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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몽고메리,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딸기21 2014. 12. 14. 19:37

우리는 도시에서 행복한가

찰스 몽고메리. 윤태경 옮김. 미디어윌. 12/14




1920년대 자동차 단체들은 도시안전위원회와 직접 경쟁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단체들은 자동차 사고는 운전자가 아닌 보행자 잘못이라고 선전했다. 거리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행위는 ‘무단횡단'이라는 죄스러운 이름이 붙고, 법으로 범죄라고 규정당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거리가 더 이상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다. (118쪽)


수십 년간 도시공학자들은 보도와 자동차 도로를 엄격히 분리하고,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를 흐트러트리는 요소를 제거하고, 도로 폭을 넓혔다. 곁보기에는 당연해보이는 해법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을 낳았다. 1920년대부터 자동차 업계가 유도한, 직선으로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의 비중을 높이는 정책이 실제로는 교통사고 증가를 부채질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들은 제한속도를 준수하면서 운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행하는 도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만큼 속도를 낸다. 자동차가 원활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에서는 운전자들이 더 속도를 낸다. 그 결과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지역 거리에서 자동차에 치여 죽는 보행자 수가 좁은 도심에서 죽는 보행자 수보다 네 배나 많다. (159쪽)


휴렛패커드 연구팀은 통근자들이 받는 스트레스 크기를 파악하고자 실험참가자들에게 전극이 달린 모자를 쓰고 통근하게 했다. 그 결과 승용차 통근자든 대중교통 통근자든 할 것 없이, 러시아워 시간대에 통근하는 사람은 전투기 조종사나 성난 시위자들 앞에 선 경찰들보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티났다.  러시아워에 통근하는 사람의 심장은 정상치의 두 배가 넘는, 분당 145회 뛰었다. 코티솔 수치도 급상승했다. 아드레날린과 코티솔은 '싸움 또는 도주 반응'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스트레스 대처에 필요한 반응과 에너지 공급이 일어나며, 그 결과 혈압과 심장박동수가 높아진다. 스트레스에 대한 교감신경계의 이런 반응을 ‘싸움 또는 도주 반응’이라 부른다. (291쪽)


30년간 미국 도시개발 패턴은 단순했다. 도심에서 멸리 떨어진 지역에 주거구역을 조성한다. 넓은 잔디밭이 딸린 단독주택들을 줄지어 건설하고, 넓고 구부러진 거리를 조성하고, 거주단지 중심에는 초등학교를 건설한다. 주거구역과 떨어진 곳에 바다처럼 넓은 주차장으로 둘러싸인 섬 같은 상업지구와 대형마트를 건설한다. 주거구역, 상업지구와 떨어진 곳에 공업단지와 사무실 건물을 건설한다. 이렇게 조성한 각 구역을 고속도로와 간선도로로 연결한다. (76쪽)


사람틀은 이 새로운 장소를 ‘교외(suburb)’라고 불렀다. 교외가 도시 경계를 넘어 도시 밖으로 흩어지자 일부 사람들은 이곳을 ‘준교외(exurb)’라고 불렀다.1980년대 자본가들이 도심 사업체들을 고속도로와 연결된 비즈니스 파크(business park)나 거대쇼핑센터(megamall)로 이전하는 현상이 대규모로 나타나자, 조엘 가로(Joel Garreau)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새롭게 출현한 이 지역을 ‘교외도시 (edge city)’라고 이름붙였다. 이러한 교외지역을 ‘스프롤(Sprawl)’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나는 '확산도시(dispersed city) ’라고 부른다. (77쪽)


확산도시 시스템이 낳은 가장 큰 위험은 생활이 무미건조해진다는 점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생기는 병도 있다. 공공보건 전문가들은 인구밀도가 낮은 교외를 지칭하는 ‘비만유발지역(obesogenic)’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었다. (155쪽)


