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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베 독주시대]아베 "개헌에 필요한 국민 과반 지지 얻을 것"

딸기21 2014. 12. 15. 22:30

14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이 압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베 신조 총리는 장기 독주체제를 만들었다. 대안 부재 속에 다시 한 번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아베의 자민당은 평화헌법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 ‘강한 일본 만들기’를 노골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중일관계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베 ‘독주체제’...전후체제 탈피 가속화할 듯


최종 개표결과 자민·공명 두 당은 2년 전 총선 때보다 1석 늘어난 326석을 얻어 ‘개헌선’인 3분의2(317석)를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73석을 얻는 데 그친 반면, 자민당은 290석을 얻어 공명당을 빼고도 단독 과반을 차지했다. 



아베는 14일 밤 “지난 2년간의 아베 정권에 대해 국민들의 신임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중간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 만큼, 금융시장에 돈을 풀고 원전을 재가동하는 등의 기존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은 아베가 내각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으며, 오는 24일 아베 3차 내각이 공식 출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초장기 집권’을 노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에 금지된 ‘전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애써왔다. 아베는 개헌에 대해 “나의 목표이자 신념”이라 누차 말했다. 그러나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의석수를 얻었다 해도 헌법을 바꾸려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아베 총리는 15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필요한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3국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도 일본이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게 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법률 정비는 적극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아베는 개표 뒤 TV도쿄에 출연, 지난 7월 각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 해석을 바꾸기로 결정했음을 들며 “(총선은) 그것이 반영된 선거였다”라고 말했다. 아베는 “안보관련 법안을 다음 정기국회에서 제대로 정비하고 싶다”고 말해, 내년 국회에서 집단적 자위권 법제화를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베는 또 태평양 전쟁(2차 대전) 종전 70주년인 내년 일본 패전일(8월 15일) 즈음 총리담화를 발표, “과거의 전쟁에 대한 반성, 전후의 행보, 일본이 이제부터 어떤 길을 갈 것인지를 담고 싶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안보 관련 법률 정비 등을 마무리하고, 과거사에 대한 입장도 정리해 밝히겠다는 얘기다.


■한·일, 중·일 관계엔 찬바람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등에서 한·일 간 갈등의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일 양자관계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외교에서도 한국은 운신의 폭이 줄어들 수 있다. 미국은 아베 정부의 과거사 역주행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를 그대로 둔 채 미·일동맹이 확대될 경우 한국은 한·미·일 안보협력 틀 안에서 미국·일본과 미묘한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또 이런 미·일 협력 강화는 중국의 맞대응을 수반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외교적으로 더욱 어려운 입장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번 총선 결과를 우려 섞인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과 아베의 역사 왜곡으로 악화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는 지난달 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호전의 실마리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가 민족주의 성향을 노골화한다면 양국 관계는 더 나빠질 수 있다.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역사적 교훈을 깊이 받아들이고 지역국가들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안전에 대한 우려를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은 ‘안도’와 ‘환영’

 

미국은 자민당의 압승에 안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서 안보 및 경제적 역할을 늘리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때문에 총리가 자주 교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4일 성명을 통해 아베 총리에게 축하를 보내며 “미·일 방위지침 개정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해양 안보 협력에서 일본 정부와 인민들과의 긴밀한 동맹 협력을 더욱 심화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베가 국내 기반을 확고히 함에 따라 미국은 선거를 앞두고 정체돼 있었던 TPP 협상의 미·일 간 시장개방 논의에서 일본으로부터 좀 더 양보를 얻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아베가 연내에 마무리하기로 했다가 선거를 의식해 내년 이후로 미룬 미·일 방위지침 개정 협상도 다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지침 개정은 일본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데 필요하다. 반면 오키나와 지역구 4곳 모두 자민당이 패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후텐마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베이징·워싱턴 | 오관철·손제민 특파원· 유신모 기자 okc@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