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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가는 사람들

딸기21 2014. 12. 25. 19:37

마을로 가는 사람들

인간도시 컨센서스. 알트. 12/25



인간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갖추어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인간다운 삶이 영위될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적절한 규모여야 한다. 둘째, 나의 존재감이 희석되지 않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관계가 가능해야 한다. 셋째, 공동체적 사안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참여와 자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넷째, 사람과 자연이 호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어야 한다. 


생활이 있는 도시란 확장된 (공공적) 생활세계가 있는 도시를 말한다. 우선 확장된 생활세계는 공간적으로 폐쇄적인 주택단지와 구분되는 열려진 공동체 공간(예, 마을)를 만들어낸다.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와 다른 호혜 및 협동경제(예, 생협), 문화적으로는 상업화된 문화와 다른 함께 향유하면서 나다움을 구현하는 공유 문화(예, 축제)를 만들어낸다. 정치적으로는 관치(官治)와 다른 협치(協治)에 의한 확장된 생활세계의 자율 관리가 이루어지게 된다. 


생활의 파워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사람 중심성을 회복하고, 생명적 지속가능성을 이끌어 내며, 시민주권이 관철되는 도시 정치체 city polity 를 만들어낸다. (21쪽)


-왜 생활도시인가?
조명래(단국대 교수, 인간도시 컨센서스 공동대표) 


성미산마을의 동네부엌은 친정엄마가 해주시는 반찬 맛과 안전성이 담보되는 동네반찬가게이다. 요리 잘하는 동네 이웃이 친정엄마의 마음과 정성으로 안전한 식자재를 이용해 맛있고 영양가 높은 반찬을 만들어 공급한다. 동네부엌은 동네 여러 엄마들이 공동으로 출자하여 일공동체 방식으로 만든 공동의 부엌, 동네의 부엌인 것이다. 


2002 년 2월, 성미산마을의 엄마들은 공동으로 반찬을 해결하기 위해 반찬공급소 첫모임을 시작으로 세 차례의 오프라인 정기모임을 가졌다. 회의를 거듭하며 제일 고심했던 부분은 식단이었다. 먹을거리와 관련된 동물학대, 환경파괴, 건강을 파피하는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 채식 위주의 공동부엌을 구상했지만, 아이들이 선호하는 반찬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렴하여 한 달에 3~4번 정도 육류반찬을 넣기로 했다. 


2002년 5월, 그 동안의 생각들이 하나씩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전문 영양사 출신의 엄마가 식단을 짜고, 한 엄마의 가정집 부엌에서 조리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딛고, 마포두레생협 홈페이지에 ‘동네부엌이야기’ 코너를 만들어 식단, 조리법 등을 올려 의견을 나눴다. 시행 첫 달 50여 가구가 반찬공급을 신청하였고 1년이 지나도록 그 수가 유지되었다. 


동네엄마들끼리 하는 작은 동아리에서 MT를 가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동네부엌을 사업으로 확장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몇 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3년 11월 5평의 아담한 공간에 ‘동네부 엌’이라는 간판을 달고 반찬가게를 열었다. 이 즈음 성미산학교에서 급식을 시작했고, 동네부엌이 유기농을 이용한 급식조리를 맡았다. 


동네부엌의 중요한 고객 중 하나는 20~30명의 아이들이다. 방과후학교나 태견도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다가 참새가 방앗간을 들르듯 동네부엌을 거치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부모들이 일정금액 적립해 놓은 돈으로 떡꼬치나 옥수수, 찐 고구마, 찐 호박, 샌드위치, 미니핫도그 등 간식을 먹고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에게 동네부엌은 반찬가게 이상이다. 어린이집에서 나들이 갈 때 김밥을 준비하거나 동네에서 잔치나 행사를 할 때 동네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한다. 말 그대로 ‘동네의 부엌’ 역할을 하는 것이다. (33~38쪽)


-함께 나눠먹는 동네부엌 

문치웅(성미산대책위원장) 


지역화폐란 특정 지역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지역 내에서의 경제 환경 개선을 도모해 지역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1983년 캐나다의 마이클 린턴이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라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대표적으로 보완화폐 성격인 LETS, 시간을 중심으로 거래되는 Time Dollar, 시간거래를 화폐로 발행하는 Hours 등이 있다. 