도시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은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도시국가 폴리스(polis)는 아테네인들이 거의 종교적 열정을 가지고 함께 추구한 프로젝트다. 아테네인들에게 도시는 일상의 필요를 충족해주는 장치 이상의 존재였다. 도시는 아테네인들의 문화, 정치, 풍습, 역시를 묶는 개념이었다. 시민들은 도시라는 배를 움직일 공동체적 의무를 가친 선원과 같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했다. 행정 권력을 구현한 현대도시 광장(plaza)과 달리, 아고라 광장의 개방성은 시민들이 공동체적 삶에 참여하도록 초대했다. 개방형 건축이 공적 영역에 참여해야 한다는 아테네인의 시민 의식을 고취했는지, 아테네인의 시민의식이 개방형 건축을 낳았는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개방형 건축과 시민의식 덕에 아테네의 공공집회 장소는 위험할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35쪽)


]997년 보고타 시장선거에 출마했을 때, 페냘로사는 정치인들이 내건 진부한 공약들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는 시민들에게 더 부자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인만큼 부유해지겠다는 꿈을 잊으라고 말했다. 설령 보고타 시의 경제가 한 세기 동안 호황을 누린다고 해도, 미국인을 따라잡으려면 수 세대가 걸릴 것이다. 부자가 되려는 꿈은 보고타 시민들을 불행하게 할 뿐이라고 페냘로사는 생각했다. “우리는 실험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다고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미국인만큼 부유한 생활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존엄성을 보호받고 풍요로운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시를 설계할 수는 있습니다. 시민이 더 행복해지도록 도시를 바꿀 수 있습니다." (6쪽)


페냘로사는 보고타 시가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20세기의 두 가지 유산으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첫째, 보고타 시는 지동차의 편의를 위해 바뀌었다. 둘째, 공공 영역과 공공 지원이 상당 부분 민영화됐다. 그는 보고타 시가 야심차게 추진한 고속도로 확장 계획을 철회하고, 시 예산을 자전거 도로, 공원, 보행 광장, 도서관, 학교, 보육소 건설에 투입했다. 기차 대신 버스를 이용해 보고타 시 최초의 고속 수송 체계를 건설했다. 유류세를 인상하고 시민들의 자동차 통근을 주 3회 이하로 제한했다. 페냘로사는 시장 임기 3년째에 ‘자동차 없는 날(Dia Sin Carro)’을 실험했다. 2000년 2월 24일 목요일 하루 동안, 보고타 시 당국은 모든 자가용 승용차의 운행을 금지했다. 이날은 4년 만에 처음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0명을 기록한 날이 됐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거의 3분의 1정도 감소했다. 보고타 시의 스모그도 줄었다. 숭용차가 없어도 사람들은 빠짐없이 출근했고, 학교 출석률이 낮아지지도 않았다. (11쪽)


시클로비아는 당시에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었고, 일주일에 한번 차도 13킬로미터를통제해 자전거와 보행자만 다니게 한 제도다. 보고타 시의 시클로비아는 다른 도시의 ‘자동차 없는 날’과 상당히 달랐다. 빈부격차와 계층간 폭력에 대한 공포가 극심한 보고타에서 이 제도는 수십년 간 모든 시민이 들어가지 못한 도로 공간으로 모든 계층의 시민을 끌어모았다. 시클로비아를 위한 자본투자는 지동차의 도로 진입을 막고자 임시로 설치하는 값싼 바리케이드 구매 비용밖에 없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적 의지였다. (281쪽)


시클로비아, 여름 거리, 자동차 없는 날은 도시와 도로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다. 도시와 도로는 시민이 원하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시클로비아 참가자들은 거리의 용도를 성찰하기 시작하고, 필연적으로 코펜하겐 시민들이 수십 년 전에 찾은 답에 도달하게 된다. 거리의 용도는 시민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확산도시가 도심에 강요하는 불편을 인내하는 일을 중단하면, 도심은 훨씬 더 살기 좋은 장소가 될 수 있다. (282쪽)


