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의 콩고 여행.
앙드레 지드. 김중현 옮김. 한길헤르메스
제목에 혹해서 샀는데(라고 쓰고 보니 산 지 2년도 지나서 읽은 듯;;) 왜 사서 왜 읽었나 모르겠다. 앙드레 지드라니. <좁은 문>과 <전원교향악>을 읽던 10대 시절 이후 대체 얼마 만에 접하는 이름인가.
책은 1925년 지드가 콩고 강 유역(오늘날의 콩고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차드 등지)을 여행하면서 남긴 짤막한 일기들을 모은 것이다. 그 시절 지드의 책들이 별로 내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듯, 이 책 역시 대단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이런 종류의 여행기로선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극적인 사건도 없고, 번역 문장도 곳곳에서 목에 걸렸다. 지드가 담담하게 써내려간 중부 아프리카의 풍경은 대개는 적막하고 황량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은 씁쓸하고 거칠다. 무엇보다 콩고강 유역에 대해서라면, 이미 세상의 독자들에겐 <암흑의 핵심(이라고 쓰고 '어둠의 심장'이라 읽어도 무방하다)>이라는 불멸의 저작이 있지 않느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장을 넘긴 것은, 아프리카에 대한 애정 탓이라고 해두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아프리카 식민지의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글쓰기의 의미와 작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숙고하고 결심하는 지드의 다짐이랄까.
"나는 운명이려니 하며 체념을 하기에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몇 가지 일들에 대해 지금 알고 있다. 어떤 운명의 여신이 나를 이렇게 아프리카로 떠밀었는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추구하기 위해 여기에 왔는지? 나는 조용히 살아왔다. 그렇지만 이제 나는 알게 되었다. 그러니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내 말이 들리게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줄곧, 나는 내 말이 들리게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을 해왔다. 오래 남기를 바라는 단 한 가지 욕심에서 후세의 사람들을 위해 항상 글을 써왔기 때문이다. 곧 소멸되어도 좋으니, 목소리가 즉각 대중에게 미치는 저널리스트들이 부럽다. 지금까지 나는 거짓 도로 표지판들을 믿고 돌아다녔던 것 같다. 나는 이제 그것이 아무리 끔찍한 것일지언정, 숨겨진 것을 알아내기 위해 무대 뒤편으로 파고들리라. 내가 의심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바로 그 '끔찍한 것'이기 때문이다." (146쪽)
글을 쓴다는 것, 세상을 향해 말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작가의 토로가 마음에 와닿는다.
지드가 콩고에서 차드까지 여행하면서 '착한 주인'으로 흑인 짐꾼들을 부렸던 모습이나, 달랑 며칠 간 아프리카를 취재하면서 '선량한 고용인'이 되어 가이드를 부리던 내 모습이나 별반 차이는 없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이래서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책 한 권을 읽어도 개운치가 않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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