LETS는 1983년 캐나다 밴쿠버의 코트니라는 소도시를 시작으로 급속히 확산되어 현재 가장 많이 운영되고 있는 지역화폐유형이다. Time Dollar는 워싱턴에서 시작한 시간예탁제도로서 일종의 자원봉사은행에 가까운 제도이다. Hours는 1991년 뉴욕 주에서 창셜된 ‘Ithaca Hours’가 최초이다. Hours에서는 화폐의 거래가 계좌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통용되는 지폐를 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1998년 시작된 비즈니스 관계자가 참가하기 쉽도록 만든 ‘토론토 달러’가 있으며 프랑스의 SOL(System of Exchange), 멕시코의 Tlaloc(수표형태로서 상호신용제도). 아르헨티나의 RGT(Ted Global de Trueque, 글로벌 교환네트워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전한밭레츠, 과천품앗이, 성미산공동체, 서초품앗이, 구미사랑고리, 부산사하품앗이 등 공동체적인 삶을 가꾸어가고 있는 이들은 누구나 재능과 능력이 같음을 인정하고 서로 나누며 함께하는 신뢰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각자가 ‘지역화폐’를 발행하여 서로의 재능과 능력을 신뢰의 공간에서 나누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재래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품권을 발급하고 있는데, 이 또한 지역화폐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55쪽)


지역화폐제도는 노동력을 강제로 팔지 않고 억압적인 명령체계 속에서 일하지도 않으며 화폐의 수량이나 가시적 성과에 따라 인간을 평가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경제 방식, 즉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공동체 내부의 개인의 가치인 자유와 그에 따라 생기는 책임에 기초하며 ‘동의’, ‘무이자’, ‘공유’, ‘정보공개’라는 네 가지 원칙을 갖는다. 즉 지역화폐는 빌린 사람에게가 아니라 회원 중 아무에게나 갚으면 되며(대응성), 자원봉사와 비슷하지만 빌린 사람에게 대가가 있고(호혜성), 이웃 간의 상부상조와 비슷하나 도와주고 나눠주고 빌려준 일을 모두 기록해놓으며(기록성) 은행의 계좌와 비슷하지만 이자가 없고 거래내역을 회원에게 공개한다(공개성). (58쪽)


독일의 지역화폐 킴카우어(Chiemgauer)는 바이에른 주 뭔헨 인근 소도시들인 프리엔. 로젠하임, 트라운슈타인 등에서 유통되는 지역화폐인데 2003년 1월 프리엔의 발도르프 학교 학생들의 주도로 시작되었다. 킴카우어를 사용해서 지역의 기업들이 고객을 더 얻고 새롭게 만드는 경제효과를 보았는데 전체 매출액의 20% 정도나 차지했다고 한다. 슈테른탈러(Sterntaler)는 오스트리아의 접경지대에 있는 소도시 아인링 Ainring에서 2002년 11월에 결성된 STAR 협회라고 하는 이웃 간 상호부조를 위한 타우쉬링Tauschring이 탄생하면서 시작되었다. 2006년 현재 아인링과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약 700명의 소비자와 175개의 업체가 슈테른탈러의 유통에 참여하고 있고 약 4만여 부의 지폐가 유통되고 있다. 


경제위기에 허덕이던 에콰도르에서는 2000년에 정부가 반대여론을 누르고 이제까지의 통화인 ‘수크레’를 폐지한 다음 미국의 달러를 법정통화로 만들었다. 수크레 경제로부터 자립을 꿈꾸며 서민들 사이에 쓰이던 ‘신트랄'은 달러화 이후의 혼란 속에서 곤궁해져가는 서민생활의 자체 방어 수단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신트랄은 이자가 없다. 지폐나 동전이 아니라 간이수표를 주고받으며 통장으로만 빌리고 빌려 주는 관계가 있을 뿐이다. 신트랄은 자기가 사려고 하는 것과 상대방이 팔고자 하는 것이 일치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자기가 직접 발행할 수 있는 통화이다. 


멜라니시는 198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처음으로 지역화폐를 도입, 300여곳로 확산시킨 본산이다. 지역화폐를 도입하고부터 주민들이 각자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특히 노인이나 실업자, 장애인들처럼 소외된 인력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돈을 떠나서 자신이 하고픈 일을 제공하면 되기에 ‘자아실현’이 가능해졌다. 마을로서는 공동체의식을 기르고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니 일석삼조가 아닐 수 없다. 