2006년 엔리케 페냘로사는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에게 브로드웨이에서 자동차를 완전히 돌아내야 한다고 연설해, 맨해튼에서 화제의 인물이 됐다. 불가능해 보였던 이 주장은 3년 뒤 타임스퀘어 광장 부근에서 실현되기 시작했다. ‘행복도시 운동(happy city movement)’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13쪽)


(엔리케 페냘로사의 전임) 보고타 시장인 안타나스 모쿠스는 뇌물을 요구하기로 악명 높았던 대중교통 부서 경찰을 모두 해고했다. 시장선거 경쟁자의 동생 기예르모 페냘로사를 보고타 공원관리를 책임지는 직책에 임명하고, 기예르모가 공원 시스템을 확장하고 시크롤비아를 확대하는 데에 힘을 실어줬다. 안타나스 모쿠스는 자신이 청렴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한 다음, 보고타 시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재산세를 10퍼센트 더 내달라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놀랍게도 6만 가구 이상이 자발적으로 재산세를 10% 더 납부했다. 비록 방법은 기묘했지만 그는 인간을 존중하는 새로운 도시 문화를 조성했다. (373쪽)


1990년대 중반 환경심리학자 프란시스 밍쿼는 녹지 접근성과 주민 행복, 행동 사이에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밍퀴는 녹지 접근성과 사교관계(social connection)가 비례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녹지 주변 주민들은 이웃을 더 많이 알았으며, 이웃 주민들이 협조적이고 친절하다고 답했다. 녹지가 있는 단지에서는 모임이 열릴 때 더 많은 주민이 참석했다. (181쪽)


시민들의 조망권을 중시한 밴쿠버 당국은 홍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주상복합단지의 상가 부분을 3층이나 4층 이하로 제한했다. 상가 위에 더해지는 초고층 아파트의 부피를 제한하고 아파트 사이의 간격을 넓혔다. 그 결과 밴쿠버 도심에 들어선 주상복합단지는 초고층 건물일지라도 거리까지 햇볕이 들어오는 것을 막지 앉고, 아파트 주민과 보행자들의 시야를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다른 도시계획자들과 달리, 밴쿠버 시 도시계획자들은 폭넓은 자유 재량권을 행사한다. 예를 들면, 밴쿠버 도심에 더 높은 건물을 짓도록 허용하는 대신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더 짓도록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거래한다. 공원이나 광장, 탁아소를 건설해 기부하던지 저소득층을 위한 값싼 임대주택을지을 토지를 기부하는 대신 건물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도록 허가한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밴쿠버 딩국은 용도지역상향(upzoning)으로 추가 발생한지 자산가치의 80퍼센트를 돌려받는다. (192쪽)


2010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 밴쿠버는 산업용 수로로 쓰이던 폴스크릭(False Creek) 가에 선수촌을 건설했다. 현재 이 지역 사람들에게 '빌리지'라고 불리는 이 마을은 빗물을 저장해 유지하는 작은 습지부터 LED가 빛나는 중앙 광장까지, 그린 어버니즘을 보여주는 쇼케이스다. 이 마을에서 에너지 컨버전스는 단순히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모든 인체는 열에너지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인구밀도가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밀도도 증가한다. 주민들이 살면서 내보내는 열에너지를 재활용하는 시스템은 '사우스이스트 폴스크릭 지역에너지시스템'이라 부른다. 마을 주민들이 설거지하거나 샤워하거나 변기 물을 내릴 때마다 그들은 열에너지를 하수도로 내보낸다. 폐수는 근처 다리 밑 양수장으로 모인다. 이 양수장에는 페수에서 열을 뽑아내는 기화압축과정을 이용하는 작은 발전소가 있다. 여기서 얻은 에너지로 깨끗한 물을 덥혀 주민에게 제공한다. 이 시스템 덕분에 빌리지 주민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75퍼센트 정도 감소했다. 폴스크릭 발전소 굴뚝은 그 자체로 공공 예술작품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 다섯 개가 하늘 높이 솟아있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로봇의 손가락 같다. 이 굴뚝 다섯 개에는 LED 조명장치를 설치했다. 발전소의 에너지 생산량이 많을 경우 굴뚝에서 나오는 증기는 LED 조명을 받아 짙은 분홍색을 띤다. (431쪽)


