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누가누가 거짓말했나... 미 CIA '고문보고서' 각국서 파문

딸기21 2014. 12. 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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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들은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요. 


미 중앙정보국(CIA) ‘고문보고서’가 공개되자, 여기 협력한 각국 정부의 ‘거짓말’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CIA의 불법 납치·감금·이송·고문이 자행된 뒤 길게는 10년 넘게 시간이 흘렀고, 대부분 나라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각국 정부의 기만과 고문 협력을 드러내보이면서 곳곳에서 파장을 부르고 있습니다.


폴란드 전 대통령 "고문까지 한 줄은 몰랐다니까"


알렉산데르 크바시녜프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은 10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 요약본이 공개되자 CIA가 자국 내에서 비밀감옥을 운영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심문관들의 가혹행위는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보고서가 나오기 전 그는 비밀감옥이 있었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며 부인해왔다고 BBC방송은 전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지난 7월 폴란드 정부가 크바시녜프스키 재임시기에 CIA이 최소 2명을 비밀 구금·고문할 수 있도록 허가해줬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다른 나라 정부들이 협력한 내용은 빠졌지만, 더이상 숨길 수 없게 된 각국 전직 정상이나 책임자들의 마지못한 시인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알기르다스 부트케비시우스 리투아니아 총리는 “CIA가 우리나라에서 구금자를 학대했는지 미국은 밝히라”며 역공세를 펼쳤습니다. 루마니아에도 비밀수감시설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2006년 유럽평의회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으나 이 시설이 고문에 사용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하네요.


방콕 포스트 "태국 군부와 정보당국은 어떤 역할을 했나"


폴란드로 테러용의자들을 이송하기 전 CIA가 가장 먼저 구금시설을 만들었던 곳은 태국입니다. 방콕 부근에 ‘사이트 그린(Site Green)’이라 불리는 시설을 만들어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아부 주바이다 등을 수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이번 보고서는 태국에서 복잡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태국은 늘 복잡하기 때문...이 아니고 사건이 벌어진 것은 탁신 친나왓 총리 때 일이지만, 태국 언론들은 탁신정부보다는 반탁신 군부·정보당국이 물밑에서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방콕포스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방콕 부근에 구금시설을 만든다는 걸 알았지만, 탁신 당시 총리는 CIA 안가가 운영되기 시작한 뒤에야 알았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탁신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기는 했으나, 미국 등 서방과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탁신 측에는 정보를 되도록 주지 않으면서 태국 군·정보국과 협력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방콕포스트는 “당시 태국 군부·정보당국의 구체적인 역할이 뭐였는지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 정확히 언급돼 있지 않아 유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 이노무 블레어는 대체 나쁜 짓을 얼마나 한 거야


아프간도 ‘지하감옥’이 있었던 곳입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보고서가 나오자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전임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시절부터 카불 부근 바그람의 미군 기지 내 수용소 인권침해와 아프간인 수감자들에 대한 가혹행위가 줄곧 양국간 이슈였습니다. 



영국에서는 언론들이 “토니 블레어 전총리는 비밀 수감자 이송 때마다 낱낱이 보고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블레어 측은 여전히 묵묵부답...


영국 하원 정보·안보위원회는 정부가 ‘비밀수감자들이 고문당할 것 알고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조사 대상은 MI5(국내정보국), MI6(해외정보국), 정부통신본부(GCHQ)로 한정돼 있어, 블레어 전총리나 잭 스트로 전 외교장관 등 최고위급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 같군요.


독일 언론들은 CIA가 ‘잘못 납치’한 독일인 알마스리 사건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10년전 벌어진 일이고 그 후 마스리가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까지 한 사건인데, 이번 보고서로 인해 마구잡이 납치와 인권침해 실상이 공식 확인됐네요.


이란도, 중국도 "인권국가 미국 좋아하시네"


미국의 ‘고문’에 대해서는 연일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요르단 출신의 제이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미국이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했다며 “이런 국제범죄가 면책받아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알후세인 이분, 요르단 왕자님... '너나 잘하세요'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은 생각도 없진 않지만;;). 미 정보기관 비밀감시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망명중인 에드워드 스노든도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이 평소 인권을 잣대로 비난해온 이란과 중국도 포문을 열었습니다.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종교지도자의 트위터.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종교지도자는 10일 트위터에 “미 정부는 압제의 상징이다, 인권을 주장하며 수감자들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중국도 “미국은 반성해야 한다”며 이중잣대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도덕적 권위가 떨어지면 9·11 같은 사건을 막을 수 없다”, “고문은 절대 안될 일”이라며 원칙론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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