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미군 네이비실의 실패한 ‘인질 구출작전’... 예멘 알카에다, 미국인들 인질 살해  

딸기21 2014. 12. 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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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 소머스(33)는 미국의 사진기자이고, 피에르 코르키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50대 교사다. 소머스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다가 지난해 9월 예멘 알카에다 조직에 납치됐다. 코르키에는 아내 욜란데와 함께 구호기구에 소속돼 예멘에서 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5월 납치됐다. 아내는 올 1월에 풀려났으나 코르키에는 석방되지 못했다.

 

30분만에 끝난 작전, 인질은 구출했지만...


지난 5일 새벽 1시쯤, 바닷가를 따라 나 있는 작은 마을 샤브와 부근 바닷가에 미 군함 마킨아일랜드호가 다가왔다. 배에 타고 있던 ‘네이비실’ 특수부대원 40여명은 헬기처럼 뜨고내릴 수 있는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 옮겨타고 샤브와에 내렸다. 소머스 등을 인질로 잡고 있는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AQAP)’의 근거지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다. 네이비실 부대원들은 약 11km를 걸어서 알카에다 기지 쪽으로 다가갔다. 기지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다다랐을 무렵, 이들의 접근을 눈치챈 듯 갑자기 총격전이 벌어졌다. 



네이비실은 한 건물에 갇혀 있던 소머스와 코르키에를 ‘구출’했으나, 이미 알카에다 조직원들이 두 사람에게 총을 난사한 뒤였다. 코르키에는 오스프리에 옮겨실린 뒤 숨졌고, 소머스는 마킨아일랜드호까지 갔다가 외과수술 도중 사망했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시간은 30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라덴 제거작전으로 ‘명성’을 떨친 네이비실이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벌인 이 작전은 결국 인질들을 살려내는 데 실패했다. 워싱턴포스트가 6일 보도한 인질 구출작전의 전말이다.

 

지난 7월 미국인 기자들이 잇달아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숨지는 등, 미국인 인질 납치·살해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몇달 새 미군은 이번까지 세 차례 인질 구출작전을 벌였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리아에 미군 병사들을 비밀리에 투입, IS에 납치된 기자 제임스 폴리와 스티븐 소틀로프를 구출하려 했다가 실패했다. 미군은 2주 전에도 소머스 구출작전을 한 차례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구해낸 인질들, 막판 알카에다 총격에 다쳐 결국 사망


잇단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결국 ‘정보 실패’라고 미국 언론들은 지적했다. 시리아 내 구출작전 때 미군들이 IS와 교전 뒤 ‘인질이 잡혀있는 곳으로 파악된’ 건물로 달려갔으나 이미 IS는 인질들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상태였다. 당시 미 국방부는 “구출작전 직전에 빼돌린 것인지, 아니면 애당초 그곳에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소머스 구출작전은 시리아 작전 때보다 더 큰 화를 불렀다. AQAP는 지난 3일 인터넷에 미군의 실패한 첫 구출작전을 ‘어리석은 행동’이라 비난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소머스를 72시간 내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소머스의 가족은 미 정부와 협력해 피랍 사실을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첫 작전 실패 뒤 AQAP의 위협 동영상이 공개되고 나서야 가족들은 소머스의 피랍 사실과 생환을 호소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최근 몇년 새 미군은 알카에다 조직을 잡겠다며 예멘 남부를 드론(무인기)으로 공습했다. 노란 원은 미군 유인전투기 공습을, 회색 원은 드론 공습을 표시한 것이다. 원의 크기가 클수록 공습 횟수가 많다는 뜻이다. 그림 International Security 웹사이트


미군은 소머스가 피살되는 걸 막기 위해 2차 작전에 나선 것이었으나, 코르키에가 소머스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코르키에가 납치된 뒤 그가 일했던 ‘베푸는 이의 선물’ 재단은 AQAP과 비공개 석방협상을 해왔고, 코르키에는 7일 풀려날 예정이었다. 

 

아라비아반도 남단, 사우디아라비아 남쪽에 있는 예멘에서는 1990년대 말부터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94년 남북 예멘 통일 이래로 장기집권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정권이 독재를 자행하는 동안, 소말리아에 면한 아덴만 부근 등 여러 지역에서 극단주의자들이 테러공격을 저지르고 무장조직을 만들어 유혈충돌을 거듭했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한데다 경제적으로도 중동 최빈국인 예멘은 극단주의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들의 온상이었다. 2000년 사우디에서 일어난 미군함 콜호 폭탄테러 사건, 2008년 사우디 미대사관 테러공격 등 미국·미군 시설을 노린 여러 공격에 예멘인들이 연루돼 있었다. 오사마 빈라덴도 국적은 사우디였으나 예멘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독재와 빈곤에 시달리던 예멘, 극단주의 무장조직 극성


AQAP는 2009년 1월 결성된 무장조직이다. 나시르 알 우하이시라는 인물이 이끄는 AQAP는 당초 사우디 왕정에 반대하는 지하디스트 조직이었으나 빈라덴의 알카에다와 연결되면서 아라비아반도와 동아프리카에 극단주의를 전파하고 지하디스트를 수출하는 기지 노릇을 해왔다. 조직원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은 2012년 사나에서 폭탄테러를 일으키는 등 곳곳에서 테러와 총격을 하며 민간인들의 목숨을 빼앗고 있다. 살레 정권이 2012년 2월 축출되고 권력 공백이 생기자 이들의 공격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북아프리카 극단조직인 ‘마그레브 알카에다(AQIM)’, 최근 케냐로 넘어가 잇달아 테러공격을 한 소말리아 알샤바브 등과도 이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International Security 웹사이트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는 AQAP나 알샤바브 등을 진압하기 위해 드론(무인기) 공격을 주로 해왔다.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켜 전임 행정부의 ‘대테러전’을 마무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고, 미군 지상군 투입을 꺼려 중앙정보국(CIA)과 특수부대가 주도하는 드론 공격에 주력했다. 올들어서도 18차례 이상 예멘에서 드론 공습을 했다.


그러나 공습으로는 극단조직을 없앨 수 없으며, 지역을 안정시키고 미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다. 미국의 드론 공습은 민간인들의 희생을 늘려, 오히려 반미감정을 부추기곤 했다. 시큐리티인터내셔널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116차례 이상 예멘을 공습했다. 미군은 811~1073명의 무장조직원을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시큐리티인터내셔널은 이 과정에서 숨진 민간인도 81~87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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