도심 동쪽 가장자리 호수들 밑을 통과하는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검토했을 때, 코펜하겐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다른 도시들처럼 도심을 자동차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선택이 있었고, 이러한 추세를 되돌리는 선택이 있었다. 1962년 미국에서는 로버트 모제스(Robert Moses)가 뉴욕 월스트리트에 있는 금융 중심지인 로어 맨해튼 중심을 가로지르는 도시 고속화 도로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반면 코펜하겐 시 의회는 반대 방향으로 나가는 선택을 내렸다. 코펜하겐 시 의회는 자동차 반대 시위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도심의 중심 거리인 스트뢰에(Sσagel)에서 자동차 운행을 금지했다. 이는 파격적인 실험이었다. (243쪽)


건축가 얀겔은 스트뢰에 거리에서 1년을 보냈다. 1년 사이 거리는 눈에 띄게 변했다. 자동차가 사라진 공간에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벤치 하나만 지켜봐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쪽을 바라보고 놓인 벤치는 화단 쪽을 바라보고 놓인 벤치보다 이용객이 10배 많았다.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가장 많이 끄는 가장 매력적인 구경거리는 필연적으로 타인이다. 시민들의 일상활동이 도시의 최대 매력이다." (245쪽)


스트뢰에 거리가 붐비자 시 당국은 코펜하겐 대학로를 가로지르는 좁은 거리인 피올스트라드(Fiolstaede)를 보행자 전용 거리로 지정했다. 그 다음에는 구불구불한 크마겔(Kobmagergade) 거리를 보행자 거리로 지정했다. 코펜하겐 도심은 점차 보행자 전용 거리와 보행자 전용 광장이 격자처럼 교차하는 보행자 천국이 됐다. 1968년 스트뢰에 거리 근처에 있는 ‘회색 수도승의 광장'에서 자동차 주차를 금지했다. 1968년 여름 이 굉장에서 영업하는 카페 주인들이 야외 테이블 몇 개를 설치했다. 최근 얀젤의 집계에 따르변, 코펜하겐 도심 야외 카페 테이블 좌석 수는 9천 개에 가깝다. 코펜하겐 시민들은 한겨울에도 모피 담요를 두르고 야외 카페 테이블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홀짝인다. (247쪽)


1980년대 초 옌스 크라머 미켈센 코펜하겐 교통국장이 차로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자전거 이용 심리를 바꾸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동차에 치이는 공포에서 해방됐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멋진 인프라를 지으면 사람들이 몰린다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Effect)'를 누렸다. 자전거 도로가 늘면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고, 자전거 이용자들이 늘면서 전용도로 수요가 늘었다. 최근 10년간 코펜하겐에서는 이러한 연쇄반응이 일어났다. 코펜하겐 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암스테르담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351쪽)


지금까지 도심 재개발 사업은 거리 풍경의 심리학을 간과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도심을 재개발할 때 영세 상인들의 작은 가게들을 철거하고 공허하고 차가운 느낌을 풍기는 대형 매장 건물들을 지었다. 이는 거리에서 사교성을 배제했다. 한 블록을 통째로 사용하는 대형 상가건물은 근처 주민 특히 노인의 신체 건강을 저해한다. 대형 상가 근처에 사는 노인들은 다양하고 작은 상점이 많이 모여 있는 블록에 사는 노인들보다 노화 속도가 빠르다. 한 블록을 통째로 사용하는 통유리 건물은 보행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이 건물에 용건이 없으면 멀리 돌아가야 하는데 노인들이 걷기에 부담스럽다. 그 결과 이 지역 노인들은 다른 지역 노인보다 외출을 꺼리고, 집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횟수도 적고, 봉사활동도 적게 한다. (263쪽)