일본 도쿄의 동쪽에 자리한 인구 100만의 지바시. 이 도시에 있는 지바대학의 한쪽 담장을 따라 늘어선 40여개 상가들은 오래되고 길도 좁아 주민들로부터 외면받았다. 게다가 인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로 손님이 몰리면서 이곳은 만성적인 불황을 겪었다. 다 죽어가던 골목길에 1999년 지역화폐 ‘피너츠’가 도입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피너츠클럽’에 가입한 주민들은 물건을 5~10% 싸게 샀고, 할인된 금액은 ‘피너츠’라는 화폐로 적립돼 정기적으로 그 가게나 지역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갚아나갔다. 지역화폐제도는 선풍적 인기를 끌어 11년이 지난 지금 회원이 2,000명으로 늘었고, 덕분에 가게들의 매출도 올랐다. (59~61쪽)


-동네화폐가 동네경제를 만든다 

천경희(가톨릭대학교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1964년에 창단된 태양극단은 1970년에 파리 뱅센느 숲에 있는 탄약통 제조공장에 자리 잡은 후 지금까지 국제적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단체다. 배우들 모두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고 작품을 준비하며 공연을 하며 공동체 생활을 영위한다. 또 수익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 등 ‘공동분배’, ‘공동창조’, ‘공동운영’의 이념을 실천한다. 


유럽의 예술가들은 도심 속 버려진 공장건물을 활용해 왔다. 그 가운데 1990년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의 세이타 Seita 담배 공장에 자리를 잡은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는 2006년에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이른바 ‘사회적 경제’ 개념에 의한 활동을 만들어낸 대표적 기관이다. 특히 음악단체 ‘AMI’(Aide aux Musiques lnnovatrices, 혁신적 옴악의 지원)는 ‘제작자’ 체제로 운영되면서 새로운 음악 형식의 개발을 산업화하는 작업을 한다. 


비슷한 경우로 ‘밀라 프로젝트(Ie projet Mila)‘라는 도시 재생 프로그램을 진행한 프랑스 파리 18구의 예를 들어보자. 18구는 파리 시 전체에서 가장 낙후한 곳으로, 이주민들이 집결하자 프랑스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빈 상점이 속출하는 등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파리 시와 18구는 사업적 어려움을 겪는 음악단체와 회사들을 대상으로 낮은 임대료로 공간을 빌려주면서 30개의 회사와 200여명의 예술가들을 끌어들였다. 그 결과 클러스터를 이루게 되면서 조금씩 시장이 형성되는 변화가 주어졌고, 이와 병행하여 식당업이 다시 성행하는 등 주변 상권이 살아나게 되었다. (121~123쪽)


-예술가의 경제공동체, 어떻게 가능한가? 

박신의(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사람의 가치, 즉 사람다움이 되살아나고 중심이 되는 도시를 인간 도시(human city)라 한다면, 그 사람다움은 어떻게 확보되어야 하나? 우선 사람들이 적절히 교감하고 소통하며 나다움(identity)을 지켜갈 수 있을 정도로 도시는 적정규모 혹은 ‘인간적 규모(human scale)'로 구성되거나, 혹은 이러한 규모의 삶을 조직해내는 단위(예, 동네)로 구성되어야 한다. 도시의 건조물도 그러해야 한다. 사람의 존재감을 왜소하게 하는 초고층과 초대형 건축물, 지역사회를 단절시키는 거대한 토목구조물, 자동차 우선의 도로체계, 권위적이고 위협적인 공공시설물, 정서를 황폐화시키는 획일화된 대형 건축물 등은 인간적 규모의 삶을 담보해주지 못한다. 도시에서 인간다움이 살아나기 위해선 도시의 틀과 구성에 ‘인본성(humanism)’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어야한다. 일상활동의 유형과 동선에 맞게 편익시설들이 적절하게 공급되고 배치되는 것(예, 도보로 10분 내 거리)도 사람다운 삶을 보장하는 중요한 물리적 조건이다. (167쪽)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가 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은 도시의 주체들이 자율의지를 가지고 자신의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의 도시를 사람 사는 곳으로 어떻게 만들어낼지의 고민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 해야 할 사안이다. 이는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로서 도시거주자 모두에게 부여된 것이다. ‘도시 거주자들이 물질 및 비물질적 생활에서 사람다운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도시 미니멈(urban minimum)'의 보장은 이를 위한 최소의 장치다. 도시인으로서 기본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있는 기본소득의 보장,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평한 접근의 보장, 다양한 시민권(예, 교통권, 보행권, 의료권, 환경권, 노동권 둥) 의 보장 등이 도시 미니엄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 (171쪽)


-인간도시를 위한 조건과 의제 

조명래(인간도시 컨센서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