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개헌 논의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안보 법제화를 곧바로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집권 자민당 총재인 아베 총리가 선거 이튿날인 15일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와 개헌 관련 내용이 포함된 ‘연립정권 합의문’에 서명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합의문에는 “헌법심사회의 심의를 촉진하고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논의를 심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절차는 만들어놨고... 이제는 '국민 여론 조성'으로
아베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뒤 개헌에 필요한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의회는 지난 6월 국민투표법을 개정, 개헌안이 의회에서 발의되면 곧바로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도록 절차를 정비했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3분의2를 훨씬 웃도는 의석을 확보했지만 핵심 이슈인 헌법 9조(‘평화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절반 가까이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평화헌법을 고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더 낮다. 일본 전역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시민 모임들이 '평화헌법'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였을 정도다. 아베가 연립정권 합의문에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의 논의를 심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은, 국민들 사이에서 개헌 지지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전력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는 또 내년 4월까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보법제의 ‘법안화’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내년 4월 지방선거 후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최종 공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분담을 담은 이 가이드라인은 당초 올해 말까지 개정하기로 돼 있었으나,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한 자민당이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 가이드라인은 자위대의 역할 확대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관련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 미·일 두 나라는 지난 8월 가이드라인에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를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자민당 총선 당선자 절반, "고노담화 수정해야"
한편 마이니치신문이 총선 전 후보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16일 당선자의 답변만 추출해본 결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인정한 고노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이들이 38%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민당 당선자는 52%가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서도 자민당 당선자 중 38%가 수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패전 70주년인 내년 8월 15일 새로운 담화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아베 담화'가 고노담화와 무라야마담화를 계승할지, 저버릴지에 앞으로의 한일, 중일 관계가 달려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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