1980년대 덴마크 대도시들은 은행들이 주요 상점가에 신규 지점을 여는 행위를 규제했다. 은행 외벽은 보안상 창문과 문이 거의 없는 온벽이라 은행들이 많이 들어설 경우 해당 거리의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린 조치다. 2012년 뉴욕 시는 덴마크 도시들의 선례를 따르기 시작했다. 뉴욕 시는 어퍼 웨스트 사이드 주요 거리에 새로 들어서는 상점의 1층 폭을 제한하는 용도지역제를 채택했다. 밴쿠버 시는 압축도시에서 거리의 사회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 부동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대형마트들이 밴쿠버 도심에 진출하려면 한 블록 전체를 자사의 건물로 채우는 대신 기존 건물에 입주해야 했다. (264쪽)


이 대안 도시는 독일 남서부 삼림지대 한가운데에 있는 보봉(Vauban) 마을이다.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 시에서 전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이 마을은 군 기지가 있던 장소에 건설한 인구 5천 명의 생태 실험 도시다. 차로와 보행로가 바둑판처럼 뚫려 있고, 양 옆에 넓은 잔디밭, 오솔길, 전차 선로를 둔 중앙대로를 따라 아파트, 연립주택, 작은 공원들이 모여있다. 보봉의 대부분 지역은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지만, 걷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덜 성가시다. 주거구역에서 자동차 제한속도는 시속 5킬로미터다. 하지만 보봉 마을이 이룩한 진정한 혁신은 주차 관리 방식이다. 거리에서 장기 주차를 금지했다. 보봉의 주택 소유권 구조는 차고의 경제성을 뒤집어 놓았다. 보봉 마을에서는 주택을 구매할 때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라면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주차장의 주차구역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자동차가 없고 앞으로 차를 사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할 사람은 주차구역을 구매할 의무가 없다. 그 대신 3700유로를 내고 마을 가장자리에 있는 녹지 지분을 산다. 이는 투자다. 만약 자동차 없는 문화가 보봉 마을에 정착하면 다른 주민들과 함께 녹지를 공유한다. 주차장을 새로 건설할 경우, 녹지 지분 보유자는 상당한 수익을 얻는다. (277쪽)


하우턴은 14세기 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한 작은 마을이었다. 1979년 네덜란드 정부가 하우턴 개발정책을 발표했다. 25년 사이에 하우턴 인구는 5천명에서 5만명으로 급증했다. 새로운 도시 계획은 하우턴의 교통망을 두 개로 분리했다. 근간은 자전거와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는 선형 도로와 통로다. 이 교통망은 도심과 기차역에서 만난다. 또 다른 교통망은 자동차 도로로, 시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도는 순환도로다. 자전거와 자동차가 공유하는 도로에서는 표지판과 빨간 아스팔트를 통해 자전거 우선 통행이라는 점을 명시한다. 하우턴에서 이뤄지는 이동의 3분의 2가 자전거나 도보 이동이다. 하지만 다른 네덜란드 도시들과 비교해 하우턴의 도로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다. 자동차 운전자들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먼 거리를 빙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우턴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북미 도시들보다는 훨씬 적다. (346쪽)


2011년 파리는 벨리브와 유사한 방식의 전기자동차 공유시스템 오토리브(Autolib)를 출범했다. 오토리브는 파리 곳곳에 전기자동차 충전소와 대여 가능한 전기자동차들을 구비했고, 나비고 카드로 이용 가능하다. 미국, 캐나다, 영국에선 차량 9천 대를 구비한 집카(Zipcar)라는 차량 공유 서비스가 유명하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지정된 주차 장소로 가서 차량을 인수하고 사용한 뒤 돌려준다. 

