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뒤늦게 읽은 '대국굴기'

딸기21 2014. 11. 4.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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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굴기- 세계를 호령하는 강대국의 패러다임.

왕지아펑 외. 양성희, 김인지 옮김. 크레듀. 11/3


참고할 게 좀 있어서 말로만 듣던(그리고 집에 오랫동안 있었던) 책을 꺼내들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책의 연원을 따지자면 2006년 중국중앙방송(CCTV) 경제채널을 통해 <대국굴기(大國崛起)>라는 다큐멘터리가 모태다.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나중에 책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다큐가 방송됐고, 책 역시 번역됐다. 그러면서 세계에 우뚝 선 선진 강국을 뜻한다는 대국굴기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을 하게 됐다고.



CCTV 프로그램은 포르투갈·스페인에서 시작해 일본과 러시아와 미국까지, 근대 이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9개 나라의 융성 과정을 소개한 역사물로 강국들이 각기 나름의 역사적 발전 경로를 선택하게 된 배경과 성공요인들을 분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책을 포함해서)을 단순한 역사 다큐멘터리로만 볼 수는 없는 것이, 역사의 무대에서 활약한-그리고 지금도 활약하고 있는- 나라들의 선례를 분석하고 배워 중국이 이제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의지의 표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국굴기로 표현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이제 중국이 대국이 되어 굴기하려 한다는 선전포고였다고나 할까.


아부 루고드나 윌리엄 맥닐이나 페르낭 브로델의 세계 체제에 대한 이론들이 바탕에 많이 깔려 있는 듯. 책 내용 자체는 대충 어디서 들어본 내용들 같지만 간략하면서도 명쾌하게 종합을 해주고 있어서 '역사책'으로 꽤 괜찮다. 식민지를 가졌던 서구 국가들이 아니라 제국주의 세력에 침탈당한 경험이 있는 중국의 눈으로 본 근대 세계사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대국굴기' 같은 프로그램이나 책들뿐 아니라 중국에서는 '어떤 강대국이 돼야 할까'를 둘러싼 논의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미 조지워싱턴대 데이비드 샴보 교수는 대국굴기를 언급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중국이 특별히 우려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기존의 주요 강대국과 신흥 강대국 사이에 역사적으로 반복되는 '불균형의 함정'이다. 국제 체제에서 기존의 강대국이 누리던 패권에 신흥강국이 도전하게 되면 긴장과 경쟁, 충돌, 심지어 전쟁까지 야기하는 상황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관심사는 강대국이 쇠퇴하는 패턴을 이해하여 미국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샴보, <중국, 세계로 가다> 49쪽) 


대국굴기를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인 지적으로 들린다.


15세기 초반, 중국에서는 정화의 7차례에 걸친 대규모 탐험이 있었는데, 이후에 왜 이것이 이어지지 않았을까?인류의 활동 영역이 육지에서 바다 중심으로 바뀌면서 근대화가 탄생했다. 분명 중국은 충분한 능력이 있었지만 바다로 진출하지 않았다. 아니, 그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정화는 1405년에서 1433년 사이 7번에 걸쳐 서양을 탐사했다. 한번 출항할 때마다 총 수행 인원은 보통 2만7000명 정도였고, 총 260여 척의 선박으로 구성된 대규모 선단이었다. 서양과 중국의 항해 능력을 비교해 볼 때 15세기 무렵 중국의 조선 기술과 항해 기술이 결코 서양에 뒤떨어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중국이 아니라 유럽의 나라들이 원양항해 탐사에 몰두했던 이유는 역시 정치, 사회, 문화 분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42쪽)


조사이어 웨지우드는 도자기 공장에 체계적으로 분업화된 공장화 시스템을 도입했다. 공장화 시스템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의 도자기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도자기 공장에는 도자기공이 아니라 흙을 파내고, 운반하고, 모양을 빚고, 유약을 바르고, 가마를 관리하고, 색칠을 하는 일꾼만이 존재했다. 이들은 공장의 경영 방침에 복종해야 했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공장화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영국의 도자기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고, 마침내 영국을 유럽 최고의 도자기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128쪽)


1950년, 베트남의 까오방(Cao Bang) 전투에서 패한 프랑스는 어쩔 수 없이 북아프리카 식민지의 ‘아프리카군’ 을 지원군으로 써야만 했다. 이를 계기로 북아프리카의 청년들이 민족해방운동의 자극을 받게 되었고, 머지않아 모로코,튀니지,알제리,마다가스카르 등지에 민족운동의 물결이 일게 되었다. (1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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