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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논란 붙은 4000만달러짜리 '고문 보고서'

딸기21 2014. 12. 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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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는 것일까. 


미국 정가가 보고서 하나 때문에 격론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보고서는 2001년 9·11 테러 뒤 미 중앙정보국(CIA)이 각국의 ‘비밀시설’에서 테러용의자들을 가혹하게 심문한 과정을 검토한 이른바 ‘고문 보고서’다. 정의와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과, ‘미국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부딪치고 있다.

 

CIA '향상된 심문(고문)' 밝혀낸 의회 보고서


워싱턴포스트 등은 상원 정보위원회(SSCI) 다이앤 페인스타인 위원장(민주)이 CIA 테러용의자 심문 검토보고서를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이르면 8~9일 중 공개될 이 보고서는 480쪽 분량에 작성 비용만 4000만달러가 들었다. 보고서 작성팀은 6년 동안 600만쪽 분량의 문서를 검토했으며 2012년 정보위에 6300쪽 분량의 초안을 전달했다.

 

보고서는 ▲CIA 구금·심문 프로그램의 전개과정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CIA가 어떻게 정부·국민들에게 홍보했는지 ▲수감자들에 행한 구금·심문의 구체적인 방식의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The tortuous history of the Senate's torture report /알자지라

Kerry urges Democrats to consider timing of release of CIA interrogation report /워싱턴포스트


알자지라 아메리카가 보도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CIA는 “지금까지 드러난 적 없는 거친 방식, 때로는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방식”으로 심문을 했으며 “고문을 통해 얻은 정보의 가치를 과장”했다.


다이앤 페인스타인 미 상원 정보위원장. AP자료사진


일례로 관타나모 수감자 아부 주바이다는 83차례나 물고문을 당했는데, CIA는 그에게서 얻은 정보로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이미 주바이다에게서 빈라덴의 행방을 알아낸 뒤였다. 정보위 보고서는 “CIA는 ‘향상된 심문기법’(고문)의 효용성을 과대포장했고 미디어를 상대로 여론조작을 펼쳤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CIA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월 정보위가 보고서 공개여부를 표결할 때 이미 CIA는 페인스타인 위원장과 한 차례 충돌했다. 당시 CIA가 페인스타인 위원장을 ‘사찰’했으며, 컴퓨터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위 보고서 검토내역을 들여다본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오바마 정부, '공개'엔 찬성하지만... 각국서 반미감정 불똥 튈까 우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보고서 공개에는 찬성한다. 오바마는 2009년 집권하자마자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약속했고, 행정명령으로 고문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고문 의혹을 재조사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다. 

 

국무부는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과거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인권침해 사건 때나 2008년 CIA 물고문 폭로 때처럼 세계 곳곳에서 반미감정에 불이 붙고 미국 시설이 공격받을까 걱정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5일 페인스타인 위원장에게 전화해 ‘공개 시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각국 미국시설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 장관이 전화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보고서 공개를 연기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공개를 막을 생각은 없다”고 해명했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의 ‘테러용의자 수용소’. 경향신문 자료사진


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 인사들이 보고서에 맞선 ‘연대’를 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재임 기간의 일에 대해 말을 삼가던 부시는 7일 CNN 인터뷰에서 “CIA에서 거친 일을 맡아온 이들이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며 “보고서에 뭐라고 써있든 그들은 애국자들”이라고 말했다. 


전임 정부 인사들 보고서에 일제히 반발...조지 W 부시 "CIA는 애국자들"


2006~2009년 CIA 국장을 지낸 마이클 헤이든은 같은 날 CBS방송에 나와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를뿐 아니라 해외 미국시설과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미국의 적에게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ush and CIA Ex-Officials Rebut Torture Report /뉴욕타임스

Former CIA chief raises alarm about forthcoming torture report /CBS

 

하지만 페인스타인 위원장의 입장은 강경하다. 그는 내년 1월 의회 새 회기가 시작되면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 측에 정보위원장직을 내놔야 한다. 공화당 소속 위원장은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릴 공산이 크다. 페인스타인이 공개를 강행하려 하는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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