greece, 25 January 2015. / EPA


치프라스는 26일 곧바로 연정 구성에 돌입, 우파 군소정당인 ‘독립 그리스’와 손을 잡았다. 두 당 대표의 연정 협상은 단 한 시간만에 끝났다. 정치색은 다르지만 두 당의 공통점은 확실하다. ‘긴축재정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치프라스는 이날 낮 총리에 취임했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정계에서 ‘기록의 사나이’다. 군사정권이 무너지던 시기에 태어난 ‘자유화 세대’인 그는 10대 시절 좌파 학생운동에 투신했다. 2000년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건설회사에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정계에 뛰어들었다. 시리자의 전신인 좌파연합(시나스피스모스) 청년조직을 이끌며 좌파 진영의 스타로 부상했다. 2006년에는 아테네 시장선거에 출마, 10% 넘게 득표해 파란을 일으켰다. 이듬해 총선에 나갔다면 당선될 수 있었지만 시의원 임기를 지키겠다며 출마하지 않았다. 2008년 좌파연합 대표로 뽑혀 그리스 사상 최연소 정당대표가 됐다. 2009년 총선 때 시리자를 제2당으로 만들며 화려하게 의회에 입성했다.

 

이번 총선에서 시리자의 승리는 진작부터 점쳐졌으나 40% 가까이 득표한 것은 예상 밖이었다. 유럽 언론들은 시리자의 승리가 유럽 전체 긴축 기조의 전환점이 될지에 주목한다. 거대 금융기관의 실패로 촉발된 경제위기의 책임을 서민들에게 지운 긴축정책은 그리스뿐 아니라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긴축에 반대해온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시리자의 승리를 환영했다. 가디언 등은 그리스 ‘반 긴축’ 진영의 승리가 올해 말 스페인 총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6일 유로화 가치는 하락했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그리스발 불확실성’에 출렁였다. 치프라스는 국가채무 50% 탕감을 주장하지만 유럽연합 채권단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독일 총리실은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새 정부가 국제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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