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비에서 이색 ‘사면식’을 열었다. 이날의 사면 대상은 칠면조였다. 미국 대통령들은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맞아 매년 식탁에 오르는 칠면조들을 ‘위로’하기 위해, 칠면조 한 마리를 사면함으로써 살려주는 관례가 있다. 오바마는 사면 연설에서 “민주·공화당 전직 대통령들이 해왔듯 칠면조를 사면한다”며 “합법적인 권한에 따른 행정명령”이라고 말했다. 주요 정책이 의회에서 부결되는 걸 피하기 위해 행정명령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오바마가, 스스로를 풍자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미 대통령의 칠면조 사면은 1960년대에 관행이 됐고, 1989년부터는 공식 행사가 됐다. 이번 오바마의 칠면조 사면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에 실렸다. 그러나 덜 알려진 이야기가 또 있다. 오바마와 가족, 지인들의 추수감사절 만찬 테이블에 올라갈 칠면조 요리와 햄, 감자와 쿠키, 6종류에 이르는 파이 등은 모두 오바마 스스로 지불한다는 점이다.
FILE - This Aug. 14, 2012, file photo shows President Barack Obama paying for his coffee and muffins at the Coffee Connection, Tuesday, in Knoxville, Iowa. There’s no free lunch, or breakfast or dinner, for the president on Thanksgiving day. Or any other day for that matter. He has to dig into his pocket to pay for the holiday feast of turkey, ham, two kinds of stuffing, sweet and regular potatoes, and six different kinds of pie. It’s a longstanding practice that presidents pay for meals for themselves, their families and personal guests. Obama also pays for other basics, everything from toothpaste to dry-cleaning. CAROLYN KASTER, FILE AP PHOTO
오바마 본인 몫은 물론이고, 가족과 개인 손님들의 밥값도 모두 오바마의 지갑에서 나간다. AP통신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기간 식비는 물론이고 치약 같은 생필품도 모두 대통령 가족들이 직접 부담하는 미국의 관례를 소개했다.
백악관 주인들이 세금이 아닌 자비로 생활비를 내는 것은 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1797~1801년 재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백악관엔 대통령 일가의 살림을 도와줄 직원이 없었다. 그래서 애덤스는 사비로 스탭을 고용했다. 이후 의회가 백악관 경비 중 세금으로 대줄 항목들을 정했다. 9월말 끝난 2013~14 회계연도의 백악관 리셉션 예산은 회당 1만9000달러(약 2090만원), 백악관 관리 예산은 연간 1270만달러였다. 하지만 공식 리셉션이나 연회를 빼면 모든 밥값과 소모품 비용은 대통령 가족의 몫이다.
백악관에 오는 손님에게 내주는 음료비도 모두 대통령 부부가 낸다. 지난 1월 치러진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의 50세 생일파티 비용은 오바마가 치렀다. 퍼스트레이디의 머리손질 비용도 모두 따로 낸다. 오바마의 급여는 연 40만달러(약 4억4000만원)이고, 공무지원비 명목으로 5만달러 가량을 따로 받는다. 오바마는 이 돈으로 백악관 생활비와 함께 시카고에 있는 자택의 모기지(대출) 상환비용과 두 딸의 사립학교 등록금을 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US President Barack Obama (2-R) pardons the National Thanksgiving Turkey named 'Cheese', beside his daughter Malia (R), and National Turkey Federation Chairman Gary Cooper (2-L) of Ft. Recovery, Ohio, and his son Cole Cooper (L), in the Grand Foyer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USA, 26 November 2014. This year's turkey, 'Cheese' and alternate 'Mac', both about 48 pounds (21.7 kilograms), were raised in Ohio and will travel to their permanent home at Morven Park's 'Turkey Hill' - a historic turkey farm in Leesburg, Virginia. EPA/MICHAEL REYNOLDS
대통령과 가족들이 직접 장을 보러 마트에 가기는 힘들기 때문에 생필품을 사는 일은 직원들이 대신해주지만, 지불은 오바마의 돈으로 한다. 백악관 관리직원이 매달 15일쯤 생필품과 경비의 영수증 사본을 오바마와 미셸에게 각각 건네고 결제를 받는다. 낸시 레이건은 1981년 백악관에 이사한 뒤 “매 끼니 밥값은 물론이고 치약과 화장지값, 세탁비까지 모두 내야한다는 사실은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청구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반면 조지 W 부시 전대통령의 부인 로라는 이미 시아버지 조지 H 부시 전대통령 때의 선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2001년 퍼스트레이디가 된 뒤 담담하게 청구서를 받았다. 하지만 멋지게 차려입어야 할 일이 많은데 옷을 살 경비가 부족해 "입고 나갈 옷을 고민하는 다른 모든 여성들처럼" 옷 걱정을 하곤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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