독일 자동차 회사 다임러는 독일 울름에서 스마트카 수백 대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시작해 이후 텍사스 오스틴에 진출하고 2011년에는 캐나다 밴쿠버까지 진출했다. 다임러의 카투고(Car2Go) 개념은 단순하다. 집카 서비스처럼 카드 리더기에 카드를 대면 차 문을 열고 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집카와 달리 서비스 구역 안에서는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원하는 만큼 자동차를 사용할 수 있으며,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그냥 그 자리에 자동차를 놓고 가면 된다. 카투고를 통해 다임러는 '새로운 이동성'에 한 발짝 다가섰다. 새로운 이동성 시대의 자동차는 공유를 위해 제조된다. 


자동차 공유는 미국에서 미국적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드니 보팽 프랑스 녹색당 총수가 모든 사람이 자동차를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기를 들었다면,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기업인 겟어라운드는 자동차 소유자와 임차인을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승차 공유(ride sharing) 서비스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이처럼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P2P 서비스 시스템은 신뢰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작동 원리가 같다. P2P 시스템과 옥시토신은 타인과 협력하는 행동에 대한 유인책과 즉각적 보상을 제공한다. 벨리브 서비스 이용자들은 이후에 자전거를 빌리는 사람이 고장난 자전거를 빌려 낭패를 보지 않도록, 고장난 자전거를 보관소로 되돌려놓을 때 자전거 좌석을 옆으로 비틀어 놓는 것이 관행이 됐다. (333~336쪽)


20세기 후반 도시확산 추세와 정반대로, 이번에는 부자들이 도심에 들어오면서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다. 공정한 도시를 건설하려는 노력은 시장원리가 유발하는 불공정성을 직면해야 한다. 메릴랜드 주에서 부자들이 많이 사는 몽고메리 카운티는 1973년에 거주구역을 새로 조성할 경우 전체 주택의 15%를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이 살 수 있는 가격대의 주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395쪽)


티파티 운동가들은 미국 전역에서 대중교통, 대중교통 친화적 용도지역제, 또는 교외 개발제한구역을 도입하려 할 때마다 도시계획 회의에 몰려가 훼방을 놓는다. 플로리다주 탬파 시에서는 티파티 운동가들이 힐스버러 카운티의 경전철과 도로개선 사업을 위한 증세를 무산시켰다. 힐스버러 카운티 보수 칼럼니스트 워런 플레저는 "경전철에 세금을 들이는 것은 납세자들이 1주일에 7일 정부가 소유한 공장과 아파트 사이를 오가는 프롤레타리안 근로자들을 운송할 가축 운반차를 구매하는 것과 같다"며 반대했다. (467쪽)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셀우드 마을에 주민 서른 명이 모여 교차로 아스팔트 도로에 페인트로 동심원을 그렸다. 교차로에 그린 동심원은 네 코너를 연결했다. 주민들은 이제부터 교차로를 광장으로 만들기로 결의했다. 주민들은 이 광장 이름을 공유광장(Share-it-Square)이라고 지었다. 교통관리국은 즉시 주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동심원을 지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마크 레이크먼은 시 의원들을 설득해 교차로를 광장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주민들은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도서관 한 개를 교차로 구석에 짓고, 사람들이 와서 책을 거래하도록 했다. 북동쪽 코너에 칠판과 분필을 놓고, 동남쪽 코너에는 '생산 공유 거치대'를 설치했다. 남서쪽 코너에는 지붕을 얹은 가판대를 설치하고 주민들이 언제나 와서 뜨거운 차를 마실 수 있도록 큰 보온병을 놓았다. 이러한 주민들의 개입은 도시 수정(City Repair)이라는 시민운동을 낳았다. (4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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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가치가 확실한 책. 번역 문장이 좀 껄끄럽고 고유명사 표기 등에서 아쉬운 것들이 있지만 내용은 매우 충실하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